본문 바로가기
버섯 누리/버섯 곳간

버섯의 경이로움 -최종수

by 지암(듬북이) 2016. 2. 14.


 

 

 

버섯의 경이로움

야생버섯의 신비(2)

 

(알려드립니다: 연재하기 시작한 이 글은 순전히 아마추어 야생버섯 애호가의 버섯 관찰과 버섯에 관한 명상의 글입니다. 혹시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하시려는 목적으로 이 글이나 이 글과 함께 실린 버섯 사진들을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최대한의 노력으로 정확하게 버섯을 식별해 내고 그 이름도 되도록 한국 버섯이름, 영어 속명, 학명을 모두 기록하려 하지만, 잘못 식별된 경우도 있을 것이오니 독자들의 조언이나 바로잡음을 기대해 보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미국 동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 지역에서 만난 버섯이야기와 그 사진들을 주로 실을 것이오니 사정을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한국에 기록되지 않은 버섯종류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혹시 나중에 그러한 버섯들 식별에 도움이 될 줄로 믿습니다.)

 

 

 

 

 

비늘버섯 Pholiota squarrosa

ⓒ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비늘버섯이다. 학명은 Pholiota squarrosa. 영어속명 Scaly Pholiota. 날이 가물었기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여 돋은 모습이 마치 잘 구운 과자 같고 신기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식용버섯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먹은 뒤 위장장애를 일으킴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세상의 생명을 가진 것 가운데 버섯만큼 신비로운 것이 또 있을까? 버섯을 관찰 연구하면 할수록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와 그 오묘한 손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숲속, 적막 가운데 오롯이 의연한 자세로 무리지어 돋아 있는 버섯을 보면, 때로 경외감(awesome feeling)을 느낀다. 전혀 버섯이 돋을 법하지 않던 곳이나 상황에서도 조건(영양, 습도, 온도와 통풍)만 갖추어지면 무성하게 돋아나는 버섯을 볼 때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참으로 버섯은 없는 곳에서 있게 되는 신비한 것이다.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

ⓒ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숲속의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의 모습

ⓒ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Jack-O-Lantern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한국 미기록종 임시이름) Omphalotus illudens(Schwein.) Sacc.

(숲속에 광범위하게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이 많이 돋아 있다. 멀리서 보면 꼭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처음에는 무척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인데 이 버섯이 무서운 독버섯이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운 마음이 든다.)

 

버섯이 돋아 있는 숲은 고요하기만 하다. 때로 사슴이 뛰고, 산새가 지저귀며, 졸졸졸 흐르는 시내 가에 이름 모를 꽃들이 소리 없이 피어나고 있다. 거기 앉아서 신기하게 돋아 난 버섯을 관찰하노라면 신의 창조의 솜씨에 새삼 놀라고, 그 신비함에 놀라는 때가 많다. 버섯은 어느 후배 목사님의 시적인 표현대로 \"고목(古木)에 핀 하얀 꽃\"이다. 말하자면 죽음에서 돋아나는 생명이라는 뜻이다.

모든 생명형태가 다 기적(奇蹟)이지만, 버섯은 기적 가운데 기적이다. 무궁무진한 조물주의 비밀을 지닌 것이 버섯이다. 생명의 신비, 미세한 가루(포자 spore)에서 시작하여 다시 그 미세한 가루로 돌아가는 버섯, 그 버섯은 자기 과시가 없다. 그늘진 곳에서 억만년을 두고 홀로 피어나 저 홀로 삭아든다. 꽃처럼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어 벌이나 나비를 부를 필요도 없고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지도 않는다. 말뚝버섯(Stinkhorns)처럼 단지 고약한 냄새를 풍겨 파리를 부를 뿐이다. 버섯은 굳이 양분을 생산해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있는 버림받은 낡은 것들을 다시 활용하고, 자기 일을 마친 다음에는 반드시 이 지구(땅)에 되돌리는 일을 한다. 세상에 커다란 짐이 되는 쓰레기들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으로 만들어준다.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이다. 미국 동부지역에 주로 많이 돋는 이 말뚝버섯은 암초록색 점액이 묻어 있는 두부 바탕 표면이 과립형으로 되어 있어서 부드러운 편인데, 곰보형으로 된 말둑버섯 Phallus impudicus와 다르다.. 악취를 풍기는 암록색 갓 위에 파리가 한 마리 앉아서 그 점액을 빨아 먹고 있다. 이렇게 파리가 그 몸에 묻은 포자를 퍼뜨려 준다. 버섯이 피어나기 전 알 형태의 유균을 식용할 수 있으나, 맹독버섯인 광대버섯도 알 형태로 돋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버섯관찰의 재미는 세상 처음부터 거기 제자리에 홀로 존재하였을 그 경이로움(wonders) 때문이다. 그 경이로움을 보지 못하던 눈이 열린 것이다. 비옥한 흙을 만들어 내면서 흙을 재생하는 일을 태초부터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 없이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숲속의 여러 주인공들 가운데 버섯은 신의 명령, 곧 땅을 잘 돌보고 가꾸고 보존하라는 명령을 어김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버섯의 신비에 대한 감탄은 곧 종교경험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버섯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 그 다양함, 저마다 지닌 비밀과 그 모습의 찬란함에 감탄이 저절로 우러난다면 그것은 종교경험의 경지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버섯이라는 존재들을 있게 만든 그 힘에 대한 감지(感知)는 분명 종교적 경험이다. 그러므로 버섯 관찰은 하나의 명상행위, 기도행위라고 불러도 좋다. 가슴 깊이 와 닿는 어떤 경이로움, 놀라움, 어떤 무한의 세계로 진입하는듯하다는 이 느낌은 신앙의 경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니겠는가? 버섯이라는 존재가 이 우주 안의 삼라만상 가운데 현존하여 생명의 주기와 순환 속에서 누구 하나 보아주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 가운데 자기 존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언어로 다 묘사할 수 없고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버섯관찰은 버섯과 나누는 신비하고 은밀한 대화이며 사랑의 속삭임이다. 서로의 신비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신비를 하나씩 벗겨내는 사랑의 행위와도 같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때로 사랑의 극치를 경험하게 된다. 상대를 황홀하게 바라다보며 감탄함 없이 어찌 사랑을 나눈다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버섯이라는 신비한 존재가 말하고 있는 자기 존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행위가 바로 버섯관찰이다. 버섯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 늘어갈 수록 그 만큼 더 더욱 버섯의 신비에 매료당하게 된다.

 

 

 

 

 

균륜 형성한 주름버섯

ⓒ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균륜을 이루고 있는 주름버섯 Agaricus campestris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풀밭이나 잔디밭에 많이 돋기 때문에 영어속명이 Meadow Mushroom이다. 물론 식용이다. 그러나 잔디밭에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로부터 버섯이 생겨난 이야기 가운데, 신화나 동화 전설을 보면 버섯의 경이로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제우스신의 번개에서 버섯이 생겼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비가 많이 내린 뒤에 갑자기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모양으로 돋아나기 때문이다. 중세설화에 따르면 달빛 비치는 한 밤중 난쟁이 요정들이 나와서 둥근 원을 그리며 춤추는 동안에 버섯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믿었다. 버섯가운데 균륜(菌輪)버섯(Fairy Ring)은 이름대로 해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온 뒤 중심부에서 차츰 바깥쪽으로 크게 동심원을 그리면서 둥그렇게 돋아나기 때문에, 한 밤중 난쟁이들이 마술의식을 행하면서 버섯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해마다 버섯이 무리지어 돋는 둥근 원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그 곳은 지하의 보물을 지키는 밤의 요정들이 보물을 숨겨둔 곳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미국 서부지방에는 그 균륜이 600년이나 된 것도 있다하니 참으로 신비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독버섯의 중독현상도 매우 다양한데, 그 가운데 환청(幻聽), 환시(幻視) 등 환각작용(幻覺作用)을 일으키는 버섯은 “신(神)의 음식”이라 하여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멕시코와 아메리칸 인디언들 가운데 제사(祭師)들이 강신의식(降神儀式) 때 먹었다고 한다.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무스카린이라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이다.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미국 서부지역에서 돋는 것과 달리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색깔이 빨갛지 않고 노란색 또는 주황색이다. 이 버섯을 따서 우유와 섞어 파리를 잡는다 하여 영어속명은 Fly Agaric이다.)

 

 

한 번은 숲 속에 들어갔더니 땅위에 허연 솜을 뭉쳐 놓은 것 같은 버섯이 돋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버섯인줄로 알고 일단 “솜뭉치버섯”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나중 알고 보니 그 버섯은 영어 속명으로 “Aborted Entoloma\"(유산된외대버섯 한국미기록종 임시이름) 즉 외대버섯이 유산된 형태였던 것이다. 버섯 자실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일그러지는 것은 이 버섯 주변에 뽕나무버섯(Armillariella mellea, Honey Mushroom)이 있어서 뽕나무버섯 균사(菌絲)의 영향으로 제 모양을 갖출 수 없게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든지 이 \"솜뭉치버섯\"이 눈에 띄면 \"아하, 이 주변에 뽕나무버섯이 있구나!\" 하고 찾아보면 어김없이 뽕나무버섯이 발견된다. 그리고 외대버섯 종류는 대체로 모두 독이 있는데, 오직 \"유산된 외대버섯\"만 독이 없어 식용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산된 형태의 외대버섯과 제대로 모양을 갖춘 외대버섯이 함께 보이면 그것이 식용할 수 있는 버섯이라고 쉽게 식별해낼 수가 있다.

 

 

 

 

 

유산된외대버섯

ⓒ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유산된외대버섯)

 

버섯이 지닌 생명력 또한 가공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헤르쿨레스(Hercules)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의 아들로 최대의 영웅이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천하장사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헤르쿨레스의 괴력에 맞먹는 힘을 버섯이 지니고 있다하면 믿지 못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모래밭버섯(Pisolithus tinctorius)은 아스팔트 포장된 곳도 뚫고 솟아나고 포장용 판석(板石)도 마치 종이 카드 들어 올리듯 들어 올리고 돋아나기 때문에 그 강력한 힘을 가히 헤르쿨레스의 힘과 비교할만하다. 그렇다면 대체로 버섯처럼 부드러운 조직을 가진 것이 아스팔트 포장과 벽돌을 들어 올리고 돋아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그 대답은 살아있는 세포 속에 있는 팽창력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면 된다. 상당한 양의 팽창력이 버섯 균사 세포 안에 축적되다가 균사가 덩어리지게 자라면서 버섯 자실체를 피울 적에 엄청난 팽창력을 보이게 되고, 버섯이 자라는 동안 만나게 되는 걸림돌이 있으면 엄청난 힘으로 그것을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1882년 10월경 기록을 보면 뉴욕 주 버펄로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두께가 한 피트가 넘는 두 겹으로 된 대형 곡물창고 시멘트 바닥이 부풀어 올라 불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바닥이 터지면서 줄기가 약 2인치되고 넓은 갓을 가진 완전한 모습의 버섯이 돋아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1862년 경 영국 베이싱스토크(Basingstoke)라는 도시에 도로 포장을 하였는데 몇 달 가지 않아 도로면이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해졌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도로 포장 밑바닥에 깔아 놓은 무거운 돌들이 솟아오르더니 커다란 버섯이 돋아났다고 한다. 솟아 오른 돌들 가운데 한 개는 그 크기가 22x21인치나 되고 무게가 83파운드나 되었다. 결국 그 도시의 도로는 다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실제로 먹물버섯(Coprinus comatus)이 아스팔트는 아니더라도 돌을 깔아 놓아 아주 딱딱해진 자동차 길 위에 많이 돋아 난 것을 채취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뽕나무버섯이 돌 위에 돋아 난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참으로 버섯의 생명력은 놀랍고 신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

ⓒ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딱딱한 돌로 포장된 길도 치솟고 돋아나는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인데 채취하면 곧바로 갓이 피어나서 먹물로 액화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갓이 덜 핀 어린 것만 채취하여 곧바로 삶아두어야 한다. 중국음식에 들어가는 Straw Mushroom 비슷한 맛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