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발견의 기쁨, 그리고 그 유혹
야생버섯의 신비(6)
번데기동충하초
ⓒ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동충하초 모음)
버섯 발견은 예기치 않는 행운이기에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버섯 발견의 기쁨은 보석 발견의 기쁨 바로 그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꿈에 횡재하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버섯 발견은 바로 그 횡재하는 꿈이 실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20년 만에 숲 속에서 실제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친한 분 가운데 골동품을 찾아 벼룩시장을 거의 주말마다 뒤지는 분이 있다. 만일 희귀한 진품명품을 만났을 경우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버섯 발견의 기쁨도 바로 그 진품 발견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이 번데기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나비목의 번데기에서 오렌지색 곤봉처럼 생긴 버섯이 한 개 혹은 많이는 대여섯 개씩 돋는다. 번데기는 땅속에 들어 있다.)
특별히 2004년은 그 발견의 기쁨이 각별한 해였다. 버섯 연구 시작한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militaris 번데기동충하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마리)도 아니고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온 산에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캐어 낸 것만도 천 개(마리)가 넘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라고 하여 대 여섯 차례에 걸쳐 한 사람이 약 300여개씩 캐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가는 곳마다 동충하초가 많이 돋아난 것일까? 마침 2004년은 내가 사는 지역의 17년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였다. 6월 초 그 매미가 어찌 많은지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정도이고 구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충하초가 그 매미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인 줄 알았다. 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2004년도에 동충하초가 많이 돋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잘 갖추어져진 때문이었고 매미번데기에서 돋은 것이 아니라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이다. 그 때가 7월 하순 8월 초 무더운 때였다.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동충하초 뿐만 아니라 노란 꾀꼬리버섯도 온 산에 덮여 있었다. 동충하초는 그 길이가 약 3cm에서 5cm 반 정도 되는 곤봉모양의 오렌지 색깔을 띤 버섯이 땅위에 돋아있을 때 그 버섯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 보면 버섯이 새까만 번데기에서 돋아 난 것을 캐어낼 수가 있다.
꾀꼬리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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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 색깔이 노랗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하며 깔때기 모양에 주름은 내리주름인데 주름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7, 8월에 비 많이 온 뒤 해마다 같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이다. )
큰갓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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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갓버섯 Macrolepiota procera, 그 모양이 우산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Parasol. 견과류 맛을 가진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생식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계속 또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을 발견한 바로 거기 버섯의 존재 자체의 신비스러움을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섯 발견의 기쁨이 욕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암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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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버섯, 학명은 Naematoloma sublateritium, 영어 속명은 그 갓 색깔이 벽돌 색이라 하여 Brick Top 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죽은 나무 위에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아, 금년도 벌써 다 가서 이제 버섯 철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말한다. 포자색깔이 보라색인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을 늘 많이 만나지만 식용한 적이 없는데 버섯모임에 갔다가 만난 후미꼬라는 일본계 여성이 자기는 "미소 쑵"(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하여 나도 채취하여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고 씹는 감촉도 좋아 즐겨 식용하게 되었다.)
가을 어느 날 뽕나무버섯을 한 소쿠리 채취하여 산을 빠져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두 여성과 함께 오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손에 버섯 책을 들고 있다. 책이 새것인 것을 보아 방금 그 책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자연히 내가 채취한 버섯이 담겨 있는 소쿠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버섯 책을 들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산으로 조금 들어가면 죽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는데 어제 거기에 빨간 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섯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버섯 책을 사들고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하냐고 하면서 함께 가 보자 하여 그 분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그 버섯은 팽나무버섯(또는 팽이버섯 Flammulina velutipes)이었다. 그래서 학명이 생각나기에 그 분의 책을 받아 즉시 찾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버섯을 구경하였다. 물론 그 버섯은 식용이다. 색깔이 주황색인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버섯 줄기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은 갈색을 띄다가 차츰 검은 비로드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 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 비로드처럼 생긴 줄기 밑동을 가진 것이 그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인 것이다. 늦가을 버섯으로 서리가 내려도 돋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처럼 생긴 줄기가 긴 노란버섯은 바로 이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그 다음날 가지고 가 이모저모 사진을 찍었다. 그 버섯은 색깔이 너무 곱고 탐스럽게 다발로 돋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칼로 벨 수가 없어서 한 참을 서서 다시 감상만하고 돌아왔다. 채취하면 한 소쿠리는 되겠지만 욕심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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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리가 와도 돋는다는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중에 파는 노랗고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이 바로 이 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줄기 밑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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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끝으로 내려 갈수록 색깔이 점점 검어지는데 그 검은 모습이 마치 비로드처럼 생겼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징은 이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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