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중금속 중독에 관해서
우선 야생버섯 애호가들이 거듭 명심해야 할 것은 식용버섯들 가운데 어떤 것은 중금속을 흡수하여 집약 축적하는 성질이 있다는 점이다.
자주 가서 야생버섯을 채취하는 장소가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곰보버섯이 잘 돋는 옛 사과과수원, 그물버섯(Boletus edulis)이 잘 돋는 식목한 전나무 숲, 잎새버섯(Grifola frondosa)이 잘 돋는 길가의 커다란 참나무 밑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여기 덧붙여 참고삼아 중금속 오염 가능지역을 꼽아 본다면 자동차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 살충제, 제초제, 화학비료를 많이 살포한 잔디밭, 특히 골프장 주변, 살충제를 살포한 과수원, 광산과 제련소 지역, 농경지가 가까운 하천 둑, 목화밭, 그리고 자연적으로 비소 함량이 높은 지역 등이다.
식용버섯의 중독에 대해
2000년 말 미국 버섯중독 사례보고에 보면 독버섯을 먹고 중독된 사례가 많았지만, 놀랍게도 식용버섯이라고 알려진 버섯들을 먹고 중독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한 식용버섯들 가운데 뽕나무버섯(41건), 붉은덕다리버섯(39건), 곰보버섯(17건), 등색껄껄이그물버섯(13건), 심지어 꾀꼬리버섯(12건)과 잎새버섯(10건)을 먹고 중독된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식용버섯인데도 중독되었을까? 버섯중독 증상은 속이 거북한 것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 까지 상당히 다양하다. 아래에 열거한 버섯중독현상에 대한 원인설명을 알고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모든 버섯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말하고 싶다.
1. 버섯 과식: 어떤 음식이라도 과식하면 배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식용버섯이라고 해도 과식하면 배탈이 나서 토하거나 설사가 난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 일이다. 잘 익혀 조리된 버섯요리를 적당량만 즐기시면 될 것이다.
2. 알레르기 반응: 식용버섯이라고 해도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식용하려는 버섯이 처음 먹어 보는 것이라면 우선 한 두 개 정도 아주 조금 먼저 먹어 보는 것이 좋다. 하루 밤 자고 나서도 별 이상반응이 없다면 계속 적당량 식용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우리 한국 사람들이 늘 식용하는 느타리버섯을 많이 채취하였을 경우 별 염려 없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뽕나무버섯은 잘 나누어 주지 않는다. 혹시 나누어 줄 때에도 전에도 식용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없다면 잘 삶아서 한 개만 먼저 먹어보고 그 다음날까지 아무 탈이 없으면 볶아 잡수시라고 한다.
3. 식중독 현상: 이것은 채취한 버섯을 잘 다루어야한다는 상식만 있어도 예방할 수 있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상한 과일이나 토마토를 먹지 않는 것처럼 상한 버섯은 먹지 말아야 한다. 버섯을 채취할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 우선 신선하고 어린 것만 채취하고 채취한 버섯들을 플라스틱 봉지에 넣지 않고 종이봉지 아니면 소쿠리에 담아 와서 곧바로 손질하여 잘 삶아 두는 것이 좋다.
4. 오염된 버섯: 주택 주변이나 공원의 잔디밭에 돋은 버섯은 살충제나 살균제는 물론 화학비료로 오염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광산 지역의 야산이나 광산주변에 돋은 것은 광물폐석이나 광물부스러기로부터 발생한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기차 선로 주변에 돋은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5. 알코올 반응: 어떤 종류의 버섯은 알코올음료와 함께 먹으면 중독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야생버섯 요리를 먹을 때 알코올음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먹물버섯이나 두엄먹물버섯과 배불뚝이깔때기버섯은 알코올음료와 겸용하면 중독된다. 그래서 원래 버섯요리를 먹을 때에는 알코올음료를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6. 독버섯 중독: 독버섯을 먹었을 때 여러 다른 중독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야생버섯은 함부로 식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7. 상상 중독: 방금 식용한 버섯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깊으면 독버섯이 아닌 식용버섯을 먹었을 때에도 실제로 속이 거북하다든지 탈이 난 것 같은 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확실하게 동정된 것이 아니면 차라리 식용버섯일지라도 버리는 것이 백번 더 낫다.
8. 생식(生食)에 의한 중독: 식용버섯들 가운데 잘 익혀먹지 않으면 중독되는 종류들이 많기 때문에 절대로 야생버섯을 생식하면 안 된다. 뽕나무버섯, 곰보버섯, 붉은덕다리버섯, 큰갓버섯 등 모두 생식하면 중독되며 잘 익혀 먹으면 괜찮다. 물론 독버섯이라 해도 익혀먹으면 된다는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버섯생식문제는 중요한 문제임으로 다음 글에서 따로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한 가지만 덧붙여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식용버섯이라 할지라도 처음 시식해 보는 것이나, 또는 늘 채취하여 식용하던 버섯이라 해도 이주하여 새로운 지역이나 새로운 환경에서 돋은 것은 각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버섯 생식(生食), 과연 좋은가?
식당 샐러드 바에 가면 흔히 얇게 썰어놓은 생(生) 양송이를 볼 수 있고 거의 누구나 조금씩 가져다 먹는다. 향기도 좋고 씹는 감촉도 나쁘지 않으며 맛도 괜찮은 편이다. 많이 먹지 않고 몇 조각씩 조금만 가져다 먹는 관계로 이렇다 할 언짢은 느낌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 구이나 오리고기 구이를 먹을 때는 물론 버섯 샤브샤브를 먹을 때 보면 새송이나 팽나무버섯, 느타리버섯 등 여러 종류의 버섯을 거의 날것으로 먹다시피 살짝 익혀 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허지만 어떤 버섯이든지 날것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아마 버섯을 재배하시는 분들은 무슨 말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버섯이든지 생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왜 그럴까?
전혀 익히지 않고 우리가 생식하는 버섯은 주로 아가리쿠스 버섯의 일종인 양송이(Agaricus bisporus)인데 대체로 아가리쿠스 버섯 종류에는 아가리틴(agaritine)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이 아가리틴은 대사 작용에 의하여 쉽게 히드라진(hydrazine)으로 변화되는데, 이 히드라진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히드라진 성분은 여러 다른 종류의 식용버섯에도 들어 있지만 잘 익혀 먹으면 어느 정도 또는 모두 다 파괴된다. 그러나 버섯을 조리할 때 뿜어 나오는 증기를 들여 마신 요리사들을 병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생 양송이를 쥐에게 먹여본 결과 종양(암)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똑같은 암 발생 현상이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어떤 버섯이든지 날것으로 먹는다는 것은 발암물질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버섯을 잘 익혀 먹으면 그만큼 암 발생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버섯을 생식할 때의 맛과 잘 익혀 조리된 버섯의 맛은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버섯을 생식하는 것이 좋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버섯의 세포벽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섬유소의 파생물질인 키틴질(chitin)인데 인간은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효소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버섯을 생식하였을 경우 사람의 몸은 이 소화되지 않은 키틴질을 토해내거나 설사를 통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생 버섯을 조금만 먹었다면 다른 음식과 더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을 통과하겠지만, 장에 머문 키틴질에 박테리아가 생겨서 가스를 발생하거나 헛배가 불러 불쾌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버섯을 익혀먹으면 키틴질을 모두 파괴하지는 못해도 그 역효과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최근 중독사례들에서 배우는 교훈들
1. 중독증상으로만 보아서는 어떤 버섯을 먹고 중독되었는지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버섯사진을 가지고 버섯을 동정하는 것이 때로 위험하다는 점이다. 2012년과 13년 각각 한건씩 신부전증을 일으킨 사례가 있었다. 2012년에 일어난 신부전 사례는 그 원인을 알 수 없었고, 2013년에 일어난 사건은 아직 면밀한 조사 중이다. 버섯을 먹고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현재까지 미국 서북부지역에서 광대버섯류인 Amanita smithiana와 미시간에서 끈적버섯류인 Cortinarius orellanosus를 먹고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어 있을 뿐이다.
환자는 흰 주름살을 가진 버섯은 모두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배우는 한 가지 교훈은 버섯사진으로 버섯을 동정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이다. 야생 버섯중독으로 말미암은 신부전증이 매우 드물고, 버섯 중독으로 인한 횡문근 변성(rhabdomyolysis)을 유발한 신부전 사례가 보고된 것은 북미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이상하다. 심한구토와 설사로 인한 전해질 상실이 발생하였다. 이 환자는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statins)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전해질 상실의 결과로 횡문근 변성이 왔고. 이어서 신부전이 발생하였다. 스타틴 말고도 다른 약물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버섯 중독이외에 그 어떤 심한 위장 장애도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개 한 마리가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을 먹고 죽었다. 그 개를 치료할 때 아트로핀(atropine)을 두 번 투여하였는데 이 잘못된 치료가 개를 죽였던 것이다. 실제로 광대버섯을 먹고 중독된 경우 아트로핀 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중독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광대버섯의 주요 독성분은 무스카린(muscarine)이 아니고 무시몰(muscimol)과 이보텐산(ibotenic acid)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광대버섯 류인 광대버섯(Amanita muscaria), 마귀광대버섯(Amanita pantherina) 등을 먹고 중독되었을 경우 아트로핀 요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2. 인터넷을 통하여 버섯을 동정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점이다. 훈련받지 아니한 사람(버섯 새내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버섯도감이나 그 밖의 자료 이외에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버섯을 동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느 여성 한 분이 자기 개가 마귀광대버섯을 먹고 중독되었고 개가 보여주는 증상이 무시몰과 이보텐산으로 중독된 증상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보고된 중독증상은 마귀광대버섯을 먹고 중독된 현상이 아니라 말불버섯류로 말미암은 중독현상 lycoperdonosis에 해당하였다. 이 사실은 보내 온 버섯 사진을 보자 이내 증명되었다. 사진 속의 버섯은 바로 말불버섯 노균이었던 것이다. 그 여성의 편지에 따르면 개가 버섯을 덥석 물었을 때 암록색 포자가루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고 하였다. 개의 중독증상은 바로 이 말불버섯 노균의 포자가루를 흡입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3. 약용버섯 맹신과 남용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약용버섯 달임물을 마시고 중독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나무 위에 검은 혹 같은 덩어리를 차가버섯으로 오인한 경우이다. 두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약용버섯 달임물을 마시고 심한 불쾌감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사례는 검은혹버섯(임시이름, 한국 미기록종, Apiosporina morbosa) 채취하여 달여 먹었던 것이다. 모든 구멍장이버섯류(polypore)를 달여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한 약용버섯을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한다. 독버섯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야생버섯 채취자의 행동수칙 10계
1. 전체 자연 환경을 존중 보호할 것.
2. 야생동물이나 곤충도 버섯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사용할 만큼만 채취하고 남겨둘 것.
3. 야생버섯이 생장하는 환경을 마구 짓밟아 훼손하지 말 것.
4. 다 피지 않은 버섯은 아직 포자를 방출하기 전이니 싹쓸이 하지 말 것.
5. 버섯을 동정하기 위하여 걷어낸 목질 부스러기들은 다시 덮어 줄 것.
6. 버섯도감을 잘 활용하여 불필요한 버섯 채취를 삼가할 것.
7. 단일 종 버섯 채취시 반은 남겨 둘 것.
8. 버섯이 돋는 산이나 땅 임자의 허락을 받고 채취할 것.
9. 야생버섯 채취 금지구역이나 제한구역에서 채취하지 말 것.
10. 다른 사람들에게도 야생버섯 채취자의 행동수칙을 홍보 교육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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