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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누리 /사진 나들이

새순일 때 없애야한다.

by 지암(듬북이) 2016. 12. 6.


가시박.

생태교란식물.


낄낄!

하천 주변의 식물들을 한없이 덮었던 지난 여름을 추억하면서,

가시박 열매는 내년을 기다린다.

낄! 낄!


어리석은 것들!

몰래 땅 속에 숨었다가

조용해지면 다시 싹을 틔우면 되겠지.ㅎㅎ


그래.

그렇게 외치고 분노해라.

하찮은 것들.

신경쓸 가치도 없다.

살살 꼬드기면 헤헤하며 기대겠지.



찬 겨울 바람에 흔들며 이렇듯 무르익고,

이렇듯 열매에 가시가 있어

동물들도 우리를 먹기가 어렵지.ㅎㅎ

자!

이제 슬슬 떨어져 볼까.








에휴!

간신히 나왔네.

와아!

옆에 쑥이 제법 큰데.

안되겠다.

"안녕하세요" (지금은 굽신굽신해야 해)

"만나서 반가와요.

이번에 새로 돋아난 가시박 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홀로 많이 외로우셨을텐데...

제가 말벗이라도 해 드릴께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ㅎㅎ"



어리석은 것들!

온 하천을 뒤엎고 여유있게 햇님의 축복을 홀로 만끽하니

이것이 바로 덮은자들의 권리이다.

내 덩굴 아래 신음하며 쓰러진 하찮은 것들은 나의 거름이 되어 잘 썩고 있고..ㅎㅎㅎ


미련한 것들!

너희들의 몸을 튼튼하게 세워 준다며

너희들을 타고 오를 때,

좋다구나!

짝짝 박수치고,










이렇듯 예쁘게 가시를 달고 열매를 맺었다.



낄! 낄!





잠깐!

내 아래에서 모든 식물들이 다 거름이 되면 내년에는 어떻게하지.

적당히 덮어야겠구나.

적당히 살려주면서

적당하게 덮어야겠구나.

자!

이제 우리 낄낄대며 땅 속에서 내년을 준비하자!






새순이 나올 때마다 뽑아야한다.

혹은,

내년을 기약하며 잠시 주춤하는 열매를 모두 없애야한다.


깔끔하게 단죄하지 못하면

내년 여름 하천 주변에는 또다시 가시박으로 가득해지고..


그렇게 신음하며

그렇게 썩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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