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임금님
-김희식/시인·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사방이 두터운 잿빛 우울로 내려 앉아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의 현실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지펴지길 빕니다. 진정 올해같이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날들이 있었던가요. 내일을 가늠할 수없는 이 막막한 겨울에 서민들은 매일같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탄핵도 탄핵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삶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지요. 서민경제는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 나라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나 봅니다.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거리를 행진하던 벌거벗은 임금님은 아직도 본인이 옷을 벗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기를 당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권력의 마취를 당한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다고 얘기할 용기가 없었지요. 더군다나 이미 그들은 그를 이용해 자신의 영달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국민을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과 부만 생각하는 것은 지금과 유사하지요.
왕은 이미 벗겨져 아이들에게조차 조롱거리가 되고 있지만 자기에게 손가락질하는 국민들을 한탄한 채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현실이 지금 이 나라 우리의 현실입니다. 거리에서 어린 학생들의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광장에서 어린 손에게 촛불을 쥐어주고 웃는 저 젊은 부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나라는 무엇일까요. 진정 우리에게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와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연말만 되면 스스로가 무슨 도인이 된 것처럼 내려놓는 다는 말을 합니다. 참 좋은 얘기지요. 욕심 부리지 않고 몽니 부리지 않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착하게 살겠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요. 탄핵정국에서도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자리를 내려놓고 반성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촛불에 의해 끌려 내려오는 저 추악한 얼굴들을 보며 스스로가 우선 자각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압니다.
그러나 나는 이 내려놓는다는 것들에 대하여 또 다른 생각을 갖습니다. 그리고 함부로 내려놓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짊어져야하는 무게의 압박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는가요. 최소한의 자기 삶에 대해 매조지 못하고 남에게 전가시키는 모습들에 화가 납니다. 삶에 대해 책임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닌지요.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최선인 것이지요.
다시 모두의 안녕을 묻습니다. 국민들의 인내도 이제는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세월호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추한 우리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 막 발가벗겨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우리국민들은 울지 않고 참으로 씩씩하게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지요.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릅니다. 어린 아이들이 촛불을 들며 화사하게 웃습니다. 그래도 내일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음을 확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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