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데 누리 /사진 나들이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by 지암(듬북이) 2017. 1. 18.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 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한데 누리 > 사진 나들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남기   (0) 2017.01.19
추억   (0) 2017.01.18
허수아비   (0) 2017.01.18
담쟁이덩굴   (0) 2017.01.18
초평저수지 풍경   (0) 2017.0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