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 학교 숙제로 초등학교 6학년이 썼다는 ‘첫눈’
첫눈이 내린다.
맨 처음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맨 아래 있던 눈.
맨 아래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아래.
눈이 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녹아버린다.
중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중간에 있던 눈.
중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중간.
아래의 눈들이 얼려놓은 땅으로 힘들게 쌓인다.
맨 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맨 위에 있던 눈.
맨 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위.
아래의 눈들이 빚어놓은 푹신한 땅 위로 상처 없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첫 날에 내린 진짜 첫 눈은
언 바닥에 몸을 내박으며 물의 파편이 되어
지금쯤 하수구로 흘러들어 억울함에 울부짖고 있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난 눈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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