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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누리/나무

붉은인동, 노박덩굴

by 지암(듬북이) 2019. 5. 23.


붉은인동



17세기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향명 금은화초(金銀花草)란 기록이 있으며, 인동덩굴 꽃의 기혼과 미혼을 알려주는 명칭이다.

인동덩굴의 이와 같은 색의 조화는 결혼했고, 임신했다는 사실을 벌, 나비들에게 전하는 은밀한 신호체계이다.

결혼했는데, 중매쟁이가 자꾸 찾아온다면 그것은 도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지 않겠는가!

 

인동덩굴보다 꽃도 크고 색깔도 화려한 붉은인동(Lonicera periclymenum)이라는 서유럽산 화훼식물이 있으며,

그 향기는 면세점에 진열되어 있는 짙은 향수에 버금간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은은한 것을 내팽겨치고 지독하리만큼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었다.

강한 만큼 그 폐해도 크고, 타락하게 된다. 인동덩굴의 향기는 소란스럽지 않다. 향기는 백색일 때가 더욱 미묘하고 은은하다.

 

학교 정원에다 값비싼 붉은인동 대신에 아직도 값이 매겨져 있지 않은 인동덩굴 다발을 키워보면 어떨까.

숲 가장자리처럼 햇살이 잘 드는 따뜻한 정원이라면 어디든 잘 산다. 그냥 심어서 내버려둬도 잘 산다.

단지 메마르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인동덩굴은 지금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미국과 뉴질랜드, 호주의 온대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변에 귀화해서 자생한다.

- 한국식물생태보감 1
































노박덩굴



꽃은 암수딴그루 또는 잡성주로서, 5-6월에 피며 황록색이고, 취산꽃차례에 1-10여 개 달리고, 꽃대 길이는 3-5mm이며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5개이다. 수꽃은 5개의 긴 수술이 있으며, 암꽃은 5개의 짧은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줄기 끝부분에 상처를 입으면, 그것을 신호로 삼아 뿌리나 줄기에서 새싹을 왕성하게 만들어 내고 길게 뻗는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 잘 산다는 의미다. 대신에 산불 열기에는 취약해 산화적지(山火跡地)에는 드문 편이다.

 

노박덩굴, 칡, 인동덩굴은 북미 온대지역에서 나쁜 종으로 지목되는 3대 동아시아 덩굴식물종이다. 이들은 19세기 후반에 의도적으로 북미지역에 반입되었으며, 100여 년 만에 야생으로 널리 퍼져나가 살고 있다. 이제 와서 그들은 애물단지로 취급받고 있다.

 

첫서리가 내린 다음 날, 노란 껍질과 빨간 열매만을 매달고 있는 앙상한 가지 하나를 꽃병에 꽂아두면 거기에서 새 잎이 돋아난다. 그것은 흔해빠졌다는 노박덩굴이란 이름이 민망스러우리만큼 ‘원적(圓寂)으로부터 솟아나는 생명의 우주성’을 깨닫게 하는 순간을 연출한다. 열매가 달린 줄기는 모두 암그루다. 달콤한 종자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노박덩굴 암그루가 새들 눈에 잘 띄는 숲 가장자리 쪽으로 많이 분포하는 까닭이다.

- 한국식물생태보감 1














▲ 2019. 5. 22. 죽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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