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그 천(千)의 얼굴"
야생버섯의 신비(9)
고깔먹물버섯
ⓒ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고깔먹물버섯이 무리지어 돋아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학명은 Coprinus disseminatus. 영어속명은 Non-inky Coprinus 또는 작은 투구라는 뜻의 "Little Helmet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용버섯이지만 너무 작아서 식용가치가 별로 없다.)
버섯은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 직간접으로 녹색식물이나 그 밖의 기존유기물의 양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디든 유기질 양분이 있는 곳에서 돋아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생활 방식도 다양하다. 동충하초와 같이 곤충이나 벌레에 기생하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흰개미는 스스로 자기들 배설물 더미에 버섯을 재배하여, 그 균사를 유충의 먹이로 사용하다가, 유충이 성충이 되면 버섯이 돋아나게 함으로써 공생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 버섯은 반드시 흰개미가 사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버섯을 흰개미버섯(Termitomyces, Termite Mushroom)이라고 부른다. 그 흰개미는 특별한 종류의 개미인데 나무를 소화할 수 없어서 나무를 자기들 둥지로 끌고 들어가 쏠아 씹어서 버섯에게 주어 버섯이 자라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돕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버섯의 균사는 그들의 유일한 먹이이기 때문이다. 버섯은 자라면서 흰개미들이 나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렇게 흰개미와 버섯이 공생관계를 이루어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버섯이 자라는 아프리카에서는 희고 커다란 흰개미버섯을 사람들이 채취하여 즐겨 먹는다고 한다. 커다란 버섯 한 송이만 채취하여도 한 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다. 사실상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발견된 가장 큰 버섯으로 기록될 정도인데, 그 버섯 갓의 크기가 55cm나 되고 그 무게가 2.5kg(약 6파운드 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면 버섯 재배는 인간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흰개미들이 먼저 재배해 왔던 것이다.
버클리장미버섯(한국 미기록종, 임시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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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속명 Berkeley's Polypore. 버클리장미버섯이라고 한국이름을 붙여보았다. 학명은 Bondarzewia berkeleyi.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가로 약 60cm, 세로 45cm나 된다. 한국 미기록종인 듯하다.)
한국에 있는 버섯들 가운데 기록된 종류만 약 885종이나 되며(1990년 이태수, 한국 기록종 버섯 총목록에 따름. 그동안 신기록종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그 가운데 식용할 수 있는 것이 약 100종류 쯤 된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도 가령 북미주에서 기록된 것은 약 1000종류 정도이고, 계속 새로운 종류가 발견되고 있어서 실제로는 이 보다 얼마나 더 많은 종류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색깔도 다양해서 꽃처럼 모든 색갈이 다 있으며, 색깔도 몹시 고와서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 크기와 모양도 다양해서 점균으로 된 것에서부터 제일 큰 것으로 한 송이가 함지박만한 것을 발견하고 놀란 때가 있다. 버섯의 종류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독버섯의 경우에는 별의 별 희한한 독이 다 있다. 그 화학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노란털느타리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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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털느타리의 아름다운 모습은 환상적이다. 발견의 기쁨은 식용버섯을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만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 맛과 냄새도 다양하다. 버섯을 감별할 때 조금 씹어보아 맛을 보는데(물론 치명적인 독버섯을 감히 맛볼 사람은 없다!) 쓴맛, 단맛, 신맛, 호두 맛 등 다양한 맛이 있다. 냄새도 향긋한 버섯 특유의 향기 말고도, 무 냄새, 마늘 냄새, 생선비린내, 구수한 간장 냄새, 날 콩나물 냄새, 맛있는 냄새, 역한 냄새, 구린내 등등 여러 가지 냄새로 버섯을 식별한다. 특별히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파리와 같은 곤충을 불러서 포자를 퍼뜨리기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버섯 가운데 이미 잠간 살펴보았지만 말뚝버섯(Phallus impudicus)이라는 재미있는 버섯이 있다.
화분에 옮겨심은 말뚝버섯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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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옮겨 심은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의 유균)
화분에서 돋아나기 시작하는 말뚝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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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옮겨 심고 물을 조금씩 뿌려주기 시작한지 하루 반 만인 오전 8시 반의 모습).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보면 "욕설의 리얼리즘"을 말하면서 버섯에 비교하여 언급하고 있다. "버섯이 아무리 곱다한들 화분에 떠서 기르지 않듯이 욕설이 그 속에 아무리 뛰어난 예능을 담고 있다한들 그것은 기실 응달의 산물이다." 물론 버섯은 화분에 옮겨 기를 수 없고, 응달의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바로 그 말뚝버섯의 메추리알 같은 유균(幼菌)을 떼어내어 집에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어두고 물을 주면 이 삼일 안에 희한하게도 그 말뚝버섯이 돋아나서 자란다. 이 말뚝버섯은 메추리알 보다 조금 더 큰 알에서 돋아나 갓에 해당되는 곳에 냄새나는 짙은 초록색 점액질이 있어서 파리들이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거의 반나절이면 깨끗이 빨아 먹고 포자가 파리 다리나 몸에 묻어서 파리가 날아다닐 때 날아가는 곳마다 포자를 퍼뜨리게 된다. 길게 뻗어 오른 그 버섯모양이 꼭 사춘기 소년의 "귀한 물건"만 하게 크고, 그 생긴 것도 영락없이 그 귀한 물건 형상이다. 그래서 이 버섯의 학명 Phallus 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그 뜻은 남근(男根)을 의미한다. 꼭 귀두처럼 생긴 갓 표면에 암록색 점액이 잔뜩 붙어 있는데 그 냄새가 고약하여 파리를 부르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역한 냄새라고 하여 이 버섯을 영어 속명으로 “Stinkhorn”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 코에는 날 콩나물 냄새가 나서 역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피어나기 전 메추리알 같이 생긴 유균(幼菌)을 국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나는 먹어보지는 않고 그 버섯 알 한두 개를 채취하여 화분에 올려두고 물을 조금 주면 하룻밤 사이에 한 뼘이나 되는 말뚝버섯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감상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막 돋아 난 말뚝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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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많이 돋아났다. 오전 10시 반의 모습)
화분에서 다 자란 말뚝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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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다 자라났다. 오후 3시 반의 모습. 보시는 바와 같이 이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는 암록색 점액이 묻어 있는 두부 표면이 곰보버섯처럼 요철 모양이 없고 과립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두부가 곰보형으로 되어있는 말둑버섯 Phallus impudicus 와 다르다.)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에는 그 향기 좋기로 유명한 송이버섯이 돋지 않는다. 서부지역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서 열린 버섯모임에 갔다가 그 귀한 송이버섯을 구경하고 그 냄새를 기억하느라 몇 번씩, 오랫동안 코에 대고 있었다. 그 냄새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나 그 냄새를 머리에 기억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어디서든지 송이버섯을 발견하게 되면 냄새로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버섯의 다양함을 접할 때마다 다양하게 서로 다름을 용납하고, 서로 다르지만 함께 받아주면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한국 SBS-TV에서 제작한 한국의 버섯 다큐멘터리, “버섯-그 천의 얼굴”이라는 제목이 그 다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다양함 가운데 버섯들을 식별하고 구분할 수 있는 숨어있는 비밀들을 읽어낼 때 맛보는 희열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갓 위에서 본 붉은점박이광대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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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 본 붉은점박이광대버섯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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