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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누리/아이 곳간

세계 여러나라의 유아교육- 일본, 독일, 이스라엘, 미국

by 지암(듬북이) 2016. 3. 9.


 



일본의 유아교육

1. 일본의 유치원과 보육원

 

유치원

일본 3-5살 어린이의 80%는 보육원이나 유치원에 다닌다.(보육원 40%, 유치원 60%)

 

유치원은 반나절 수업을 한다. 문부성 관할 아래 교육기관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1993년 현재 15,000 군데 정도 있고, 이 중 국·공립이 40% 정도된다.

 

교과과정은 미국의 유치원과 비슷한데 미국에 비해 학습보다는 놀이에 치중하는 편이며, 생활 지도는 가정에서 해주기를 요구한다. 공립은 매달 3천 엔(약 4만 원)의 고정적인 등록금을 내며, 사립은 유치원마다 등록금이 다르다. 그러나 공·사립을 막론하고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부모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중국에 비해 비싸지만 미국에 비하면 저렴하다(미국의 1/3).

 

유치원은 보육원과 달리 쉬는 날이 많고 방학도 자주 있다. 소풍과 같은 행사도 많고 엄마들이 참여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갖가지 준비물이나 옷도 보내주어야 하고,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것도 엄마의 헌신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를 보내기 어렵다.

 

학부모들은 보통 사친회에 관계한다. 사친회는 행정, 감시 기구라기보다 봉사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주로 행사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무대를 준비하며, 시설을 들여놓기 위한 자금계획을 세우는 일을 한다. 유치원 측에서는 사친회 모임 외에도 육아 강연, 어머니 배구 팀 등의 행사나, 영어회화와 같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아이들이 특활을 하는 시간에 엄마들끼리 만날 기회를 준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생활에 활력을 주는 기능도 한다.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은 교사의 꼼꼼한 관찰기록과 연락장을 통해 자주 이루어지는 편이지만, 실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공식적이고 의례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히기 꺼리는 관습이 있어, 서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보육원

일본의 국민생활백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취업주부는 70%나 된다. 그러나 일본 주부들은 주로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 근무를 많이 한다. 일본 주부들이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본의 납세 제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남편의 연간 수입이 1천만 엔 이하이면, 아내의 연간 수입이 100만 엔이 넘지 않아야 35만 엔의 '배우자 공제' 혜택을 준다. 그래서 주부들은 연간 수입을 계산해 총 100만 엔이 넘지 않는 선에서 맞벌이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이 아직 가정교육을 중시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중국이나 서구 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일본에는 아직도 \'어린이는 어머니가 직접 키워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엄마들은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최소한 보육원에 다니는 아이는 직접 데려오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하교시간에는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맞이하기 위해 오후 5시 이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은 피한다.

 

주부들이 직장생활을 하기가 힘든 것은 일본도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공립 보육원 등 탁아제도는 발달하여 있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14주의 출산 휴가도 무급이며 그 이외의 사회보장은 아직 서구에 비해서는 미비한 편이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엄마들은 자녀들을 주로 보육원에 보낸다. 보육원은 생후 6개월- 6살까지의 아이들을 받는데 우리 나라의 종일 놀이방과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보다는 체계적인 편이고 국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

 

보육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여는 것이 원칙이나 더 일찍부터 더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도 많다. 연령별로 나누어 반을 편성하며, 주로 엄마 역할을 대신하여 생활 지도를 중점적으로 해줌으로써 아이의 발육을 돕는다. 또 유치원과 달리, 간식과 점심을 제공하는데 위생과 영양 면에서 수준 급이다.

 

보육원은 후생성 관할 아래 복지기관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재정의 90%는 정부나 지역기금으로 충당된다. 부모들은 수입에 따라 보육비를 내는데(아빠 수입의 2.5% 정도), 저소득층에게는 유치원보다 싸며, 중류층에게는 유치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육원에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아이만 받으며, 입학자격이나 보육비 수준은 시 복지사무국에서 결정한다.

 

유치원과 보육원의 관계

 

전통적으로 유치원은 중류층의 자녀를, 보육시설은 노동자층의 자녀를 위한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도 보육원과 유치원간에는 설비나 종사자의 보수나 자격 등에서도 차별이 있다. 게다가 일본의 유치원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머니에게 중산층의 지위와 의식까지 제공한다. 그래서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는 주부는 오후에 일할 때 아이를 친척에게 맡기면서도 보육원이 아닌 유치원에 등록시킨다. 사립 유치원들은 이런 엄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이에게 화려한 제복을 입히고 특별활동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요즘은 보육원과 유치원의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가 늘어나고, 높은 지위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들이 자녀를 보육원에 많이 보내고 있어 보육원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에서는 평균 자녀수가 1.38명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으며 어린이 인구가 노인 인구보다 적다. 그래서 많은 유아교육기관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교육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어 활로를 찾고 있다. 방과후 레슨이나 과외지도, 학부모를 위한 특별학습 지도반, 노인학 프로그램까지 제공하여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이용하는 지역 센터의 기능을 맡고자 한다.

 

일본의 유아교육기관은 다른 나라보다 단일한 형태이다. 정부는 교과과정과 보육교사 자격 규정 등을 수립하여, 일본 전 지역 유아교육기관의 교육방법이나 내용이 비슷해지도록 체계화하고 있다. 운영 면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비율, 학급 크기, 교사와 경력, 학급지도와 관리 등 모든 면이 체계화되어 있다.

 

교사의 경우, 유치원에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 보육원은 보모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일본 보육교사 나이는 평균 25살이다. (미국 31살, 중국 37살) 대체로 미혼여성인 교사들은 대학 졸업 후 4-5년 정도만 근무하다가 결혼이나 출산을 계기로 퇴직한다. 교사들은 긴 근무시간과 대단위 학급을 맡아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봉급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으로서의 의식이 강하여 학부모로부터 돈 봉투나 선물을 받는 경우도 없으며 소풍을 가도 자기 도시락은 자기가 준비할 만큼 깨끗하다고 한다.

 

2. 유치원은 입시열차의 휴게실

 

'입시지옥', '교육엄마'들에 대한 소문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이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는 나라로 본다. 사실 일본 아이들은 국제적인 학력 경시대회에서 다른 나라 아이보다 성적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유치원에서는 읽기, 쓰기, 산수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 읽기를 배우므로 유치원에서 따로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집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산수과목도 대부분의 일본 유치원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이들을 너무 일찍부터 공부하라고 압박하면 긴 경주의 결승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지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초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기 위하여, 좀더 근원적인 예비 학습능력을 길러 준다. 학교에 대한 긍정적 태도, 남과 잘 어울리는 능력, 인내심, 집중력, 집단 구성원으로서 사회성 등 인성발달을 강조한다.

 

인내심을 키워주는 것은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의 유치원이나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두 살 때부터 용변 가리기와 옷 입기를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는 이유도 인내심을 키워주는 게 주목적이다. 사실 손놀림이 서툰 두 살배기 아이들이 혼자서 용변을 처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가 혼자서 진땀을 빼더라도 스스로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울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줄 뿐이지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일본의 유치원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유치원보다도 놀이를 강조하는 편이다. 일본 아이들에게 유치원은 초등학교 이후의 입시지옥과 경쟁사회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쉬어 가는 일종의 휴게실인 것이다.

 

일본의 유치원에서 집단주의적인 활동인 음악을 강조하는 점은 중국과 비슷하다. 일본의 보육교사들은 피아노를 잘 치고 대부분의 학교에는 피아노나 오르간이 있다. 모든 활동의 시작과 끝은 음악으로 한다.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학예회 활동도 많이 한다.

 

만들기도 자주 하는데, 주로 재활용품을 재료로 활용한다. 덕분에 선생님은 폐품을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 전문가가 되고, 아이들도 빈 우유팩이나 음료수병은 반드시 씻어서 챙기며 재활용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일본의 유치원에는 아침 등원 때 신문지나 종이 상자를 들고 오는 어머니들이 있다. 또 교문 앞에는 "빈 우유팩을 보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라는 게시문이 붙기도 하고, 폐품을 준비해 달라는 가정 통신문이 자주 전달된다.

 

고구마를 캐는 것이나 동물을 기르는 것도 주요한 프로그램이다. 유치원에 우리를 마련하여 염소나 오리, 토끼, 닭을 기른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에 등원하면 동물들과 인사를 나누며 일과를 시작하고, 당번을 정하여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동물 기르기를 통해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동물이 병들어 죽거나 새끼를 낳는 것을 보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섭리를 깨달으며,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마음도 갖게 된다고 한다.

 

일본 문부성과 후생성은 유치원과 보육원에서 학습과 인성발달의 균형을 취하도록 공식적으로 소풍, 체조, 건강, 경마훈련, 사회, 자연, 음악, 리듬과 무용, 미술과 공작을 가르치도록 권장하고 있다.

 

 

독일의 유아교육

1. 유아원과 유치원

 

독일은 종일반 중심으로 유아 교육을 하는데, 3살 미만의 아이는 유아원(Kinderkrippen), 3-6살의 아이는 유치원(Kindergarten)에서 다니며, 초등학생들의 방과후 보육(호르트)도 활성화되어 있다.

 

유아원을 의미하는 크리페란 예수님의 말구유를 뜻이다. 여기는 주로 맞벌이나 공부를 하는 부모의 자녀들을 돌보아주며, 부모들의 수입에 따라 저렴한 보육료를 받는다. 유치원에 비해 탁아의 차원이 앞서지만, 점점 교육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유치원과 비슷하게 실내놀이와 야외놀이를 번갈아 가며 하며, 보육 프로그램 운영은 교사에게 재량권이 많은 편이다. 교사와 유아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소규모인 경우 1: 3이며, 6명의 영아들이 한 반이다.

 

유아원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 보육한다. 또 바쁜 부모들을 위해 점심 시간에도 문을 닫지 않고 운영한다. 점심은 엄마가 집에서 준비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부모들로부터 식대를 받아 점심을 만들어 준다. 식단은 육류와 단 음식은 적게 하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곁들인 곡류 위주로 짠다. 어떤 곳은 저녁 식사까지 먹여서 보내는 곳도 있는데, 대체로 하루 9시간 이상의 보육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해롭다고 하지 않는 편이다.

 

유치원(Kindergarten)은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뒤, 많은 나라들이 본받아 수용한 교육기관이다. 보통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등의 세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교육 시간은 오전반과 오후반은 4시간이고 종일반은 8시간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오전에만 유치원에서 지내며 오후에는 가정에서 보낸다. 학급당 인원은 20명이며, 여러 연령을 섞어 학급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은 1:10이다.

 

유치원은 유아원보다 이용률이 훨씬 높다. 1993년엔 약 220만 명, 3-6살 아이들 중 약 80%(구 동독은 91.1%, 구 서독은 67.9%)가 다녔다. 의무교육은 아니며, 공사립을 막론하고 유상인데, 부모가 수입에 따라 무척 저렴한 보육료를 받으며, 수입이 아주 적을 땐 면제해준다.

 

1990년대 초 구 서독에만 2만 4천여 개가 있는 유치원들은 약 1/3이 정부(보통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것이다. 나머지는 사립인데 교회가 설립한 것이나 기업체의 지원을 받아 직장의 사원들이 연합해 만든 유치원들이다. 독일의 사립유치원은, 부유층을 위한 유치원이라기보다는 발도르프 유치원처럼 대안교육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곳도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대부분 공립 유치원과 운영 방식이 비슷하다.

 

이외에도 독일에는 유치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으로 다음과 같은 곳이 있다.

 

* 학교유치원(Schulkindergarten) ;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만 6살이 되어도 신체, 심리적으로 학교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다. 일반 유치원과 다른 점은 공공기관이며 초등학교의 한 구성부분이라는 점. 주로 대도시의 초등학교 안에 설치되어 있다. 입학 여부는 의사와 담임 교사의 권유에 따라 부모가 자유롭게 결정하며 교육비는 무료이다. 교육 기간은 1-2년. 1년 뒤 학습 능력이 개선되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수 있다. 학습 방법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놀이 중심이 아니라 읽기, 쓰기, 셈하기 등 초등학교 학습을 준비하는데 역점을 둔다. 몬테소리 교구를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 시작 학급; 역시 초등학교 안에 부설되어 있다. 학교 유치원과 달리 재능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곳. 5-6세의 아동을 받아들여 하루 3시간 정도 교육한다. 교육 연한은 2년이고 초등 학교 1학년과 연결 지어 하나의 단위로 한다. 첫 1년은 유치원과 비슷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2년째에는 초등 학교 1학년에서 요구하는 교과 중심의 학급으로 전환한다.

 

2. 어린이의 정원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자연과 동화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그들은 주로 산림 지역이나 녹음이 형성된 변두리 지역에 유치원을 세운한다. 특히 가르텐이라고 부르는 유치원 뒷마당은 건물 면적보다 몇 배나 넓게 만들어, 놀이터뿐 아니라 야외 학습장 구실을 하도록 한다.

 

유치원의 창시자인 프뢰벨도 직업이 산림관이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유치원을 열며 '어린이의 정원(kindergarten)'이라 불렀다. 즉 유치원이란 아이들이 지식을 배우는 장소라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뛰어 노는 공간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유치원에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이 많다. 레고나 듀플로 같은 몇 가지를 빼면 온통 나무로 된 것들이라 마치 교실이 통나무집 안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나무 장난감은 가격은 비싸지만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으며, 만약 쓸모가 없어져도 태우면 완전 연소가 되므로 환경 오염의 소지가 없다. 그러니 긴 안목으로 보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특히 발도르프유치원 같은 곳에서는 자연 소재의 장난감만 사용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촉각을 속이며, 상품화된 완제품들은 아이의 상상력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블록이나 퍼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대신, 다양한 모양의 나뭇가지와 나무토막들, 그루터기, 돌, 밀짚, 양털, 조개껍질, 솔방울 등이 놀이도구로 쓰인다. 이런 장난감들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며, 아이 스스로 다양하게 갖고 놀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더 높다.

 

일반 유치원에서는 재활용품도 훌륭한 장난감이 된다. 마치 고물상처럼,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만든 소품들로 교실을 꾸미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눈에 띌 때마다 '놀이 재료'들을 유치원으로 보낸다. 유행이 지난 핸드백, 고장난 손목시계, 선글라스, 아기 담요....만들기 재료도 거의 사서 쓰지 않는다. 폐품상자나 종이, 직접 만든 밀가루 찰흙이나 풀, 산책을 하며 주워온 나뭇잎이나 도토리, 재생지나 이면지 .

 

그런데 이렇게 재활용품을 많이 쓰는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아이들이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놀 때 상상력이 더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을 소재로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물이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 한 예로, 초등학교에서 개구리 실험을 할 때는 관할지역의 산림관에게 필요한 수만큼 개구리 알을 부탁한다. 그리고 개구리를 잘 키워 얻어온 알의 개수만큼 다시 산림관에게 돌려준다. 의과대학에서 실험을 할 때도 산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죽은 개구리를 구해 사용한다.

 

이처럼 철저하게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자세는 아이들에게 저절로 자연을 사랑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이스라엘의 유아교육

1. 이스라엘의 유아교육 기관들

 

아동 교육은 공동체가 책임질 가장 큰 문제로 보는 전통에 따라 이스라엘에서는 전 국가적으로 교육을 강조한다. 유아교육 보급률도 높아 현재 3살 아이의 76%, 4-6살 아이의 94-98%가 유아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4살 아이들은 공립 유치원에, 5살 아이들은 의무 유치원에 다니는데, 의무 유치원에서는 국가에서 모든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1년 동안 무상 교육을 한다.

 

어린이집에는 약 5만 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이 중 87%가 생후 3개월부터 3살 이하의 아이들이다. 어린이집은 국가의 보조를 받아 자원봉사 여성단체에 의해 운영되며 대부분 지역사회센터 안에 있다. 개발 지역에는 공립과 무료 어린이집도 많이 있다.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문을 열며, 아침 식사를 비롯한 급식과 간식을 제공한다.

 

오전에는 유치원과 같은 내용으로 지도하는데, 자유놀이가 중심이며 그룹별 집단활동을 많이 한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오전에 유치원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가까운 지역 사회 센터로 이동하여 어린이집 '오후반(afternoon club)'에서 특별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스라엘에는 학교마다 학부모 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그 역할이나 분위기는 우리 나라의 자모회와는 상당히 다르다. 매달 열리는 학부모회의에는 95% 이상의 출석률을 보이며, 회의에서 토론은 자연스럽고 활기 차다. 학교측은 교과편성과 운영방침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일도 부모들과 의논하여 결정한다. 학부모들과 교사와의 관계도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며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학부모회의는 월 1회 정도 공개 강좌를 통해 육아 정보를 주는 부모 교육시간으로도 활용되며, 부모들이 일일 보조 교사로 학교에 나오기도 한다. 그들은 교사나 학교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주체가 되는 교육을 하는데, 다음은 그러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연 시간. 한 아이가 선생님께 야생 식물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그것은 선생님도 모르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식물학자인 학부모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다음 날 그 학부모는 유치원에 식물 도감과 슬라이드를 들고 와 그 식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수업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열은 높지만 자기 아이만 잘 봐 달라는 식의 청탁이나 '촌지'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스라엘에서는 교사가 학부모에게서 뇌물을 받으면 형법상으로 처벌을 받는다. 즉 그들은 내 아이만 잘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단합해서 제도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 '모두가 함께 크는 교육'을 지향한다.

 

현재 인구 53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의 유아교육기관은 총 8천 5백여 개이다.(공립이 90%) 그런데도 전 인구의 90% 이상이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 1980년대 이후로는 계속 시설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집은 수요에 비해 모자라, 하나의 시설에 많은 아이를 수용하거나 비전문적인 보모가 돌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3살 이하의 아동들을 탁아모의 집에서 돌보는 가정보육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가정 보육은 지역 사회 기관에서 후원을 받고, 국가의 운영과 감독을 받는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도 관리자가 부족의 문제점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영·유아원에서 대학까지 일반인 학교와 종교인 학교로 나뉘어져 있다. 유아교육기관의 경우 일반인 학교가 72%이고 종교인 학교가 28%이다. 종교인 학교에는 대부분 정통 유태교인 집안의 아이들이 다닌다. 그런데 교재의 대부분이 성서이다 보니 일반 학교보다 글자를 빨리 가르치고 암기식 교육에 치중하며, 수학이나 과학도 가르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현대 문명을 철저히 외면하고 성경과 종교의 율법에 따라 아이를 기른다.

 

일반인들도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속에 유태교적인 것이 몸에 배어 있지만, 종교인 학교의 교육이 보수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일반 학교에서는 탈무드는 고전으로만 여기므로 교과목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2. IQ+EQ 발달을 위한 통합교육

 

유태인 엄마들은 아이들과 신체 접촉을 많이 하고, 아주 열심히 노는 편이다. 그리고 같이 보내는 시간의 길이보다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하여 더 많이 신경 쓴다.

 

유태인 엄마들이 아이와 자주 하는 놀이는 다양하다. 첫째,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둘째, 블록놀이와 조각 맞추기(퍼즐)처럼 관찰력과 구성력을 필요로 하는 놀이도 자주 한다. 이런 놀이는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손가락을 많이 쓰도록 하는데, 연령이 낮은 아이일수록 필요한 놀이이다. 그들은 그림을 그릴 때도 아이의 손을 붙잡고 그려주는 법이 없다. 혼자서 마음대로 그리도록 내버려둔다. 이스라엘에서는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에게 사인펜이나 색연필을 주지 않고 크레용을 쓰게 한다. 그 이유는 크레용을 쓰면 몸을 움직이며 힘을 들여야 하므로 손가락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셋째, 찰흙놀이,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기 등도 일상적인 놀이 아이템이다. 이런 놀이는 아이에게 촉감과 쾌감을 주면서 정서 발달과 두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첫돌 이전의 아기들은 거울놀이도 자주 한다. 거울을 통해 무서운 표정을 지어본다든지 자신의 웃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이의 자아를 키워준다. 또 아이가 짜증을 부리면 욕조에 집어넣고 물놀이를 시킨다. 물놀이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놀이이다. 이외에도 아이의 감각을 발달시키기 위한 놀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엄마들은 무엇을 하고 놀든지, 한 가지 놀이만 하는 게 아니라 두세 가지 놀이를 연결하고 노는 동안 대화를 주고받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교육\'이 되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신체 발달과 IQ+EQ 발달을 함께 도모하는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도 일상의 소재를 활용하여 자유 놀이를 중심으로 한 통합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그들은 특히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재미있게 가르쳐 집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유아교육

 

1. 칭찬 교육

미국 아이들은 누구나 하루 한 번씩은 반드시 칭찬을 받는다. 정리를 잘해서, 인사를 잘해서, 큰소리로 대답해서....사소한 일이지만 칭찬을 받은 아이는 하루가 즐겁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시시한 발표회를 하거나 작은 선물을 만들어 올 때도, 엄마들은 그 자리에서는 물론이고, 가족이 다 모인 식사시간에도 반드시 칭찬해준다.

 

아이가 말썽을 부리거나 부진할 때도 우선 장점을 찾아 칭찬부터 해주고 어떠한 점 한 가지만 고치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누구든지 잘못을 저지르면 우선 긴장하게 되는데, 그런 사람에게 큰 소리를 치면 오히려 의욕이 없어지고 반발심만 더 생긴다. 그러나 칭찬을 받으면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더 잘하려고 한다.

 

칭찬 교육법은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보인다. 교사들은 항상 사탕을 많이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안 해오면 혼난다고 말하지 않고, 숙제를 잘해 오면 사탕을 주겠다고 말한다. 잘못했을 때 혼내기보다는 잘 하면 크게 칭찬하는 것이 그들의 교육방식인 것이다. 특히, 학생들을 절대로 직접 비난하지 않으며, 문제아에게도 우선 그 아이의 장점부터 부각시켜 준다. 이런 교사의 칭찬 한 마디는, 아이가 자신의 특기를 살려 나중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떤 유치원에서는 1주일에 1시간씩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학급친구의 장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러면 "그림을 잘 그린다", "청소를 잘 한다"와 같은 흔한 칭찬에서부터 "신발 끈을 잘 맨다","목소리가 듣기 좋다"와 같이 독특한 칭찬도 나온다. 이런 칭찬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의 개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정도 돈독하게 만든다. 학급 분위기도 훨씬 화기애애해지니까 교사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칭찬을 남발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은 늘 칭찬 받기를 바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땐 자신의 똑똑한 이미지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칭찬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우선 일의 결과보다는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며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인격에 대하여 추상적으로 평가하는 말(예; 착하다, 예쁘다)보다는, 생활 속에서 부모 자신이 느낀 긍정적인 감정을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다.(예; 네가 청소하는 것을 도와주니, 엄마 일이 한결 수월하구나.) 칭찬 교육은,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모든 아이 하나하나가 특별한 아이'라는 관점에 서서 아이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법이다.

 

또 미국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를 할 때, 꼭 눈맞춤(eye contact)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아야 상대의 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 나라와 달리 어른이 꾸중할 때 아이가 고개를 숙이면 어른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눈길을 피하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아이가 말을 할 때 부모가 눈을 맞춰주면 아이는 '엄마 아빠를 나 혼자 차지했다', '나는 엄마 아빠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라는 기쁨을 느끼는데, 그것은 장난감을 가졌을 때 즐거워하는 마음과는 다른 것이며, 아프고 불안한 마음을 감싸주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2. 자유로운 수업 시간

미국의 한 유아원. 소꿉놀이 코너에서는 리사와 로즈와 데릭이 놀고 있다. 리사는 어머니고 로즈는 아주머니다. 아이들은 어른 옷을 입어본다. 데릭은 리사가 아기 역할을 하라고 하자, 싫다면서 애완견 노릇을 한다. 그래서 먹을 것을 달라고 네 발로 기면서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블록코너에는 남자아이들이 블록으로 집을 지을까, 고속도로를 만들까 논쟁 중이다. 이야기 코너에서는, 선생님이 켈리와 수지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다. 그 옆에서 피터는 어떤 학부모가 학교에 기증한 낡은 라디오의 나사를 돌리고 있다. 사라는 금속 고리를 가지고 논다.

 

또 다른 유아원. 이 유아원의 아이들은 매일 연극, 춤, 미술, 음악, 자유놀이, 글자숫자학습 등 6개 섹션을 돌아다닌다. 재능과 흥미를 보이는 섹션에 한두 시간 더 머물 수 있다.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자유놀이 섹션으로 옮겨 장난감놀이를 한다. 단 하루 일정의 절반 이상을 이 섹션에서 보내는 것은 금지된다.

 

'자유놀이 수업'은 미국 유치원 교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들은 이 시간 동안, 자신들의 흥미에 따라 여러 활동을 해 본다. 아이들은 이렇게 노는 동안 자연스럽게 수에 대한 개념이나 글자도 익힌다. 또 스스로 활동을 택하므로, 자신감과 책임감도 발달시킨다.

 

또 아이들이 활동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도록 교육재료를 잘 마련해두는 것도 미국 유아교육기관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들은 아이들 개개인마다 기질, 흥미, 능력, 발달의 정도가 다른 개성을 가진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모든 아이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놀이를 하는 지도방식을 반대하며, 개인의 권리와 우선권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 자체가 유아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다.

 

" 아이의 내면에는 분출하려고 하는 어떤 잠재성이 있다. 놀이는 아이가 이런 것을 표출하여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기회를 준다. 아이들은 혼자 할 기회를 주면 놀랍도록 창의적이다. 이런 창의성은 일부러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과 환경에 의해 키워지고, 격려 받는 것이다. "

 

미국교육의 일관된 목표는 창의성 계발이다. 미국 민담에서는 남을 따라가는 개미군단 정신의 소유자보다는, 독불장군처럼 인습에 저항하는 반항아나 자수성가한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렇다고 그들이 개인주의만 무조건 강조하고 사회성이나 협동심을 지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핵가족의 울타리가 높다. 특히 중산층 아이들은, 교외에 이웃과 멀리 떨어진 집에서 살며 자동차 문화권에서 자라기 때문에,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이 없다. 더구나 바쁜 부모들이,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대신 물질적인 것이나 텔레비전으로 회유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혼한 아버지가 1주일에 한 번 자녀를 데리고 외출하여 아이스크림과 장난감을 사주고 영화를 보여주는 경우도 흔한데, 이것은 아이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 동안 교사들은 놀이를 눈에 보이지 않게 체계화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 사귀기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쓴다. 어떤 친구라도 배척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치며, 우정을 사고 파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사회성 지도를 한다고 해서, 집단체조나 집단율동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미국은, 평등보다는 자유를,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더 강조하는 나라인 것이다.

 

3. 민주시민이 되는 연습

교사; 파란 새와 빨간 새가 싸웠어요.

 

아이들; (싸우는 시늉을 하며) 와! 와!

 

교사: 이젠 뭘 해야 하지?

 

아이들: 화해요.

 

교사; 화해는 어떻게 하지?

 

아이들; (서로 껴안으며) 미안해요!

 

 

 

 

미국의 수업 시간표엔 도덕 과목이 따로 없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의 갈등을 대화로 풀어 나간다. 아이들이 싸우고 말썽을 일으키면 꾸중을 하기보다는 각자에게 반성하는 시간을 준다. 어른들과 문제가 발생해도 직접적인 반응은 피하고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 싸우면 교사는 재판관이 된다. 우선 아이들이 자기 입장을 말할 기회부터 준다. 또 아이들이 화가 나거나 좌절하면 첫 반응이 상대방을 때리는 것이지만, 교사는 손보다 말로서 자기 기분을 표현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죄가 증명될 때까지는 무죄이며,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말과 이성이 주먹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을 배운다. 이렇게 이끄는 것은 시간은 걸리지만, 무조건 강요하고 타이르는 방식보다 교육적 효과가 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은 법과 선거와 소송을 통해 일상생활의 소소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익숙한 나라이다. 유아원이나 유치원에도 학급에는 여러 가지 규칙과 이것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것은 초․중․고등학교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아무 때나 간식을 먹으려고 하고, 낮잠을 안 자려고 하고, 계속 밖에서 놀려고 하면 안 된다. 또 놀고 난 장난감은 스스로 정리해야 하며, 보여주고 이야기할 목적 외에 집에서 장난감(특히 권총류)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다른 아이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규칙을 만든 이유를 늘 설명해준다. 그리고 평소에는, 아이들이 놀 때 관찰자, 보조자 역할만 하다가, 규칙을 어기면 구체적인 벌을 준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벌은 일정한 시간 동안 교실 뒤에 있는 의자에 가 앉아 있거나 교실밖에 서 있어야 하는 벌이다.

 

즉 그들은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한계를 늘 가르친다.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배우려면,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은 아이들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유치원에서는, 블록놀이 공간에 아이들이 많이 몰려들어 싸움이 자주 일어났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한 번에 몇 명씩 노는 게 좋을까" 하는 규칙을 토의하게 했다. 아이들은 토의를 하여 3명이 좋겠다고 합의했다. 그러자 블록놀이를 할 때마다, '하나, 둘, 셋.." 하면서 그 안에 있는 친구들의 수를 세며 스스로 감시자가 되었다.

 

사실 아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안전감을 느끼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갈등이 있을 때 규칙에 따라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며 규칙이 일을 수월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래서 미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4. 다양한 언어지도 방식

 

1주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보여주고 말하는(show and tell) 시간'.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갖고 온다. 그리고 그것을 학급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한다. 이 수업은 철저히 아이들에 의해 진행된다. 교사는 그 시간의 발표자가 누구인지 가르쳐 주고 끝나면 칭찬을 해주는 역할만 할뿐이다.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은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다. 인형, 엄마가 그린 그림, 아기 때 신었던 신발....물론 발표 내용도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미국의 유치원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언어지도에 시간을 많이 배정한다. 미국인들은 언어를 아이들의 독립심과 사회성, 창의성과 인지 발달을 증진시킬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여주고 말하기' 수업은 이러한 교육의 단적인 사례이다. 아이들은 이 수업을 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 화법과 사회성까지 익힌다. 듣는 아이들도 말을 듣는 예의와 이해력을 발전시킨다.

 

교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이들의 말을 지도해준다. 욕설이나 속어는 쓰지 못하게 하고, 발음이나 문법, 목소리의 크기와 높낮이에 대해 지도하며, 정확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도록 모델을 보인다. 또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바라는 것을 말로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이끈다.

 

톰; 일전에, 일전에, 엄마와 나와 아빠, 빅아일랜드로 갔어.

 

교사; 너는 주말에 빅아일랜드에 갔구나. 행운아로구나! 거기는 어떻게 갔니?

 

톰; 비행기.

 

교사; 너는 비행기로 빅아일랜드에 갔구나.

 

책을 읽어주고 나서 이야기의 줄거리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질문을 할 때도 단순히 "네", "아니오"로 대답하게 하는 질문보다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어느 부분이니?"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이끄는 개방형의 질문을 한다.

 

 

 

 

말하기를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놀이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며, 교사는 아이의 심리상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질문'을 '질문'하게 한다.

 

1) 어떤 문제를 주고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하도록 하는 놀이

 

교사; 애벌레와 나비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나요?

 

아이들; 애벌레는 왜 나비가 되나요?(앨리스) 애벌레에서 나온 나비가 왜 애벌레보다 큰가요? (셜리) 뱀도 나비를 먹나요?(로버트) 애벌레에서 나비가 나오는 건 맞나요?(빌리)

 

2) 질문에 대하여,������~하고 싶다������~원하다������식으로 ������의지������가 들어간 대답을 요구하는 놀이

 

교사; 애벌레에서 나온 나비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아이들; 커지고 싶어요.(사라) 날아가고 싶어요.(데이빗) 애벌레로 돌아가고 싶어요.(빌리) 음식을 먹고 싶어요.(벤자민)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정원에 있고 싶어요.(제인)

 

이처럼 미국에서는 자기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교육을 많이 한다. 그래서 미국 아이들은 어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일도 별로 없으며, 어른들이 아이들이 대화하는 세계밖에 있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5. 미국의 유아교육 기관

 

미국 아이들은 5살이 되면 1년 동안 유치원(kindergarten)에 다닌다. 미국의 유치원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초등학교의 일부분으로서, k 학년으로 불리며 초등학교 저학년과 거의 함께 다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렇게 정규(의무) 교육과정에 포함되므로 학비는 무료이다.

 

그래서 90년대 이후로는 98%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며 이 가운데 84%가 공립에 다닌다고 한다. 한 반의 학생 수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30-40명 안팎이고, 수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가 한 학년도이다. 주로 거주지 주위의 학교에 배치되며, 입학 전에 수업적응능력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nursery school'에 병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한 반에 10-15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유료이다.

 

미국 유치원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내용을 주로 가르친다. 주로 사회성 지도보다는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대체로 미국 아이들은 글자와 숫자는 유치원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유치원 과정에도 시험이 있고 학년말에는 전국적으로 학업 성취도 테스트를 실시한다. 그리고 성적표는 다른 평가 자료들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 교사에게 전달된다. 성적표는 읽기, 쓰기, 음악, 사회생활, 신체발달, 수리개념 등 6개 분야로 분류된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생활기록부의 성격이 강하다. 또 유치원에서부터 낙제제도가 있어 한 학년을 두 번 되풀이하는 예는 흔하다.

 

유치원 교사들은 석사 학위 소지자가 많으며, 주로 나이가 지긋한 교사가 많다(평균 31살).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는 계층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동등하다.

 

4살 이하의 아이들은 다양한 유아교육 기관에 다니는데, 그것을 대체로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탁아소 (daycare center); 생후 6개월에서 4-5살. 공립은 무료이며, 가난한 가정이 우선이다. 사립은 연간 2천-6천 달러.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이 있다. 전통적으로 노동자계층을 위해 출발한 탁아소에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많이 다닌다. 공인센터와 비공인 센터가 있다.

 

 

 

 

*유아원 (nursery school); 3-4살(pre nursery school은 6개월-3살). 공립은 무료. 사립은 비용이 연간 3천-8천 달러. 공립보다 사립이 더 많다.(65%) 수업시간이나 수업일수는 코스에 따라 다양하다. 원래 중상류층의 전업주부의 자녀를 돌보는 반나절 프로그램으로 출발하였으며, 1960년대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실시 이후 교육의 질이 높아졌으며, 등록도 급격히 늘었다.(1990년에 약 55%가 등록, 그 중 37% 정도가 종일반) 대부분 문자나 숫자 교육보다는 놀이를 중심으로 가르치지만, 읽기, 쓰기와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이외에도 탁아소와 유아원의 중간형태인 아동양육센터, 직장에서 운영하는 직장보육시설, 아이를 수시로 맡길 수 있는 parents day out, 부모 협동 센터 등이 있다. 또 보모가 아이의 집을 방문하여 보육하거나 놀이방에서 보육교사가 보육하는 경우도 있다.

 

6. 영재교육과 조기교육

 

미국은 영재교육과 함께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다. 이미 1930년대부터 각 주 정부 단위로 영재(상위 1-3%)교육을 시작하였다. 1959년엔 소련이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소련에게 뒤진 원인을 과학․영재교육에서 찾고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하였다. 1964년에는 3-5살의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하여,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의 개인차를 줄이려는 선두출발(head start) 정책이 시도되었다. 그러자 일반 중산층 학부모들 사이에도 유아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아졌고, 도시의 유치원에는 재능 아동을 위한 특별학급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자 일본만큼 아이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고 유치원 시기부터 과학기술(특히 컴퓨터)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레이건 대통령(1983)은 '국가의 위기'를 선포하고 교육비 예산 중 30%를 영재교육에 투자하고 유아원이나 유치원의 4-5살의 교육과정을 학교와 비슷하도록 만들었다.

 

1988년에는 연방정부 수준에서 영재교육법을 제정하고, 국립영재연구소를 설치하여 영재교육의 노하우를 일반아동(상위 15-30%)에게도 적용하는 한편 모든 주가 영재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뒤이어 부시 대통령(1992)도 'America 2000'정책을 발표하여, 우수 인력을 확보에 주력하고 전국 고등학교에 통일적인 테스트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려고 시도하였다.

 

최근 클린턴 대통령(1994)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의 모든 어린이가 8살에 책을 읽고, 12살에 인터넷을 하고, 18살에는 최소한 2년제 대학에 갈 수 있게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초등학교부터 전국적으로 통일된 독해력과 수학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겠다며, 'Project 2061'을 제시하였다.

 

 

 

 

정부 차원의 교육 개혁이 있을 때마다, 일반 학부모들 사이에도 조기교육에 대한 붐이 일어났다. 육아출판 산업과 교육자료 산업 등도 이러한 경향에 가세하였다. 어떤 부모들은 갓난아기에게 침대에서 모네나 몬드리안의 작품의 복사본을 보게 하고, 자장가는 베토벤의 콘체르토나 프랑스어 가사로 들려주며, 읽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또 아이를 빨리 어른으로 만들고 싶어, 옷도 디자이너 룩이라 하여 어른처럼 입히며, 말씨나 행동까지 어른처럼 하도록 가르친다. 그러다가 아이가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면 교사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라는 압력을 넣고, 능력별로 학급을 편성하고 시험을 치기를 요구하며 아이의 발달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서 조기교육은 시대적인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학자들도 과거에는 7살부터를 교육의 적기로 여겼지만, 이제는 3살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그 이전도 발달에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조기교육의 방법이 문제다. 아이들의 사고구조나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은 어른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단순히 아이를 돌봐주는 차원의 구식 탁아 프로그램도 문제이지만, 읽기나 쓰기 등 일반적인 지적 능력에만 시야를 좁힌 교육이나 아이를 조급하게 어른으로 만들려는 방식도 문제가 된다. 어른과 같은 방식으로 어린아이들에게 학습 압력을 주면 아이들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 또 겉으로는 어른스럽지만 속으로는 미숙한 어른이 된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발달의 정도나 능력상 편차가 심하므로 같은 것을 같은 정도로 배우기를 요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미국 유아교육계에서도 학습이 중요한가, 놀이가 중요한가 하는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신체, 정서, 사회성, 인지 등 모든 측면에서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게 계획된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90년에는 '감성지능'에 대한 이론이 나오면서, 종래의 IQ 중심의 주지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EQ를 높이는 창의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런 교육을 하려면 교육의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개개인의 재능과 페이스를 고려하는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또 부모의 자세와 교사의 전문성이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유치원 교사의 학력은 높은 편이나(1987년 자료에 의하면 인디애나 주에는 전체 유치원 교사의 83%가 석사 학위 소지), 탁아소나 유아원의 보육교사들은 아직 고졸자가 많고 이직률도 높다고 한다. 또 양성과정이나 자격조건도 주마다 다른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 가난한 아이들

 

미국은 이혼율이 50%가 넘는 사회다. 그리고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지만, 보통 이혼한 경우 엄마가 아이를 양육한다. 또 정식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커플도 많아 미혼모와 혼외의 자녀도 많다. 1985년 통계만 봐도, 미국 가정의 23%가 아이와 어머니만 가족으로 구성된 편모가정이며, 일하는 엄마 중 약 1/4은 이혼모나 미혼모 가장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은 대부분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전역의 빈민층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의 비중이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국가의 경제 수준에 비해 여성과 아동을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부족한 편이다. 당연히 서유럽의 나라에 비해 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크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받는 혜택도 상대적으로 적다. 헤드스타트나 연방 타이틀 XX 법령처럼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과 양육을 보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기금이 충분치 못하며, 80년대 이후에는 그조차도 감소되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결국 유아교육에도 빈부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고소득층은 자녀를 최고의 좋은 유아교육기관에 보낼 수도 있고, 자기 집에서 아이를 돌볼 보모도 고용할 수 있다. 중산층 부모도 자녀를 유아원에 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등록금 내기가 벅차다. 미국도 우리 나라처럼, 초기의 유아교육과 마지막의 대학교육에 비용이 많이 든다. 비교적 저렴한 유아원이라도 아동 1인당 보육비로 어머니 1년치 벌이(최저 임금 기준)의 1/3 이상이 든다. 중산층이라도 어린 자녀가 둘 이상이면, 최저임금을 받으며 유아원에 보내는 것은 힘들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의 혜택을 받아 자녀를 공립 유아원이나 탁아소에 보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저소득층 가정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가정에서는 싸구려 놀이방이나 이류 사립탁아소, 아니면 저녁이나 주말에도 맡길 수 있는 가정탁아를 이용한다. 또 손위의 큰 아이나 이웃에게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맡기지 못해 방치되는 아이도 많다. 결국, 빈곤층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이류에서 출발하게 된다.

 

더구나 편부모 가족이 늘면서 부모와 접촉이 없는 고립된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탁아소나 학교에 일임하고 일하러 가고,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없는 빈집에 돌아간다. 어릴 때부터 고립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어른과 같은 책임을 지며 어른 세계의 결점도 많이 알게 된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피터팬 증후군을 갖게 된다. 또 경제적 압박, 별거나 이혼 등 가족의 혼란은 아동학대의 위험으로도 나타난다. 최근 미국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정신질환, 범죄, 마약의 문제, 청소년의 총기난사 행위 등은 바로 이러한 부작용이 표출된 것이다.

 

그래서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유아원에서는 교육과정에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점검하며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20% 가량)은 매주 전문교사와 상담하게 한다. 개인 파일을 만들어 나눠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늘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남의 개성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아이를 꾸짖을 때도,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특히 인격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잘못된 행동을 격리해 부각시키는, '육체와 인격을 분리해 꾸짖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너는 왜 네 몸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마구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결국 네 손이 그 아이를 때리고 말았구나.

 

교사가 부모들의 상담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저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라도 나눌 사람이 필요한 혼자 사는 엄마들은 하교시에 아이를 데리러 올 때 다른 부모들이 주위에 없어지기를 기다려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 때 퇴근시간이 임박한 교사들은 10분쯤 출입구에 서서 다리를 이리저리 옮기며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이러한 상담을 '한발로 서서 하는 상담(one-legged conferences)'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아원 측에서는 이러한 자연발생적 상담 이외에도, "가정이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공식적인 상담도 하고 부모교육을 하기도 한다. 즉, 육아, 가족계획, 식단(영양), 응급치료, 여성문제(성추행 등) 등 생활교육도 하고, 외국계 이주민을 위한 영어교육이나 컴퓨터 등 직업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기도 한다.

 

8. 홈스쿨링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가끔씩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하는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아직은 별난 가정의 이야기처럼 다루어지지만 멀지 않아 이런 것이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가정학교, 이른바 홈스쿨링(Homeschooling)이라는 이 흐름은 부모들이 스스로 교사가 되어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산업사회 이전에는 대개의 아이들이 이렇게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제도가 일반화되면서 교육과 양육의 역할이 분리되었는데 이제 그 흐름에 다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약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1970년대 이전만 해도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소수였으며, 대개는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부모가 자녀를 세속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우였다. 그러나 공교육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면서 자유학교(Free school)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한편 홈스쿨링 운동이 일어났다.그러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홈스쿨링은 하나의 교육운동이자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어, 최근에는 미국전역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홈스쿨링이 확산되는 이유로는 공립학교의 재정적 어려움과 교사 부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또 자녀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여러 공립학교에서는 수많은 유혈폭력사건들이 일어나 학교가 마치 반사회적인 10대 청소년들의 무자비한 살육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권총과 같은 흉기를 휴대하고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적발해내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학교가 흔한 요즘, 점차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이런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스스로 자녀교육을 떠맡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공부를 더 자유롭고 융통성 있게 시키려고 시작하는 부모도 있는가 하면 주류교육에 대한 반발로서 대안교육을 하려고 시작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부모들은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가 서로 통하는 사람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대다수 부모들은 교사로서 정식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경험도 없다. 그러나 자기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더구나 뛰어난 영재아나 학습지진아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규학교보다 자녀에게 훨씬 훌륭한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를 직접 가르치면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이를 극복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에는 인터넷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모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립가정교육연구소(NHERI)'와 같은 여러 지원단체들과 접촉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홈스쿨링을 위한 잡지나 교육과정 자료, 단행본 출판물도 많이 있다.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은 함께 연대하여 법정 투쟁과 입법 활동도 많이 하였다. 그 결과 펜실베니아주를 비롯한 많은 주에서 홈스쿨링을 정식 교육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법도 제정되었다. 그리고 홈스쿨링을 할 경우 거주하는 군이나 시 교육 위원회에 신고하고, 최저 수업일수는 180일, 매일 적어도 4시간 30분의 수업을 해야 하며, 반드시 3년마다 평가시험을 치르는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도 생겼다.

 

홈스쿨링 운동은 공교육을 비롯한 기존의 제도교육을 아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는 홈스쿨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물론 홈스쿨링의 핵심 세력은 기존 학교의 도움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자기들의 신념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한 일반 교육자원과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한다. 일반 과목은 집에서 가르치고 과학이나 예술 과목은 일반 학교에서 교육시키는 것과 같은 형태로 제도 학교와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홈스쿨링의 한계 또한 분명히 있다. 교육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자녀의 학습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만큼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가정이라는 공간도 학교처럼 권위적이고 닫힌 세계가 될 수 있다. 이런 한계들을 넘어서기 위해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를 도우며,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홈스쿨링은 학교교육에 실망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대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닥치고 있는 미국 가정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 나갈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하는 미국의 한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학교교육에서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홈스쿨링은 자녀의 교육방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과 가정의 구조를 바꾸는 것과 관련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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