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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누리/아이 곳간

오늘을 생각한다/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by 지암(듬북이) 2016. 6. 10.



오늘을 생각한다/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의 내용이다.

 

하지만 굳이 헌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의 원칙이다. 그리고 그 국민에는 여성, 아동, 노인 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과 심지어는 파렴치한 범죄자들조차 포함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은 모두가 나와 똑 같은 인권이 있음을 알기에 서로 존중하며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민주국가라고 하는 대한민국 충청북도에서는 자기들의 인권은 당연시 하면서, 학생은 인권의 주체가 아니라 훈육의 대상일 뿐이라는 비상식적 주장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태어나면서 당연히 가지는 권리이다. 그런데 학생에게는 인권이 없다면 학생은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인데 대명천지에 말이 되냐고 어리둥절하겠지만, 최근 말도 안되는 그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충북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교육공동체 헌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발단은 충북교육청이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사업이었던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체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한 발 물러나 학생인권조례를 포기하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포함한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제정하려 했지만, 또 다시 물리력까지 동원한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충북교육청은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이라는 명칭에서 ‘권리’를 뺀 ‘충북교육공동체 헌장’으로 변경하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를 ‘교육적으로 필요한 표현’으로, ‘교육공동체 구성원은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 한다’는 조항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로 수정하는 등 헌장에서 권리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하고 발표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하고 한 술 더 떠 교육감을 주민소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들은 헌장의 내용이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한다’ 혹은 ‘아이들을 특정이념의 시험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장 어디에도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특정이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1948년 제정된 헌법보다 인권보장의 내용과 수준이 한참 뒤처진 그저 평범하고 당연한 내용 밖에 없어서 아쉬울 정도이다. 그래서 아무리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해도 억지주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을 보면서 우리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인권이란 말 자체에 반발하는 법인데,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이 이미 지켜지고 있다면 그들이 이토록 죽자 사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우리의 학교에서 인권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인권을 부정하면서 ‘교육공동체헌장’에 반대하는 진짜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적 의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원칙도 없고 체면도 없는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민주국가의 정치에는 금도가 있는 법이다. 최소한 인권을 가지고 시비를 걸거나, 누구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인권의 예외를 정치쟁점으로 삼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인권은 소중히 여기면서 남의 인권은 손쉽게 무시하는 생각은 파시즘(fascism)의 출발이며, 인류문명사에서 척결되어야 할 공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진리 앞에서 자신들의 생각이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 ‘헌법’과 ‘교육공동체 헌장’을 바꿔보자. ‘대한민국에서 인권은 목소리 큰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다.’ ‘학생,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차별받아야 한다.’ ‘특히 학생은 인권의 주체가 아니며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할 의무만 있다’ 어떤가? 누가 보더라도 코메디가 분명하다. 그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남의 인권을 부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인권부터 포기할 생각은 없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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