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 Parthenocissus tricuspidata (Siebold & Zucc.) Planch.
포도과(Vitaceae)
줄기: 덩굴성 목본으로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며(對生), 개구리 발가락처럼 생긴 덩굴손 끝부분에 흡반(吸盤)이 있고, 줄기에 수피(水皮)가 발달할 때면 기근(氣根)를 만들기도 한다.
잎: 어긋나며(互生), 길이와 너비가 비슷하고, 형태가 다양하며,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꽃: 6~7월에 황녹색으로 피며, 고른우산살송이모양꽃차례(聚散花序)다.
열매: 물열매(漿果)로 구슬모양(球形)이며, 8~10월에 흑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한 방향으로 매달리며, 이듬해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다. 동물산포(주로 조류)로 퍼져나간다.
담쟁이덩굴은 덩굴식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감고 올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타고 오르는 구조다. 칡이나 등나무처럼 이웃하는 식물을 죽이거나 생육에 지장을 주는 방식은 아니다. 덩굴손이라고 부르지만 흡반(吸盤, sticky pad) 구조로 영락없는 청개구리 발가락처럼 생겼다. 끝이 다른 물체에 달라붙을 수 있는 구조여서, 감지 않고 달라붙어 기어오른다. 그런 메커니즘이 완전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청개구리 발바닥과 비슷한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물체 표면에서 그리고 평면이건 수직이건 어떤 방향으로든 줄기를 뻗어서 큰 다발을 만드는 게릴라전략을 구사한다. 모듈성(modularity)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담쟁이덩굴 한 포기를 화단에 심으면, 건물 벽을 따라 사방으로 퍼진다. 일본명 쭈다(蔦, 조)는 물체를 따라서 뭔가 전달한다(傳)는 뜻의 일본말 쭈다와루(伝わる)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담쟁이덩굴의 그런 특성을 드러내는 명칭이다.
담쟁이덩굴은 나무(木本性)이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수피가 발달하고 줄기도 아주 굵어진다. 늙은 담쟁이덩굴은 줄기 마디에서 공기뿌리(氣根)을 낸다. 그래서 건물의 외벽이 풍화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흙이나 나무로 된 벽체이면 영향이 있을 것이나, 콘크리트나 벽돌로 된 건물은 우려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비생물적인 잿빛 도시에서 담쟁이덩굴은 건물 복사열 저감(低減)효과가 아주 크고, 열매는 야생 조류나 설치류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고, 정서적, 심미적 편안함을 제공하며 녹색갈증(biophilia) 해소에 도움을 주는 등,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 기능이 매우 크다.
담쟁이덩굴의 덩굴은 마주 난 잎의 한 쪽이 변형된 것이다. 잎이 난 마디에서 덩굴손은 연속해서 생겨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덩굴손이 계속 나 있는 마디 중 세 번째 마디에는 잎만 있고, 마주 나야할 덩굴손은 없다. 퇴화한 것이다. 매 마디마다 덩굴손이 모두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만큼 흡반(吸盤)의 기능이 우수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붙어 기댈 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에 대응해 덩굴손과 기근(氣根)이 적절하게 발달하며, 어떤 외부적인 환경변화에도 한번 정착한 개체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자명(爬山虎, 파산호)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에서 기어 다니는(爬) 모진(매서운) 풀’로 한번 정착하면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담쟁이덩굴은 반드시 건조하지 않은 흙에서만 정상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건조해지면 죽는다. 그러나 지상부의 식물체는 바위 위에서와 같이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복사열이 심해서 극단적으로 건조한 개방입지에서도 잘 견딘다. 그래서 도시의 건물 외벽을 피복(被服)하기에 아주 적합한 자원식물이다.
담쟁이덩굴 종류는 동아시아와 북미 동부지역에만 자생하며, 모두 유용한 조경식물로 이용된다. 우리의 경우, 오래된 토담이나 돌담과 어우러져 정겨운 전통 마을의 풍광을 창출한다. 담쟁이덩굴은 영어로 보스턴 아이비이다. 뉴욕, 보스턴 일대는 미국담쟁이가 흔하다. 영미소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도 그곳에서 탄생했다. 아이비(ivy)는 상록인 송악 종류(Hedera spp.)를 지칭하고, 하록(夏綠)인 담쟁이덩굴과 속(屬)이 전혀 다르다.
-출처: 한국식물생태보감 1
생존 전략
` 일반적으로 성장하면서 맨 아래의 잎은 세장, 올라갈수록 2장, 맨 위의 잎은 한 장의 형태로 진화한 것은 광합성의 효과를 위해.
` 낙엽이 질 때에는 잎을 먼저 떨구고 잎자루는 늦게 떨군다. 잎자루 채 떨구다보면 자기 줄기에 끼어 새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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