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 죽이는 ‘우레탄 폼 처방’
막대한 예산 들여 정비하지만
외과수술 후 30%는 죽어
원인은 화학물질인 우레탄 폼
시·군에서 보호수(고거목) 외과수술용으로 사용하는 화학적 소재가 나무를 살리는 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지자체에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호수 정비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보호수가 보호되기는커녕 외과수술을 한 5년 뒤 30% 정도는 죽어가고 있다. 이유는 보호수 외과수술에 화학물질인 우레탄 폼을 사용하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레탄 폼은 액체 상태의 폴리올과 이소시아네이트라는 두 화학물질을 섞은 후 발포제를 넣어서 만드는 화학물질이다.
보호수 정비작업에 우레탄 폼을 선호하는 것은 현장 제조가 쉬운 것은 물론 시공이 간편하며 성형성이 좋아 노목의 빈속을 채워 넣기 좋고, 착색을 하면 미관이 좋은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부분 지자체 등에서 보호수 정비작업에 우레탄 폼을 사용하고 있다. 진주시의 경우 지난 3일부터 보호수 20그루에 예산 4280만 원을 들여 정비작업에 들어갔으며, 정비를 맡은 진주산림조합은 역시 우레탄 폼으로 외과수술 작업을 하고 있다.
진주성 북문에 있는 보호수인 팽나무의 경우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 쓰러졌는데 이 역시 우레탄 폼을 사용했으며, 고성군 대가면에 있는 9m에 달하는 보호수인 은행나무도 역시 우레탄 공법으로 정비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 나무는 통째로 쓰러져 고사했다.
경상대 농업생명산학연구원 허무룡 교수는 “그동안 보호수가 고사했을 경우 주로 우레탄을 사용한 방법으로 치료했으나 직접적인 치료방법이 되지 못할 뿐더러 환경오염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하지만 황토와 미생물 2종을 이용했을 경우 느티나무의 경우 97%, 왕벚나무는 87%, 가시나무는 73%의 캘러스(나무 살이 돋아나는 것) 형성을 보여 기존의 우레탄을 이용한 공동 처리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러나 “시공이 복잡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물병원 정창화 원장은 “우레탄 공법으로는 보호수를 살릴 수 없으며 황토와 미생물 등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만이 죽어가는 보호수를 살리는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부분의 나무치료업체들은 썩어들어간 나무 속을 제거한 뒤 우레탄과 합성수지(FRP)를 배합해 속을 채워넣거나 쇠못으로 고정한 뒤 수피를 부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화학 약품과 건축 자재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미관만 되살리는 수술을 하기 때문에 나무의 수세만 더 악화할 뿐 나무를 온전히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식물병원이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 희귀수목 정자나무 당산목 등 귀중한 노거수를 살리는데 새 외과수술기법을 적용해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1980년대 개발된 우레탄·시멘트·콘크리트 충전법 등을 시행해 왔으나 새 기법은 황토충전법이다. 기존 방법대로 하면 수술시 사용한 화학성 합성수지재료가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나무의 생리적 특성상 부적합해 수술후유증이 심각했다.
기존방식인 우레탄 충전법은 시공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공의 부패가 가중되고, 시공 후 5년 전후에 재수술을 해야 하며, 이로 인해 예산낭비와 노거수의 노쇠 가중으로 고사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황토충전법은 황토와 이온칩, 미생물 등 천연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치료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나무 치료 후 동공내부의 부패가 멈추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재비가 저렴해 시공비용이 낮지만, 시공이 복잡하고 많은 인력이 드는 게 부담이다.
새 기법은 한국식물병원과 경상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이 산-학 공동으로 개발했다. 한국식물병원 정창화 원장은 “지금까지 화학성 자재와 맹독성 농약 사용은 임시방편적이었고 미관만 좋게 한 측면이 컸다”면서 “새 기법은 나무의 생리에 근접한 미생물 수술공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자체 개발한 미생물을 사용하고 있다. ‘안티바이오’와 ‘생육제’ 2종의 미생물을 특허출원했으며, 이밖에도 ‘토양 물리성 개선제’와 ‘영양제’ ‘뿌리 발근제’ ‘고단위 미량원소’ 등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식물병원의 새 기법은 나무를 옮겨 심을 경우에도 적용된다. 정 원장은 “분을 뜬 후 미생물을 처리하고 이식이 끝난 뒤에만 물을 주는데 이렇게 하면 95%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새 방법은 수종에 관계없이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수목의 가지를 대부분 자른 뒤 이식하는데 비해 새 기법대로 하면 원형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죽은 고사목도 원형 보존이 300년 이상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 원장은 “고사목의 경우 나무는 죽어도 그 가치가 있고, 죽은 나무를 원형대로 보존할 수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침투제와 방수제, 방충제, 방부제를 처리하면 3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식물병원은 새 기법을 적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진해 해군사관학교의 80년생 왕벚나무 외과수술을 시도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밖에 진주성 느티나무, 하동 쌍계사 은행나무, 고성 대가면 느티나무, 백양사 느티나무, 서울 KT본사 왕벚나무, 통영 충렬사 가시나무, 김천 소나무 등에 이식과 미생물 판매 등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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