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나다나엘 패스트(Nathanael Fast)는 98명의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과거에 타인에게 큰 권력을 행사했던 경험을 글로 쓰도록 하고, 반대로 두 번째 그룹에게는 타인에게 굴종했던 기억을 쓰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각각 두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과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기억과 무능함을 절감했던 기억을 적었다.
뒤이어 패스트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그에게 틀렸음을 알려주기 위한 경고음의 데시벨을 0dB에서 10dB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이것은 공격성과 냉정함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였다.
실험 결과, '권력자'이고 동시에 '무능력자'라고 프라이밍된 사람들이 높은 데시벨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비권력자'일 경우에는 '실력자'와 '무능력자' 간의 공격성 차이는 미미했다. 이는 권력을 가진 상사가 무능할 경우 휘하의 직원들에게 가혹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패스트는 또 다른 실험에서 무능한 권력자일 경우 리더십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역시나 더 공격적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이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씁쓸한 결과지만 상사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직원들의 성과를 박하게 평가하고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폄하하기 쉽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직에서 승진할수록 힘들어지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상황과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아는 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지가 드러나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리더가 아는 체를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격하는 것이고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고 높은 목표만을 강조하는 것이니 말이다.
- 유정식의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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