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이야기
1. 갯벌이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의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하며
바닷물이 땅으로 점점 올라와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밀물, 반대로 바다로 빠지며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썰물이라고 한다.
갯벌은 밀물 때는 물 밑에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곳을 말하며 여러 조간대(潮間帶, littoral zone) 중, 연성조간대라고도 한다.
갯벌은 조류(潮流)로 운반되는 모래나 점토의 미세입자가 파도가 잔잔한 해역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은 만조 때에는 물속에 잠기나 간조 때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것이 특징이며 퇴적물질이 운반되어 점점 쌓이게 된다고 한다. 모래, 점토 외에 생물에 의한 조개 패각 등도 같이 퇴적될 수 있다.
갯벌은 전체적으로 평탄하지만 몇몇 육지 쪽에서 강, 조그만 하천, 담수가 흘러나오거나, 갯벌을 이루는 저질이 점토가 많을 경우 갯골(tidal creek)이 발달할 수 있다. 갯골은 경사가 급하고 골 비탈을 이루는 물질이 점토이기 때문에 높이가 높을 때 빠진다면 올라오기 매우 힘들다. 그리고 물이 차기 시작하면 갯골을 따라 물이 올라와 굉장히 위험하다.
과거에는 개펄과 갯벌을 구별해서 다른 뜻으로 사용했다. 개펄은 '갯가의 개흙이 깔린 벌판'을 뜻하는 말이고, 갯벌은 단순히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톱'을 뜻하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현재의 규정에는 두 단어가 뜻의 차이 없이 동의어로 쓰일 수 있다. 마음대로 섞어 써도 상관없다.
한국에 위치하고 있는 갯벌의 수는 서해안이 가장 많다. 한국 서해안의 조차는 해안선의 출입이 심하고 긴 만(灣)이라는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차가 매우 크다.
갯벌이 잘 발달하기 위해서는 첫째, 조수간만의 차(이하 조차)가 커야한다. 둘째, 얇은 바다에 평탄한 바닥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강을 통해 바다로 퇴적물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상의 조건이 가장 잘 갖추어진 한국의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의 5대 갯벌로 꼽힌다.
2. 갯벌의 종류
1)퇴적상에 따른 분류
*모래갯벌
바닥이 주로 모래질로 형성되어 있다. 해수의 흐름이 빠른 수로 주변이나 해변에 나타나는데 해안경사가 급하고 갯벌의 폭이 좁아 보통 1km정도이다.
모래갯벌은 지질의 모래 알갱이의 평균 크기가 0.2~0.7ml정도이고, 유기물 함량은 1~2% 정도로 적은편이고 미사와 점토 성분이 차지하는 이질 함량의 비율도 대체로 4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펄갯벌
모래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하에 불과하나 반대로 펄 함량은 90% 이상에 달하는 갯벌이다. 개흙질이 많은 '펄갯벌'은 흐름이 완만한 내만이나 강 하구의 후미진 곳에 형성된다. 펄갯벌은 경사가 더 완만한 편으로 벌판의 폭도 넓어 어떤 곳에는 5km가 넘는다. 펄갯벌에는 수로가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질 함량이 비교적 높은 펄갯벌에서는 모래갯벌보다 퇴적물의 간극이 좁아 산소나 먹이를 바닷물이 펄 속 깊이 침투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지표면에 구멍을 내거나 관을 만들어 이를 통해 바닷물이 침투되도록 한다. 펄갯벌에서는 모래 갯벌에 비해 갑각류나 조개류보다는 퇴적물식을 하는 갯지렁이류가 우점한다.
*모래펄갯벌(혼성갯벌)
모래와 펄이 각각 90퍼센트 미만으로 섞여 있는 퇴적물로 구성된 갯벌이며 펄이 더 많으면 모래펄갯벌, 모래가 더 많으면 펄모래갯벌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 혼성 갯벌에는 모래 갯벌과 펄 갯벌의 두 가지 특성이 같이 나타난다.
2) 땅의 성분에 따른 분류(서식생물)
*암석펄 갯벌
바위를 파고 들어가 생활하는 생물도 있지만 주로 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들이 많다.
암석펄에 사는 생물들은 다른 곳에 사는 생물에 비해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자신을 위협하는 다른 생물들에게는 물론 추위나 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강한 파도도 견디어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생물들은 석회질 같은 물질을 분비해 몸을 바위에 단단히 붙인다.
그렇지 않은 생물들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갯벌 생물들은 몸의 온도를 40℃ 이하로 유지하지 못하면 죽는다.
따개비나 거북손, 굴 등의 몸이 하얀색이고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은 햇빛에 노출된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얀 색은 빛을 가장 잘 반사하고 울퉁불퉁한 표면은 빛을 산란시킨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암석펄 생물들은 대개 물이 빠지면 체내를 외부와 차단해서 수분 손실을 막고, 물이 들어오면 껍데기 밖으로 몸을 내밀어 활동을 한다. 굴, 홍합류, 이끼류, 김, 거북손, 따개비등이 이 곳에 산다. 또한 이끼, 미역, 김, 다시마 같은 바다식물이 암석에 붙어 있다.
*진흙펄 갯벌
펄갯벌에서는 모래 갯벌에 비해 갑각류나 조개류보다는 퇴적물식을 하는 갯지렁이류가 우점한다.우리 나라 갯벌은 대부분 진흙펄이다.
진흙펄은 모래펄보다 훨씬 고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진흙펄은 입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기 때문에 물이나 산소가 땅 속까지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진흙펄 생물들은 자기만의 구멍을 가지고 있다. 구멍은 잘 무너지지 않도록 점액질 물질을 분비해 잘 다져서 만든다.
진흙펄에 사는 생물들은 이 구멍을 통해서 산소와 물, 그리고 물과 함께 들어온 유기물을 공급받는 것이다. 구멍을 파지 않는 생물들은 모래펄 생물들처럼 입 부위를 위로 내놓고 먹이를 먹는다.
진흙펄에 사는 생물로는 칠게, 두도막눈썹참갯지렁이, 농게, 털콩게, 펄털콩게 등이 있다.
*모래펄갯벌
모래펄에는 암석펄처럼 부착 생물은 거의 없고, 이동하면서 사는 생물이 대부분이다.
모래펄에 사는 생물들은 물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고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 먹이를 먹을 때도 몸 전체를 모래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입 부위만 내놓는다.
모래펄에는 모래구멍갯지렁이, 나팔갯지렁이, 모래딱총새우, 조개,
게 등이 산다.
3) 갯벌의 위치에 따른 분류
*하구역 갯벌
갯벌은 위치에 따라 해변갯벌과 하구역 갯벌로 나뉘는데 하구역 갯벌은 육지로부터 공급되는 담수와 바다로부터 유입되는 해수가 혼합되는 반폐쇄 지역으로 상당한 양의 물질이 이곳에 모여 쌓였다가 유출되며 육지와 해양 사이의 여과 장치로 작용하는 수계 생태계이다.
이 갯벌은 많은 유기물이 집중되고 탁도가 높아 대양의 식물 플랑크톤과 같은 일차생산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신, 담수 유입이 많아 하구와의 거리에 따른 일정한 염분구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환경조성에 기여한다. 또한 여름철 홍수기에는 많은 양의 담수가 일시적으로 바다로 유입되기 때문에 홍수기를 전후하여 하구역의 퇴적 환경에 극적인 변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3. 갯벌의 기능과 중요성
갯벌은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갯벌의 기능 중 주요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류생산 및 서식지 기능 - 갯벌은 물과 육지가 만나는 경계지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영양염류와 에너지가 풍부하다. 갯벌은 일차생산성이 높고 생물다양성이 높아 이에 의존하는 개체도 풍부하다. 서해안 갯벌에 서식하는 어류는 230종, 게류가 193종, 새우류가 74종, 조개류가 58종 이상을 헤아린다.
해양생테계의 먹이사슬이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연안해양생물의 66%가 갯벌생태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대부분의 어류가 먹이와 번식장소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어업활동의 90%가 갯벌에서 직·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갯벌은 자연에서 가장 생산력이 높은 생태계의 하나로 외해양에 비하여 10~20배가 높으며, 농경지나 산림지역의 3배 내지 10배 정도의 높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오염정화 기능 - 갯벌은 육상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천에 의하여 부유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갯벌에 유입될 때에는 갯벌의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식생이 유속을 떨어뜨려 부유물질과 그 밖의 여러 물질이 이곳에 퇴적된다. 또한, 갯벌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에 의하여 화학물질의 분해가 활발히 진행되어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의 이시오우 조간대를 대상으로 한 갯벌의 오염정화능력 실험에 의하면 이 갯벌 전체(10㎢)가 갖는 정화능력은 25.3㎢의 면적을 가진 인구 10만명 정도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하수종말처리시설에 상당한다고 한다.
미국의 오덤(Odum)교수는 0.01㎢의 갯벌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21.7㎏을 정화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의 새만금지구 갯벌(208㎢)에 응용하면 새만금지구 갯벌의 정화기능은 리터당 100㎎의 BOD를 정화할 수 있는 10만톤 규모의 전주 하수종말처리장을 가정할 경우 약 40개의 하수종말처리시설 능력에 버금간다. 이를 전주 하수종말처리장의 건설비용인 172억원으로 환산하면 새만금지구 갯벌의 정화기능의 총가치는 7,2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심미적·관광적 기능 - 갯벌은 사람들에게 사냥·낚시·해수욕·아름다운 경치 등 레크레이션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자연탐구·조류관찰·학술연구·등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해안의 경기만이나 천수만 일대의 갯벌은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이며, 남해안의 낙동강 하구에 형성된 습지는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좋은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갯벌마사지가 피부미용에 좋다고하여 갯벌이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수·태풍조절 기능 - 갯벌은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 사이에 놓여 있어 두 환경사이에 완충작용을 한다. 갯벌은 홍수에 따른 물의 흐름을 완화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여 물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흘러 보낸다. 또한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하면 이를 일차적으로 흡수하고 완화하여 육지지역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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