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달구기
섣달그믐이나 음력 정월 16일에 잡귀를 방비하기 위해 행하는 일종의 주술행위. 음력 정월 16일을 귀신날, 귀신닭날, 귀신단지날, 귀신달기날로 부르는데, 이날이 되면 외출을 삼가고 귀신달구기를 한다. 원래 달군다 또는 후달군다라는 말이 남을 괴롭힌다는 뜻으로 통용되므로, 귀신달구기 또는 귀신달림은 귀신을 괴롭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섣달그믐의 귀신달구기 풍속은 전국에 걸쳐 전승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를 근거로 그 형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에서는 이듬해 드는 귀신을 방비하기 위해 가시가 촘촘히 박힌 엄나무 가지를 꺾어 ‘X’ 형식으로 처마에 달아맨다. 옥천군 이원면 용방리에서도 야광귀(夜光鬼)를 방비하기 위해 벚나무를 ‘X’ 형식으로 처마에 달아매고 신발을 들여놓으며, 해가 떨어지면 부녀자들의 바깥출입을 절대 금한다. 또 잡귀의 근접을 방비하기 위해 메밀, 명주, 고추씨를 왼쪽으로 꼰 새끼줄 위에 얹어놓고 숯으로 태운 후 이 재를 가능한 멀리 갖다 버린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노천리에서는 가시가 박힌 벙구나무 가지를 꺾어 문 앞에 걸어둔다. 뿐만 아니라 이사한 후에 집터가 좋지 않다고 여기면 항시 벙구나무 가지를 벽에 걸어둔다.
또 천북면 신죽리에서도 가시가 박힌 벙구나무 가지를 꺾어 문 앞에 매단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 선전리에서는 엄나무 가지를 잘라서 방문 위에 걸어두며, 스스로 말라 떨어질 때까지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고성군 동해면 양촌리에서도 엄나무 가지를 꺾어서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둔다. 방문 위 양편에 못을 박아놓고 그 위에 걸쳐놓는데, 스스로 말라 떨어질 때까지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부산에서는 대문 옆에 대나무를 꽂아놓고 불을 지르거나 고춧가루, 머리카락, 소금, 팥, 콩, 쌀을 한데 볶아 집 안 구석과 대문 앞에 뿌리고 메밀과 고추를 한데 볶아 뿌린다.
경북 문경에서는 귀신이 와서 신을 보고 있으면 그 주인이 죽는다고 해서 신을 방 안에 넣고 잤다. 귀신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을 잠그거나 부적을 그려 붙이고, 대문 앞에 매운 고춧불을 놓는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귀신이 싫어하는 명씨(목화씨)와 고추씨를 화롯불에 태우며, 구멍이 가는 체를 대문에 걸어둔다. 또 신발을 방에 들여 놓거나 봉당에 엎어 놓기도 한다.
예부터 잡귀가 집에 들어오면 탈이 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초에 머리카락이나 명씨, 고추씨 따위를 화롯불에 태워 심한 냄새를 피우거나, 대나무를 태워 요란한 소리를 내거나, 대문에 구멍이 가는 체를 걸어두어 잡귀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과학이 부재(不在)하고 의학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재액을 대비할 만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주술적 힘을 원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속신(俗信) 행위를 통해 민간에서 행했던 기원의 일단과 민중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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