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옻나무의 엽흔
추위에 맞서는 식물들의 겨울나기
식물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식물은 자유롭게 이동하는 동물과는 달리 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도, 거센 바람이 불어도, 매서운 한파가 불어 닥쳐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 식물의 숙명인 셈. 대신 식물은 제한된 환경 조건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으로 자신을 지켜왔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에는 토양, 물, 양분, 빛, 온도, 습도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 조건은 지구 곳곳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며, 이에 맞춰 적응한 식물 역시 다양하다. 식물의 지리적 분포가 환경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기온(추위)은 식물의 지리적 분포를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식물마다 추위에 견디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는 유전적으로 내포돼 있기도 하고 뿌리, 줄기, 잎 등 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기온이 저하되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식물이 그에 적응하여 생존 가능한 특성을 전문 용어로는 ‘내한성(cold resistance)’이라고 하며, 내한성 가운데 동결(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현상)에 견디는 능력을 ‘내동성(freezing tolerance)’이라고 한다.
▲ 지느러미엉겅퀴와 달맞이꽃의 근생엽
겨울을 이겨내는 식물들의 전략
이처럼 내한성과 내동성을 지닌 식물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생리적·형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식물들의 겨울나기 전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가장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형태적 변화는 낙엽(Dead leaves)이다. 기온이 저하되면 식물의 잎자루와 가지가 연결되는 부위에 특수 세포층인 떨켜(abscission layer)가 생성되면서 물질이동을 단절시킨다. 결국 잎이 마르고 떨어지는데, 이 현상이 바로 낙엽이다. 광합성과 증산, 호흡을 담당했던 잎이 겨울에는 오히려 식물의 동해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식물 스스로 잎을 떨구고 휴지기에 들어가는데, 이러한 현상을 가진 수목을 낙엽활엽수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겨울눈(winter bud)은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봄에 꽃과 잎으로 분화하기 위한 부분으로, 대부분 그해 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형성된다. 겨울철 저온현상, 바람, 건조,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은 저마다 독특한 형태의 겨울눈을 발달시켰다.
눈껍질이 보드라운 털로 덮여 있는 갯버들, 끈끈한 점액질로 덮여 있는 산철쭉, 비늘조각으로 겹겹이 둘러쳐진 굴참나무 등 종마다 형태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겨울눈은 식물을 구별하는 하나의 특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근생엽(根生葉, radical leaf, basal leaf, rosette)역시 식물들의 똑똑한 겨울나기 전략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잎은 지상부의 줄기에 달리지만, 근생엽은 뿌리나 땅속줄기에 달린 잎으로, 지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위치한다. 따라서 겨울철 혹독한 환경에서도 잎을 유지할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근생엽을 가진 식물로는 달맞이꽃, 개망초, 큰방가지똥 등이 있다.
한편 식물들은 형태적 변화가 아닌 생리적 변화를 통해 추위를 견디기도 한다. 생물체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얼면 물질순환이 저해되고 조직이 물리적으로 파괴되며, 심하면 식물이 고사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물 세포는 세포 내에 지방산, 당, 특정 효소 등의 다양한 물질을 생성하고 비축한다. 물질을 축적하므로 세포 내부는 세포 외부보다 고농도 상태가 되며, 어는점이 더욱 낮아져 세포기관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다양한 형태적, 생리적 변화를 통해 나름의 전략으로 겨울을 난다. 자신이 뿌리를 내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은, 우리에게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이를 이겨내는 전략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 출처:국립생태원 웹진 No.11
▲ 엉겅퀴 근생엽
다양한 식물의 겨울나기 방법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식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적응되어 있습니다.
풀의 경우, 겨울에 잎과 줄기가 대부분 완전히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겨울을 보냅니다. 한해살이풀은 씨를 맺고 나면 식물체가 모두 죽어 씨의 상태로 겨울을 납니다.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이 튼 어린 식물이 땅에 납작하게 붙은 상태로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봄부터 꽃과 열매를 만들고 죽습니다. 또한 여러해살이풀은 땅 위에 있는 식물의 부분이 겨울에 모두 죽지만, 땅 속에 뿌리나 뿌리줄기 등이 살아 있어 이듬해 봄에 땅위로 새싹이 돋아납니다.
한편, 나무의 경우, 땅위 줄기가 살아있는 채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기에 낙엽이 지거나 두꺼운 잎으로 변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낙엽수’라 합니다. 낙엽이 지는 이유는 겨울에는 흙이 얼어 뿌리를 통해 물을 흡수하는 양이 적은데 잎은 물을 많이 소비하므로 겨울 동안 잎을 계속 달고 있을 경우, 물이 부족해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낙엽을 떨구어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도록 적응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수분이 많은 잎이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낙엽이 지지 않고 일년내내 푸른 나무를 ‘상록수’라 합니다. 상록수 중 잎이 바늘 모양인 식물인 침엽수에는 소나무, 소철, 전나무 등이 속하며, 넓은 잎을 가진 상록 활엽수에는 동백나무, 사철나무 등이 속합니다. 그런데 상록수 잎은 왜 겨울에 얼지 않을까요? 그것은 겨울에 더욱 잎을 구성하는 세포 속 당분 농도를 높이고 잎의 두께가 두껍게 하여 추운 날씨에도 잎이 얼지 않도록 적응되어 있습니다.
풀의 겨울나기 방법은 한해살이풀, 두해살이풀, 그리고 여러해살이풀 등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한해살이풀은 일 년 동안에 씨가 싹이 터서 생장하여,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모두 거치는 식물입니다. 겨울에는 식물체는 모두 말라 죽고 씨의 형태로 겨울을 납니다. 옥수수, 벼, 해바라기, 분꽃 등이 속합니다. 특히, 환경부 지정 생태계교란야생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은 한해살이풀 중 키가 커서 높이 3m까지 자라는 식물입니다.
둘째, 두해살이풀은 첫해 가을에 싹이 터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 죽는 식물입니다. 이 식물은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잎을 넓게 펴서 겨울을 나는 특징인 로제트형 식물이 많습니다. 개망초, 냉이, 큰개불알풀 등이 속합니다.
셋째, 여러해살이풀은 3년 이상 살며, 가을에 땅 위의 부분이 말라 죽어도 땅 속에 뿌리나 땅속줄기가 살아남아 해마다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는 식물입니다. 물억새, 고구마(덩이뿌리), 감자(덩이줄기), 수선화(바늘줄기) 등이 속합니다.
우리는 식물의 생활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봄, 여름에 무성한 식물의 잎과 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는 생활사를 알 수 없습니다. 겨울에 지상부가 죽은 식물체가 땅 속에 뿌리나 줄기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여러해살이풀임을, 가을에 싹을 낸 식물을 이듬해 계속 관찰하여 씨를 맺고 죽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두해살이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해살이풀에서 흔히 보이는 로제트형의 잎은 여러해살이풀에서도 가끔 보이는 현상입니다.
나무의 겨울나기
나무는 풀과 달리 땅 위 줄기가 밖으로 노출되어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합니다. 줄기는 어떻게 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요? 줄기는 내부에 수분을 적게 하여 어는 것을 방지하며, 줄기껍질(수피)을 단단하고 두껍게 하여 추위를 이길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나무 줄기는 털이나 비늘에 덮여 있습니다.
또한 나무의 겨울눈은 잎이나 꽃으로 될 새싹을 보호합니다. 겨울눈은 비늘, 솜털, 또는 진액 등으로 덮어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있습니다.
겨울눈은 겨울눈이 달리는 위치와 차례, 그리고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됩니다. 눈이 달리는 위치에 따라 가지 끝에 달리는 끝눈과 가지 곁에 달리는 곁눈으로 구분되며, 기능에 따라 잎이 나오는 잎눈과 꽃이 나오는 꽃눈 등으로 구분합니다. 잎눈의 겉모습은 꽃눈에 비해 길쭉한 모양입니다. 한편, 겨울눈이 달리는 순서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겨울눈의 생김새
겨울눈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겨울눈이 가지에 붙은 모습 관찰하기: 엽흔, 관다발자국, 나는 차례 등
2. 겨울눈 외부 생김새 관찰하기: 덮개, 모양, 덮개 종류 등
3. 겨울눈 내부 생김새 관찰하기: 겨울눈의 횡단면, 종단면 등
겨울눈이 줄기에 붙은 모습을 관찰하면, 줄기를 통해 그동안 식물이 살아온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낙엽이 질 때, 잎자루가 떨어져 나간 자국이 보이는데, 이것을 엽흔(leaf scar)라 합니다. 엽흔에는 관다발이 잘려 나간 자리가 작은 돌기 형태로 남아 있는데, 이를 ‘관다발자국’이라 합니다. 엽흔과 관다발자국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어, 겨울눈 관찰의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엽흔과 관다발자국
산수유의 겨울눈(꽃눈)은 여러 겹의 비늘로 싸여 있으며, 내부에는 여러 개의 꽃이 될 부분이 들어있습니다. 백목련의 겨울눈은 털이 많이 달린 비늘에 싸여 있으며, 꽃눈은 잎눈에 비해 크며 많은 털에 덮여 있습니다. 칠엽수의 겨울눈은 여러 겹의 비늘에 끈적한 진액이 묻어 있습니다. 이러한 겨울눈의 크기는 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커져서 겨울에는 유심히 관찰해야 보이던 작은 겨울눈이 2-3월이 되면 잘 보입니다.
-출처: LG사이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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