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자연을 그저 정신적 위안처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나무는 또 하나의 긴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무에게서 일어나는 살 떨리는 삶의 현장들을 정확하게 인정해야한다. 나무로부터 받는 위안은 도피적 위안이 아니라 지구상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어야 한다.
이제 신갈나무는 숲의 전사이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알리는 투쟁가가 된다.
제 1부 세상 밖으로
신갈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참나무류중 비교적 높은 곳에 사는 식물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소나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뿌리가 살아 있는 한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신갈나무는 10월 가을이 성숙되면서 도토리라는 열매를 맺는다. 오직 어미가 껍질 속에 채워준 탄수화물 만을 밑천으로 가을바람에 비산(飛散)하여 구르며 자신이 정착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난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땅에 떨어진 열매는 보름 남짓한 시간에 삐죽한 열매의 끝을 벌려 뿌리를 내며 열흘쯤 지나면 열매가 갈라지며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다. 다른 식물과 달리 신갈나무는 떡잎을 내지 않고 튼튼한 껍질로 무장해 한겨울을 땅속에서 보낸다.
이렇게라도 이동하는 것이 생에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자유라는 것을 열매는 아직 알지 못한다.
열매에게 있어 정착이라는 것은 엄청난 운명의 결정인 것이다.
움직이는 자유란 혹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종자에 날개를 달아라
- 민들레의 관모, 양버즘나무의 열매는 2년이 지나면 부풀고 터진다. 솔방울은 2년의 성숙기간
-분출하는 에너지
제 2부 생장
봄이 되어 떡잎은 지상으로 고개를 내밀고,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 떡잎은 땅속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신갈나무는 뿌리와 줄기가 하나의 열매에서 구분없이 붙어 있고, 뿌리에서 이어진 잎맥은 잎의 끝까지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지상의 떡잎은 본잎이 나오면서 사라지나 신갈나무 열매 떡잎은 오랫동안 붙어있다.
숲속의 어린 싹들은 독립된 개체로 생존하려면 제한된 공간과 양분을 먼저 차지해야만 한다. 씨앗은 종자에 날개를 달아서, 무엇에든지 달라 붙어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여 가능한한 어미에게서 멀어 지려고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강한 유전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신갈나무도 마찬가지다.
어린 나무는 빛의 확보를 위해 줄기만 고집하면서 위로 자라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인다. 뿌리로 물과 양분을 끌어 올리고, 체온조절 위해 밖으로 배출한 수분은 숲을 서늘하게 만들며, 여름햇살로 신갈나무의 여린 잎은 푸르러지고 줄기도 굵어진다.
어린 나무는 모든 힘을 줄기의 중심으로 모은다.
신갈나무의 흰색털은 햇빛을 반사한다. 굴참나무 잎 뒷면의 빽빽한 털은 수분 방지,
어린 나무의 붉은 털은 경고용. 끈적이는 털은 곤충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
제 3부 생장을 위한 전략
신갈나무는 성장이 배가 될수록 빛, 물, 양분, 공간이 필요하다. 봄과 함께 깨어난 청년나무는 먼저 공간에 대한 탐색을 하고, 여름에 실질적 생장의 약속이 이뤄진다.
양엽과 음엽. 양엽은 나무의 전사들이다.
수목한계선
다음 해의 성장을 대비한 눈(눈은 다음 해의 전사들이다. 예비 눈)
눈을 보호하기 위해 속껍질, 아린, 방수액으로
고정생장과 자유생장
신갈나무의 온 신경은 오로지 지키고 차지하는데 모아져 몇년간 꽃눈을 만들지 않고 잎만 만들어 나가며, 높은 곳에 있는 나무는 강한 바람에 저항하기 위해 키가 작고 잎은 억세며, 내년 봄의 세력 확장을 위해 겨울눈을 만들어 가지의 끝에 올려 놓아 봄이 오면 새로운 가지와 잎을 만든다.
신갈나무는 가지와 줄기, 뿌리에 까지 원기를 불어 넣어 위험에 직면하더라도 스스로 재생할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한해를 자라고 또 자라고 한다.
제 4부 겨울나기
신갈나무는 화려한 단풍색을 택하지 않고 실리를 택해 겨울을 대비한다. 대부분의 잎은 떨구기 앞서 잎속의 질소와 인산, 칼슘을 회수하고 몸속에 축척해 두었던 노페물을 축척해 두었다가 잎을 떨구면서 밖으로 내 보낸다. 그러나 신갈나무 단풍은 오랫동안 나무에 머물러 눈을 보호하고 양분의 흩어짐을 막는다.
낙엽이 분해된 숲은 양분저장고가 되어 신갈나무숲이 다시 재생되고 발전하는데 중요한 밑천이 되고, 작은 토양생물에게는 삶의 터전을 제공하게 된다.
줄기는 겨울에 얼지 않도록 바깥쪽에서 살찌워 안으로 밀어 넣어 나무껍질(樹皮)을 두껍게 만든다. 콜크층으로 이루워진 수피는 수분의 손실을 막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병충해의 침입을 막는다. 이렇게 줄기는 수피옷을 입고 잎은 각피옷을 입고 겨울을 난다. 나무의 속도 세포속의 물기를 세포사이로 옮겨 겨울나기에 들어간다.
*불로초(영지)버섯의 둥근 테는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살아온 햇수를 나타낸다.
p125. : 에궁! 불로초는 일년생인데...
서울 통의동의 백송 나이테: 민족의 아픔 시기인 1919년에서 1945년 사이의 나이테 폭이 이상적으로 줄어 있었다.
나이테를 통한 나무의 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테 추출 기구: 생장추
줄기의 옷: 코르크층, 잎의 옷: 큐티클의 각피옷, 각피층의 표면에는 왁스층이.
갈대의 지혜: 엽초, 규소 성분의 줄기
제 5부 꽃
어린 유형기를 거친 신갈나무(20년 정도)는 몸통도 두툼해지고 수피도 거뭇하게 관록이 붙을 무렵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잎이 나면 잎에 가려 날아가기 힘드니 잎이 나기 전에 암꽃과 숫꽃이 나뉘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신갈나무는 진화 과정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해 종자를 키워내는 필수적 방법만을 마련해 긴 생명력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나무는 밤낮과 계절의 주기성을 생활주기에 맞추고, 딴꽃가루받이를 하여 강한 유전자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신갈나무는 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수많은 자연잡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꽃이 피는 데는 수일에 지나지 않지만 열매는 긴시간을 자라면서 여물어 간다. 신갈나무는 열매의 안쪽에 안감을 입히고 겉은 딱딱한 갑옷을 입혀 단단히 무장을 하여 어린싹이 먹을 양분(처음엔 떫은 맛)을 열매에 가득가득 채워준다. 다람쥐가 먹이로 숨겨둔 도토리는 다람쥐의 건망증으로 인해 도토리는 새 생명을 찾기도 한다.
제 6부 적과의 동침
신갈나무는 살아 남기위해 다른 생명의 뿌리도 과감하게 뚫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난관도 이겨내는 무서운 본능을 가지고 있다. 내음성인 전나무는 과다한 햇빛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물기 많고 습한 곳은 물푸레나무가 점령하여 함께 살아가는데 식물들은 은연중에 협의가 이루워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류에 살면서 참나무잎과 열매를 갉아먹는 곤충의 수는 37여종이나 된다. 자신을 갉아먹는 이 해로운 놈들과 힘의 균형을 위해 신갈나무는 탄수화물로 유기산이나 단백질, 지방, 등등을 만들어 잎의 조직에 저장하고 나머지는 꽃과 열매를 맺는데도 이용한다. 전체잎의 20%는 곤충과 벌레에게 먹힐 각오로 과다하게 만들어 낸다.
또한 독극물과 가시로 자신을 방어하는 식물도 있다. 이러한 물질은 곤충에게는 치명적인 독극물이지만 인간에게 약이 되기도 한다.
그외도 신갈나무를 등쳐먹는 참나무겨우살이, 잎조차 없이 나무의 몸속으로 침투하는 새삼, 줄기에 개미를 키우는 개미풀, 식물의 목을 조르는 넝굴식물등은 나무나 식물에 기생하여 위협하니 숲은 먹고 먹히는 승부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제 7부 나무가 있는 숲
서로가 밀고 당기기도하고, 먹고 먹히기고 하며, 그리고 협력하면서 숲은 이루워 진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수형을 먹은 나무는 멋진 자태와 품성을 갖추게 된다.
다른 나무에 비해 공간을 장악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견디는 힘 때문에 오래전 세력을 떨치던 나무들이 신갈나무 위협에 하나 둘 밀려나고 있다.
다른 식물의 생장과 발달을 저해하기위해 타감 물질을 낸 소나무 밑에는 풀이 자라지 않으나 신갈나무는 너그럽게 다른 식물도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래서 신갈나무 아래는 낙엽과 풀이 쌓여 거름이 되어 충분한 양질의 토양이 되었다.
이렇게 수명을 다한 신갈나무도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신갈나무는 숲으로 돌아가 양분이 되어 다음세대의 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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