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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누리/식물 곳간

꽃을 기다리다

by 지암(듬북이) 2019. 11. 8.




꽃을 기다리다.

 

결국 우리가 꽃을 보고,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것은 식물의 온 생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봄이든 여름이든 혹은 가을이든, 꽃을 관찰하고 그릴 때는 그 옆에 아직 피지 않은 꽃송이에도 눈길을 주고, 잎사귀 모습도 살피고, 나무라면 겨울눈도 들여다보자. 그렇게 꽃의 가까운 과거부터 추적하면서 호기심을 발동하다 보면 아마도 다음 해에는 한겨울부터 스케치북을 들고 집밖을 서성이면서 꽃이 피기를 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저 혼자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과정의 치열함을 알아야 꽃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_ 꽃의 시작점, 겨울눈

식물의 시작은 씨앗이다. 씨앗이 땅속에 숨죽이고 있다가 나가야 할 때가 되면 싹이 돋는다. 그런데 나무는 잠깐 살다 죽는 풀과는 다른 삶을 택했다.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자란다. 그러려면 새해가 되었을 때 땅속 씨앗에서 재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줄기에서부터 다시 생장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가지 끝에 생장점을 만들었다. 그것이 겨울눈이다.

 

시작은 씨앗, 재출발은 겨울눈

겨울눈은 나무의 또 다른 씨앗

 

` 화살나무: 십자마주나기/코르크층도 마주나기

` 작살나무의 맨눈: 눈 모양이 새로 돋아날 잎 모양

` 다래덩굴의 은아

` 라일락 겨울눈과 엽흔(그레이트마징가)

` 엽흔이 큰 나무들은 가지뻗음이 복잡하지 않고 전체적인 수형도 단순하다.

 

제2부 _ 소리 없이, 새순이 돋다

` 호두나무 새순: 주글론 성분, 원숭이 얼굴 모양의 엽흔

` 담쟁이덩굴의 둥근 빨판 하나에 200g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 자연 관찰을 잘 하는 방법

- 천천히 걸어라

-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멈춰라

- 멈춰서 오래 보라

- 여러 날을 보라: 적어도 일 년을 꾸준히 관찰해야 그 식물의 모습을 잘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제3부 _ 로제트식물의 겨울나기

로제트 식물의 잎 나는 각도는 135도 정도이다. 그래야 서로 겹치지 않고 잎이 날 수 있다.

` 산괴불주머니: 쓴 맛을 내는 식물을 먹으면 잠이 잘 온다.

` 노란색은 식물이 만들어내기에 가장 쉬운 색이라고 한다.

 

제4부 _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

 

제5부 _ 꽃보다 연두, 신록에 빠지다

` 브론즈현상: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어린 잎 끝부분이 붉은 것

` 청미래덩굴과 청가시덩굴: 외떡잎식물

` 대왕참나무(잎의 결각이 심하다.)와 루브라참나무

 

 

제6부 _ 꽃의 계절을 수놓은 나무꽃들

 

제7부 _ 정열적인 여름꽃들

` 줄기 부분에 겨울눈이 있다면 나무이고, 없으면 풀이다.

 

제8부 _ 무더위 지나 가을까지 풀꽃 산책

` 분꽃의 열매를 까면 흰가루가 나온다. 그것을 이용해 실제로 분칠하는데 썼다고 해서 분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나무에서 겨울눈이 돋아난 규칙이 어떠한가? 가지 양 방향으로 하나씩 어긋나게 붙어서 나면 어긋나기라 하고, 서로 마주보면서 나면 마주나기라고 부른다. 겨울눈의 위치에 따라 향후 그 나무의 가지 뻗음을 예측할 수 있다. 겨울눈을 ‘나무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 p.28

 

이른 봄에 산책을 하다가 땅에 돋아난 식물을 보고 벌써 잎이 돋았다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3월도 안 되었는데 벌써 돋아났다고…. 놀라긴 이르다. 사실 2월이 아니라 더 일찍 돋아난 것이니까. 그 잎들은 이미 작년 가을에 돋아났다. 로제트식물은 그 모습으로 겨울을 견디고 곧바로 봄에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어버린다. 번식을 빨리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로제트식물은 일 년에 두 번 꽃을 피운다. 즉, 이모작을 하는 셈이다.

--- p.108

 

‘철이 없다, 철이 들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때의 철은 사리분별을 하는 능력, 현명함을 뜻한다. 이 말의 어원도 계절에서 왔다. 계절을 잘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어에도 ‘seasoned man’이라는 단어가 있다. 보통 전문가나 박사, 즉 똑똑한 사람, 뭔가에 익숙한 경지에 오른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의 ‘철든 사람’과 같은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 p.113

 

이 책에서 내가 강조하는 그리기는 세밀화와는 다르다. 세밀함에서는 많이 떨어지고 관찰한 내용을 기록한 글이 많다. 그림도 한 장면만 완성도 있게 그릴 것이 아니라 여러 각도와 부위별로 나누어 그리고, 어느 부분은 확대해서 그린다. 아니면 아예 자연물을 해부해 놓고 그 구조를 연구하면서 그리기도 한다. 해부의 목적은 물론 식물의 정보를 알아내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꽃과 열매, 줄기 등을 해부해 보면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전에 몰랐던 것을 하나 이상은 알게 되는 그리기. 그것이 자연관찰 그리기이다.

--- p.190

 

참나리는 여름 길가에서 선명한 주홍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름꽃들이 대체로 진하고 선명한 색을 띠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줄기에 달린 까맣고 동글동글한 것은 씨앗이 아니라 주아다. 씨앗이 아닌데도 땅에 떨어지면 싹이 나오는 독특한 기관이다. 모든 식물이 주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주로 양파나 백합 종류에서 볼 수 있으며 참마에도 주아가 달린다. 번식을 위한 또 다른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 p.210

 

꽃이나 열매 이야기를 할 때면 별 생각 없이 가장 화려한 꽃이나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떠올려서 말한다. 사과와 배를 먹으면서는 그들의 꽃을 생각하지 않고, 목련이나 국화를 보면서는 그들의 열매를 생각하지 않는다. 부추는 주로 줄기를 먹으니 꽃도 열매도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려보았다. 이들에게도 꽃과 열매가 있다.

--- p.225

 

자연해설의 기본 원칙 중에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을 해설하라’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멀리 있거나 실체가 없는 관념의 것을 말하지 마라, 어제 본 것을 말하지 말고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해 말하라는 의미이다. 그 원칙이 틀린 것은 아닌데 그렇게 수업을 하다보면 늘 빠뜨리게 되는 게 있다. 바로 뿌리 이야기다.

--- p.275

 

가을이 되면 풀도 단풍이 든다. 나온 지 오래된 아래쪽부터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은 식물의 녹색 잎이 하던 일을 멈추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풀도 가을이 되어 말라 죽어갈 때 단풍이 든다. 풀은 나무와 달리 잎만 물들지는 않는다. 나무는 이파리만 광합성을 하지만 풀은 줄기와 잎 모두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줄기도 같이 물든다.

--- p.290

 

살아있는 풀 한 포기를 그릴 때, 이왕이면 풀이 땅에서 자라는 모습까지 그려주는 편이 더 생생한 느낌이 난다. 풀만 그리지 말고 주변 배경을 같이 그리면 좋은데 주로 흙을 그리게 된다. 흙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흙 알갱이 입자가 너무 작아 그것을 일일이 관찰해 그리기는 쉽지 않다. 필요에 의해 흙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면 몰라도, 주인공이 풀이고 흙은 그저 배경으로 사용될 거라면 흙 그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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