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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누리/놀이 곳간

나물노래

by 지암(듬북이) 2015. 4. 16.

 

 

나물 노래

 

나물 뜯는 소리

부녀자들이 산에서 나물을 뜯으면서 부르는 노래.

 

주로 봄이 되면 산으로 가서 나물을 캐는 여성들이 나물을 뜯으면서 부르는 민요이다. 혼자서 음영식으로 독창하거나 여럿이 제창한다. 나물 이름과 그 특징, 나물 캐는 상황에서의 연정과 사친 및 한탄, 나물을 많이 캐기를 바라는 기원의 성격을 담고 있다. 지역적 특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사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만 해안과 평야에 비해 산악 지역에서 많이 전승되었다. 특히 생활 환경이 척박했던 화전(火田)마을에서 많이 부르던 노래이다.

 

사설

서산 밑에 서 처자야/ 남산 밑에 남 도령아/ 나물 캐로 가자시라/

첫 닭 울어 밥 해 묵고/ 두 홰 울어 신발하고/ 세 홰 울어 당도해서/

올라가민 올개사리/ 내려가면 늦개사리/ 아곰자곰 꺾었더니/

맛도 좋다 곤대수야/ 빛도 좋다 참나물아/ 무덕무덕 호모초야/

걸패 좋다 미역초야/ 그러구로 쳐다보니/ 점심참이 돌아왔네/

서 처자 밥은 옥수 겉은 찰밥이요/

남 도령 밥은 삼 년 묵은 꽁보리밥/

서 처자 반찬은 소괴기 육장인데/

남 도령 반찬은 삼 년 묵은 꼬랑장에/

서 처자 술목은 은지옥지 놀아나고/

남 도령 술목은 삼 년 묵은 통숟가락/

남 도령 밥은 서 처자 묵고/ 서 처자 밥은 남 도령 묵고/

그러구로 갈라묵고/

서 처자 거동 보소 보니보소/ 치매벗어 치알치고/

허리띠 벗어 병풍을 둘라/ 팔복도 벗어 필비게하고/

두 몸이 한 몸 되어/ 하늘이라 쳐다보니/

해를 보니 일모가 되네/

그러구로 내려오미/ 송기 꺽어 찍지 짚고/

꽃은 꺽어여 머리에 꽂고/ 잎은 뚝 따 입에 물고/

꼬불꼬불 산골길로/ 집으로 당도했네/

오골오골 올고사리/ 너불너불 늦고사리/

주섬주섬 쥐옇어다가/ 샛 빌겉은 저동솥에/

알콤살콤 데치내여/ 앞냇물에 빨어다가/

뒷냇물에 히아다가/ 샛 빌겉은 저동솥에/ 아닥타닥 볶어다가/

열두 상을 갈라놓고/ 요물조물 다 묵었네

 

 

사설의 유형은 내용을 기준으로 나물 이름을 나열하는 교술적 성격의 유형과 출발, 도착, 나물 캐기, 점심 먹기, 사랑하기, 하산, 나물 삶아 나눠먹기 등 일련의 사건들이 서술되는 서사적 성격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지역에 따라 가창자 자신의 삶을 반영하여 서정화한 유형도 있다. <나물 뜯는 소리>에 대한 독자적 연구는 이루어진 적이 없고, 지역 민요 개관을 통해 소개된 정도이다. 나물을 뜯는 현장에서 주로 구연되지만 유희의 현장 및 작업이 모두 끝난 경우에도 유희 및 기원의 목적으로 구연된다.

 

<나물 뜯는 소리>는 채취노동요이다. 봄나물의 이름을 수없이 나열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율을 형성하며 언어유희를 동원하여 각 나물을 재치 있게 표현한다. 나물 이름을 나열하는 동안 나물의 명칭과 특징은 물론 그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나물을 캐면서 부르기도 하지만 나물을 다 캐고 나서 모여 놀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노랫말의 내용이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사설 가운데 처녀 총각의 사랑 놀음이 들어 있는 경우 그 내용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일탈의 모습과 상상인 경우가 많다. 나물을 다 캐고 바구니를 돌리며 나물의 양이 불어나게 해 달라고 비는 기원형의 내용을 가진 유형도 있다. 서두에는 당산네 또는 영동할매 등의 신을 찾아 부르고 끝부분에서 나물을 불려 달라는 기원적 내용을 담고 있다.

 

<나물 캐는 노래>는 여성들이 즐겨 부르며 사설도 여성의 삶을 반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봄철 먹거리를 마련하는 작업을 하면서 부르는 자위적인 노동요다. 친정부모를 그리워하는 심정, 임에 대한 상사(相思)의 감정, 시집살이의 애환 같은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때 뜯고자 하는 나물을 소재로 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도라지, 곤드레, 딱주기, 냉이, 비름, 취 따위가 있다. 이 나물들은 많이 먹어도 부황기가 없고 배탈이 나지 않았다. 나물을 곡기와 같이 무쳐야 하기에 이른 보리와 송기껍질을 이용하였다. 전통 사회에서 기층민들은 가난에 함몰되어 살아왔다. 특히 강원도 지역 사람들은 화전을 일궈 옥수수와 감자, 콩 같은 농사를 지었으나 배부르게 먹지 못했다. 춘궁기의 보릿고개는 나물 캐는 노래를 만들었다.

나물을 캐는 일은 여성들에게 주어졌던 노동이었지만 시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여성들은 나물을 캐며,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노래를 통해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나물 캐는 노래는 잡역 노동요로서의 기능에 비해 아라리 계통의 유희요로서의 기능이 많은 노래다. 특히 유희성과 여성성은 노래를 향유하던 현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향유할 수 있었던 놀이가 많지 않았으며, 나물 캐는 노래의 경우는 놀이 도구 이상의 구실을 하였다. 나물을 캐는 동작과 상관없이 음영조로 읊조리는 방식을 취하며, 4음보 내지는 2음보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사례

나물 캐는 노래는 각 지방의 토리(土理)에 따라 임의적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산간 오지마을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지만, 백두대간을 따라 화전형 마을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아라리권의 나물 캐는 노래는 단조롭고 생태적인 데 반해, 메나리권의 그것은 엮음방식이고 해학적인 면이 있다. 다음은 강원 영월군 남면 토교 3리와 주천면 판운 2리,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 충북 괴산군 도안면 화성리에서 각각 불리는 나물 캐는 노래이다.

 

도라질캘라면 캐지야 산삼을캘라면 캐지,

나의아부지 귀동냥 병든에 조초나캐구나,

도라지도라지도라지 강원도 금강산에 백도라지,

한두뿌리만 캐어도 정든님반찬 만드는구나.

한치뒷산에 곤두레딱주기 님의맘만 같다면,

병자년 대흉년에도 봄살어 나지.

산나물 하러가세 산나물 하러가세,

우리나 산넘세 봄나물 가세

하루 종일 한되백기 두되백기 세되백기,

뜯어다가 오늘 시부모님 공경하세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아,

아니노지는 못하리라.

뚝뚝뜯어 꽃다지, 쏙쏙뽑아 나생이

질로가면 질갱이, 대로가면 대사리

골로가면 고사리, 오용조용 물래쟁이.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보은 나물 노래

행주치마 둘러 입고 뒷동산에 올라가서

개감추1) 미역추2) 너 얼매나 잘났걸래 우리네 손질에 놀아 나나

오콤조콤 뜯어 가주 안치매를3) 담아 가주

집에라구나 돌아와서 설렁설렁에 추려 가주

벌어졌다 벌가매에4) 설설 끓는 물에다가

두적뒤적도 해 가주구 살라쿵 살라쿵 힝궈 가주

동동 뜨는 참지름에 오물조물에 무쳐 가주

네모번듯 두레상에5) 은저붐을 맞춰 놓고 소담하게두 담아 놓고

노인네는 참진미라6) 젊으신네는 감식이라7)

 

뒷동산에 올라가서 멍구럭대래키8) 둘러 차고

고사리를 꺾어 가주 줌짐이두9) 꺾어 가주

요놈의 고사리 가져 와서 설렁설렁에 추려 가주

벌어졌다 벌가매에 휘휘 둘러 건져 가주

태양에다 말려 놓구 요 뭉치 조 뭉치 해가주구

용상에다10) 모셔났다 낭군님 지사가11) 돌아왔네

달갈같은 동솥에다12) 되작되작두 삶아 가주

낭군님 지사를 차려 놓고 왼갖 잔채를13) 차려 놓고

왼갖 과일을 차려 놓고 조상님께 축원하길

비나니다 비나니다 오늘 저녁에 오신 조상

많이나 잡숫고 응감하구 우리야 낭군이 오셨거당

자손에 명복두 빌어주구 자손에 금전두 풀어줘요

오늘 저녁 오셨거든 많이 많이나 잡수시고

극락으로 잘 가시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오창리 / 김점례(77세) / 1993)

 

 

1)개감추: 나물이름. 2)미역추→미역취: 취나물의 일종. 3)안치매→앞치마. 4)벌가매: 아가리가 벌어진 큰 가마솥. 5)두레상: 여러사람이 둘러 앉아 먹는 상을 말하는 듯. 5)참진미: 맛난 음식을 말하는 듯. 6)감식(甘食):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 7)멍구럭대리키: 싸리나무로 만든 큰 다래끼. 8)줌짐이두→줌줌이. 9)용상: 높은 곳에 있는 선반 비슷한 것. 10)지사→제사. 11)동솥: 작은 솥. 12)잔채: 잘게 썬 채.

 

*대부분의 나물노래가 단순하게 나물이름을 나열하는 것에 비해 이 노래는 나물을 뜯어 요리를 해서 남편 제삿상에 올리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고 있다. 노랫말에 나오는 갖가지 짓시늉말(의태어)이 돋보인다.

 

나물노래

 

한푼두푼 돈나물 / 쑥쑥 뽑아 나신개

이개저개 지칭개 / 잡아뜯어 꽃다지

오용조용 말매물 / 휘휘돌아 물레동이

길에 가면 질갱이 / 골에 가면 고사리

칩다꺾어 고사리 / 나립꺾어 고사리

어영구부영 활나물 / 한푼두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 돌돌말려 고비나물

칭칭 감아 감돌래 / 잡아뜯어 꽃다지

쑥쑥 뽑아 나신개 / 어영저영 말맹이

이개저개 지칭개 / 진미백송 잣나물

만병통치 삽추나물 / 향기만구 시금치

사시장춘 대나물

 

 

 

 

꼬불꼬불 고사리

 

 

 

이산 저산 넘나물 (원추리 새순)

 

말랑말랑 말냉이

 

잡아 뜯어 꽃다지

 

 

바귀바귀 씀바귀

 

매끈매끈 기름나물

 

파드득나물

 

미나리냉이

 

참취

 

광대나물

 

수리취

 

돌나물(돈나물)

 

 

* 초등학교 나물노래에 대한 듬북이의 짧은 이야기

 

 

 

나물노래이지만 나무타령(노래)과 함께 엮어져 노랫말이 구성된 것 같다.

노랫말 중에서 가자 가자 갓나무에서 갓나무가 아니라 감나무를 갓나무로 잘못 올린 것은 아닌지,

대부분의 나무타령에서는 가자 가자 감나무로 부르고 있다.

나무 대신에 한푼 두푼 돈나물, 이개 저개 지칭개, 길에 가면 질경이, 돌돌 말아 고비나물 등의 나물노래로 대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전래 노랫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나무타령 아니면 나물노래 둘 중의 하나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물 노래.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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