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세기
여럿이 마주 보고 앉아 다리를 쭉 뻗어 맞물리게 한 다음, 노래에 맞추어 다리를 세면서 노는 아이들 놀이. 지역에 따라서 다리뺏기놀이, 다리셈놀이, 이거리저거리, 다리헤기, 하날때놀이, 평양감사놀이, 군수놀이, 행경놀이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주로 10세 전후의 여아들이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방안에서 많이 했던 놀이이다. 특히 정월대보름이나 명절 때 또래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다리세기를 했다. 이 놀이는 온돌을 기본으로 했던 우리나라의 오랜 주거생활의 전통에서 발생한 놀이로 짐작되나 그 유래는 분명치 않다.
다리세기는 대개 순서를 정하거나 꼴찌를 한 아이(술래)에게 벌칙을 부과할 목적으로 놀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놀이를 하려면 먼저 5~10명이 두 줄로 마주 본 채 다리를 펴고 앉는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서로 엇갈리도록 맞은편 아이의 다리 사이에 끼운다. 이윽고 놀이가 시작되면 흥겹게 합창하며 차례로 다리를 세되, 노래가 끝나는 마지막 구절에 짚인 다리는 오므린다. 이를테면 다음의 가사와 같이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 만사 두만사, 돌아간다 장두칼, 여땅개 저땅개, 쇠머리땅개 끝바끔” 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때 한 구절마다 다리를 세다가 ‘끝바끔’에 지목된 아이의 다리는 구부리게 한다. 그런 다음 남아 있는 다리를 대상으로 처음부터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리세기를 반복하여 양쪽 다리를 모두 오므린 아이의 순으로 등위가 매겨진다. 그리하여 마지막까지 지목받지 못해 한쪽 다리를 펴고 있는 아이는 술래가 된다. 이때 술래에게 가해지는 벌칙은 노래하기, 춤추기, 심부름, 등 두드리기, 알밤주기 같은 것들이 있다.
다리세기는 전국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전승했던 놀이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놀이의 방법이 다양할 뿐 아니라 연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재미있게 변용시킨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전남 함평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손바닥으로 다리를 짚어가다가 노래의 끝자를 부르고 ‘땡’을 외치는 순간, 미처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면 지게 된다. 반면 날쌔게 오므리면 그 옆에 있는 다음 다리의 아이가 탈락이 된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맨 나중에 다리 하나가 남았을 경우, 방바닥과 다리를 번갈아 센다. 그리하여 마지막 ‘땡’이 다리에 닿으면 그냥 꼴찌가 되지만, 땡이 방바닥에 닿으면 꼴지 중에서도 꼴찌가 되어 이긴 사람들의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서 해야 된다.
평북 선천에서는 다리세기를 응용한 평양감사놀이를 한다. 이를 위해 평양감사, 관리 몇 사람과 함께 개, 돼지, 돼지주인 등의 배역이 필요한데, 각 배역은 다리세기로 결정한다. 곧 가장 먼저 두 다리를 오므린 아이가 평양감사가 되고, 그 다음은 좌수, 사령, 개, 돼지, 돼지주인이 된다. 놀이가 시작되면 돼지주인은 개가 자기집의 돼지를 잡아먹으려 했다는 이유로 관리에게 고발한다. 이것이 상달(上達)되어 평양감사에게 이르면 감사가 이를 처결한다.
평북 용천에서도 이와 유사한 군수놀이가 전승한다. 놀이의 방법은 열 명 이상의 아이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양다리를 펴서 앞사람의 가랑이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한알궁(1) 두알궁(2) 삼재(3) 엄재(4) 호박(5) 꺾기(6) 두루미(7) 찌강(8) 가드라(9) 꿍(10)을 부르며 다리를 헤아리되, (10)에 해당하는 ‘꿍’에 짚인 아이는 발을 구부린다. 이렇게 해서 가장 먼저 양다리를 굽힌 아이가 군수를 맡고, 차례로 좌수, 공리, 사령, 백성이 된다. 백성은 원고와 피고로 나뉘어서 재판을 벌이는데 이때 군수가 나서서 시시비비를 가려준다.
강원도 양구에서 채록된 하날때놀이는 한층 흥미롭다. 군수놀이와 마찬가지로 (1)~(10)까지 노래를 부른다. 곧 하날때(1) 두알때(2) 사마정(3) 날때(4) 영낭(5) 거지(6) 팔때(7) 장군(8) 고드래(9) 뻥(10)을 센다. 이런 식으로 다리를 짚어가다가 ‘뻥’에 해당하는 사람은 다리를 오므린다. 역시 가장 먼저 두 다리를 오므린 아이가 왕이 되고, 그 다음은 사람, 이어서 차례로 개, 닭, 말이 되고 꼴찌는 거지가 된다. 배역에 따라 거지가 사람의 물건을 훔치면, 다른 짐승들이 이를 보고 일제히 짖거나 울어서 알려준다. 도둑질을 하다가 잡힌 거지는 시치미를 떼며 여간해서 훔쳤다고 자백하지 않는다. 그러면 왕이 거지를 불러 큰소리로 야단을 쳐서 자백을 받는다.
제주도에서는 다리세기 놀이와 유사한 놀이로 행경놀이가 있다. 주로 겨울철 아이들 너댓이 방 안에 모여 앉아 서로 다리를 섞어 마주 뻗어 앉아 연장자가 정해진 동요를 외우며, 손으로 다리를 짚어 세어 그 동요가 끝나는 대목에 해당되는 다리를 거두게 해서 누가 양쪽 다리를 먼저 거두게 되느냐로 선후를 가리는 놀이이다. 행경은 바지를 입었을 때, 다리에 끼웠던 복식 차림의 한 가지이다. 이 놀이의 내용을 보면, 대개 맨 먼저 양쪽 다리 거둠이 끝난 이는 사또가 되며, 그 다음으로는 차례대로 하인과 머슴, 말이 된다. 그리하여 말이 된 사람이 팔꿈치와 무릎으로 엎드리면 사또는 그 위에 탄다. 그리고 하인은 앞에서 그 말의 양쪽 귀를 잡아 방향을 잡으면 머슴은 말의 뒤에서 재촉을 하며 방 안을 한 바퀴 돈다. 이렇게 하여 놀이는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한편 다리세기놀이의 노랫말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강 이북의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 그리고 북한 지역에서는 대체로 ‘한알때(한알동) 두알때(두알동)’로 시작되는 가사가 우세한 편이다. 반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에서는 ‘이거리(한거리) 저거리(두거리) 각거리’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폭넓게 전승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양쪽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특한 노랫말도 적지 않은데, 각 지역에서 구전되는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쥐야 쥐야 어데 잤나 부뚜막에 잤다
뭐덮고 잤나 행주 덮고 잤다
뭐비고 잤나 빡죽 비고 잤다
뭐이 깨미더나 불개미가 깨미더라
어떻게 울었나 앵앵 울었다
-고성군 간성읍 방림리 /2002년 / 임월순
쥐야 쥐야 어데 잤나 부뚜막에 잤다
뭐덮고 잤나 행주덮고 잤다
어떻게 울었나 찍찍 울었다
-삼척시 도계읍 발이리 / 2002.7.5 / 김계화(여, 56세)
아내나 두내나 진다모두 히바깎아 두리미 장 골 럼 책
들갔다 죽도밥도 못얻어먹는 인간해요 무엇하리
나바라 불어라 두 대
-삼척시 원덕읍 월천3리 / 2002.7.3 / 황월선(여, 82세)
재짱 개짱
쇠스레 넉장 콩죽 팥죽
얻어 먹었니 못얻어 먹었니
사 마 지 꽁
-속초시 도문동 / 2002.5.26 / 김정수(여, 75세)
하날내기 두둘 사파사지 사사지
오바래미 육육가치 칠대바리 가운데께
먹자구리
-철원군 철원읍 월하리 / 2001.7.21 / 이약발(여, 70세)
하나구 대구 진대 무대 사방각각 두래미 장골 능 치거라
하나구 대구 진대 무대 사방각각 두래미 장골 능 치거라
하나구 대구 진대 무대 사방각각 두래미 장골 능 치거라
송사왔습니다
무슨 송산고가 왔습니까
하늘에서 임벌거지가 떨어져서
콩뿌리 팥뿌리 다 파먹고
나라 구하러 왔습니다
-인제군 기린면 북1리 / 2000.7.17 / 이하옥(여, 71세)
이똥 저똥 행기똥
제 할미 곱새 똥
-속초시 영랑동 / 2002.7.4 / 김옥진(여, 81세)
이똥 저똥 행길똥
문둥이아들 곱새 똥
-속초시 대포동 / 2002.7.8 / 장세월(여, 79세)
이똥 저똥 앵기 똥
집의 할미 곱새 똥
-속초시 대포동 / 2002.7.10 / 김병국(남, 68세)
고모네집에 갔더니
암탉수탉 잡어서
나한숫갈 안주대
우리집에 와봐라
양미봉탕 주나봐라
-원주시 명륜2동 / 2001.4.7 / 권수자(여, 72세)
고모네집에 갔더니
암탉수탉 잡아서
지름이 동동 뜨는거
나 한그릇 안주더라
우리집에 왔단봐라
암탉수탉 잡아
지름이 동동 뜨는거
너 한그릇 안준다
-횡성군 강림면 부곡2리 / 2001.7.12 / 조원옥(여, 57세)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 만사 두만사
조도김치 장두칼
장땅개 이땅개
스무리땅개 꽃바꿍(충남 부여)
한알때 두알때
육남 거리 팔괘 장군
누루 사슴이
범에 약대
고드레 땡(평안도)
한알동 두알동
삼사녀 녀교
오두오두 부두
제비사니 게사니
종재비 팔딱(황해도)
한알대 두알대
삼사 나그네
영남 거지 탈대 장군
구드레 뻥
똥기 땡(경기도)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청사 망사 도망건
도어리 김치 장독간
서울 양반 두양반
진주댁이 열석량
까마귀까우 양지벌이
벌이 사시
빵땡 코파(경상도)
한콩 두콩
연질 녹두
금상 가치
섬에 딱콩(전북 김제)
고성 동요-다리세기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 황서순(76세) / 1995)
한알개 두알개
삼사 났다
은동고리
팔때 장군
고드래 똥
정선 동요-다리세기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임계리 / 박가무(57세) / 1994)
1)
요거리 저거리 각거리
송구맹근 도명근
짝발이 희약사
모구밭에 독새끼
칠팔월에 무시월
미나리꽁 대 축
2)
고모네집에 갔더니
암닭 수탉 잡아서
기름 동동 뜨는 거
나 한술 안 주고
우리 집에 와 봐라
팥죽 한 글 주나 봐
3)
꼬공 꼬공 꽁스방
자네 집이 어덴가
이 산 저 산 넘다가
덤불 밑이 내 집일세
뭐 먹구 사나
멀구 다래 따 먹다
불알이 홀채 죽었네
평창 동요-다리세기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 이정춘(64세) / 1996)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전도 만도 도만도
육지 육지 전라도
전라감사 소래
아랭이 다랭이
경상도 목을 걸구
각지 파랑 목 판
서천 동요-다리세기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선도리 / 구성예(59세) / 1993)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 만사 주먼지끈
돌아 간다 장주칼
요 땅게 소머리땅게
꼬 빠 끔
중원 동요-다리세기
(충북 중원군 신니면 모남리 / 최수복(75세) / 1993)
한알개 두알개
삼사 나그네
헌다지 꽃다지
바람에 쥐새끼
영낭 거지
팔대장군
고드래 짱
청원 동요-다리세기
(충북 청원군 가덕면 병암리 / 김복례(74세) / 1993)
콩하나 팥하나
양지 종지
가락구 속구
넙덕 산이
올랑 촐랑
진대 막대
고양 감토
불무 때콩
장수 동요-다리세기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 이후남(83세) / 1990)
한다리 천다리
귀리 나리
어룽 더룽
성장 막대기 껑꺼
우둥 지둥 뗑!
군위 동요-다리세기
(경북 군위군 의흥읍 읍내리 / 김순달(62세) / 1994)
달도 달도 반달
영천도 반달
쪽귀신에 저고리
사돈네 빤뚜깨
고놈의 집에 가이끄세
양치 자반 놔두고
나를 한 줌 안 주고
우리 집에 와 봐라
구두 박씨 주까봐
경주 동요-다리세기
(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 강귀순(66세) / 1993)
옹기 종기 범의 개야
느그 서방 어데 갔노
신산에 갔다 오거들랑
죽도 밥도 주지 말고
삽작 밲에 쫓아내라
성주 동요-다리세기
(경북 성주시 금수면 무학리 / 최정희(60세) / 1993)
이박 저박 꼰두박
둘러 처기 뚜름박
장모 할마이 캥작쿵
처남 매부 날라리
다리세기는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서 두패로 편을 가른 다음 옆으로 열을 지어 다리를 펴고 죽 늘어앉는다. 그리고 아이마다 맞은편에 앉은 아이와 한 다리씩 서로 엇바꾸어 다리를 다리 사이에 끼워서 핀다. 이렇게 두 줄로 늘어앉은 다음 다리를 세는 방법으로 놀이를 한다.
마주 보고 서로 앉아 다리를 엇갈리게 섞어 뻗고서 바른쪽 다리에서부터 노래에 따라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세어 간다. 놀이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노래에 따라 다리를 손바닥으로 짚어 가다가 노래 끝 자(字)를 부르고 「땡」하려는 순간, 미처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면 지게 되고, 날쌔게 오므려 버리면 다음 다리 어린이가 지게 되는 놀이방법이다.둘째는 다리를 세어 가다가 「땡」에 해당하는 다리는 오므리고,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몇 번이고 거듭하는 사이 먼저 두 다리를 모두 오므린 사람이 이기게 되고, 마지막 다리 하나가 남았을 때에는 다리와 방바닥을 번갈아 짚어 가면서 세어 가는데 「땡」이 방바닥에 해당하면 그 판은 무효로 하는 곳도 있고,마지막 다리의 어린이가 골찌가 되지만 「땡」이 방바닥인 경우 꼴지 중에도 꼴찌가 되는 곳도 있다. 꼴찌가 된 어린이는 이긴 어린이들의 명령에 따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즐거워한다.
다리세기놀이는 어린 시절부터 단체 생활을 즐기며 친구들끼리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군중성을 배양하는 데 유익하다.
그리고 전체 다리세기 노래 중 전체의 의미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자료들은 연령층이 가장 어린 아이들이 놀이 그 자체로 즐기는 노래들이다. 반면, 특정 음절이나 숫자를 기반으로 사설 치레가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자료들은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아이들이 재미삼아 이 놀이를 즐길때 불렀다.
이 노래들은 술래뽑기와 같은 목적성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전체 다리세기 노래 중 가장 사설 창작의 개연성이 열려있다. 아이들은 성장함에 따라 그들의 놀이 및 노래 역시 발전하는데 다리세기놀이는 그러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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