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밟기 (마당밟이, 뜰밟이)
-봉천놀이마당
지신밟기는 주로 정월 초부터 대보름까지 많이 하는데, 그때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명절과 마을 에서 쓸 돈을 모아야 할 때마다 행해져 왔다. 마을공동체, 나아가서 모든 겨레의 바람(기원이나 소 망)을 이루고 모든 나쁜 것을 물리치고자 하는 뜻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지신밟기를 통해 마을의 공동 관심사가 이야기되고, 이를 통해 거두어 들인 자금은 마을사람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쓰여진 다. 밟아 버려야 할 나쁜 신을 힘껏 내리 밟는 다리와 다리에서 뿌듯한 마음을 느끼게 될 때 지신 밟기는 절정을 이루며, 주인이 내놓는 술과 음식으로 구경꾼이나 풍물잽이나 할 것 없이 함께 어울 려 놀 때 어느새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다.
지신밟기는 농촌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바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그 기능이 드러날 수 있으 며, 각각의 경우에 맞는 노래나 고사반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다. 농촌에서의 지신밟기는 대개 다 음과 같은 짜임에 의해 치루어졌으며 굿을 치는 곳을 따라다니며 입장단이나 덕담(잘 되길 비는 말)으로 바라는 바를 빌었다.
1) 당산굿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님(마을을 지켜 주는 신으로 나무나 돌을 가리킴)께 인사하는 것으로 당산 에 대한 인사굿으로서의 뜻만이 아니라 마을사람 모두의 바람(기원)을 나타내고 모든 이의 의사를 모아 가는 자치의 기능을 맡아 왔다. 당산굿은 공동체 의식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의식적 행사라 할 수 있다. 곳에 따라 순서나 덕담이 다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서는 전라도에서 일반적으 로 전해지는 것을 보기로 들겠다.
순서)
(1) 질굿(풍류)을 치며 치배의 끝(보통 소고를 말함)에서부터 당산에 들어간다.
(2) 당산에 이르러 삼채 등으로 장단을 바꾼 뒤 오방진을 감는데, 여기서 오방진
을 감는 것은 판을 깨끗이 씻는다는 뜻이다.
(3) 오방진을 다 감고 푼 뒤, 한 줄 또는 두 줄로 늘어서서 인사굿을 세 번 친다.
(4) 제사 -- 제문(발원문) 읽기 :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상향
소지(신령 앞에 비는 뜻으로 얇은 종이를 오려서 불을 붙여 공중으로
날리는 일, 또는 그 종이) : 어허러루 당산님 우리네 발원 들어보소
…… 어허러루 당산님 만세유전을 비옵니다.
음복(제사를 지내고 나서 제사에 썼던 음식물을 나누어 먹는 것)
(5) 인사굿 -- 세 번 치고 나온다.
2) 샘굿 (마을의 공동 우물)
길을 가다가 샘이 있는 곳이면 꼭 치고 지나간다. 용왕님께 빌어 물이 일 년 내내 맑고 넘치게 하여 풍년이 들고 어떤 병도 얻지 않고 오래도록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빈다.
(덕담 : 솟아라 솟아라 맑은 물만 솟아라, 물 줍쇼 물 줍쇼 사해용왕 물 줍쇼, 만인간이 먹더라도 무병장수 비나이다.)
3) 문굿
집집마다 풍물굿을 치며 돌아다니다가 한 집에 다다르면 문 앞에서 주인이 나와서 맞아들이기를 기다리며 친다.
(덕담 : 주인 주인 문여소 문 안 열면 갈라요, 주인 주인 문여소 마당 가운데 불 놓소, 주인 주인 문여소 복 들어강께 문여소.)
4) 성주굿 (대청굿)
그 집이 지어진 내력을 노래하고 성주님께 복을 비는 굿이며 성주풀이와 액맥이를 한다. 문굿을 치고 마당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논 뒤 상쇠나 대포수가 재담을 늘어 놓는다. 고사 소리꾼이 있으면 고사소리도 한다.
5) 조왕굿 (정지굿)
부엌에서 치는 굿으로 대포수가 솥뚜껑을 엎어 놓으면, 주인이 그릇에다 쌀을 담아서 촛불을 꽂 아 놓고 그 옆에 정화수(깨끗한 물)를 떠놓는다.
(덕담 : 누르세 누르세 조왕님전 누르세, 울리세 울리세 조당지신 울리세, 이 솥에 밥을 하여 만백 성을 먹여내세, 구석구석 네구석 정지구석도 네구석.)
6) 청룡굿 (뒤안굿, 장독굿)
장독에서 치는 굿으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음식맛을 좋게 해주십사 하고 비는 굿이다. (덕담 : 지신지신 지신아 청룡지신을 울리세, 장달다 장달다 꼬장띠장 장달다.)
7) 샘굿 (집 안의 우물)
내용은 2의 샘굿과 같다.
8) 고방굿 (곡간굿)
광에서 치는 굿으로 많은 쌀이 모이길 비는 굿이다.
(덕담 : 올해도 풍년이라 넘실넘실 나락 풍년, 고방마다 쌓인 나락 우리 농부 피땀일세, 앞으로 봐 도 천석군 뒤로 봐도 천석군 천년만년 울리소.)
9) 외양간굿
마구간이나 가축우리에서 치는 굿이다.
(덕담 : 매있네 매있네 금송아지 매있네, 송아지를 낳으려면 암송아지를 낳고, 이왕이면 쌍둥이라 한꺼번에 낳아주소.)
10) 측간굿
뒷간에서 치는 굿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치지 않는 곳도 있다.
(덕담 : 측간 속에 빠지면 백약이 소용없네, 애비부터 손자까지 빠지는 일 없도록, 비나이다 비나 이다 측간지신께 비나이다.)
11) 술굿
주인이 마당에 술상을 차려 놓으면 술을 마시기 전에 치는 굿이다.
(덕담 : 두부국에 김나네 어서 치고 술먹세, 시어머니 주기는 아깝고 며느리 주기는 쑥쑤고, 저 밑 에 지렁이 온다 우리가 먹자 홍자쿵.)
12) 경운기굿, 자동차굿
요즘 들어 생산수단의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 경운기나 자동차가 고장이 안 나고,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빌며, 경운기나 자동차를 새로 산 것을 이웃들과 함께 기뻐하며 치는 굿이다. 새로 운 풍속의 하나이다.
(덕담 : 굴러간다 굴러간다 힘차게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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