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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누리/바다 곳간

불가사리가 모두 나쁜 종족이라는 것은 오해 -글∙사진박수현 | 국제신문 기자

by 지암(듬북이) 2016. 3. 17.






사람들은 불가사리에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붙였다. 그리고는 불가사리를 백해무익하고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쁜 종족으로 몰아갔다.

물론 불가사리가 어민들이 채집하는 어패류 등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모든 불가사리가 인류뿐 아니라 바다생태계에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잘못 알려진 정보로 사람들은 불가사리에 대한 나쁜 선입관으로 불가사리라면 종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가사리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기로 하자.

 

불가사리가 모두 나쁜 종족이라는 것은 오해

-글∙사진박수현 | 국제신문 기자

 

Starfish 또는 Sea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대표적인 극피동물로 세계적으로 1,800여종, 국내에는 1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토착종 별불가사리, 캄차카와 홋카이도 등 추운 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지렁이라 불리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등의 4종이다.

 

이중 바다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 한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종은 바다오염을 막아 주는 순기능도 있다. 그런데 불가사리 구제작업 시 잡혀 나온 대부분은 별불가사리들이다.

이는 잡아내는 시점이 잘못된 탓이 크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 구제작업은 불가사리의 산란기인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수온이 따뜻해지는 이 무렵은 냉수성 아무르불가사리들이 수온이 낮은 곳을 찾아 깊은 바다로 떠난 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여름잠을 잔 후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이 되어야 연안으로 스멀스멀 기어든다. 결국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불가사리 구제작업은 봄에서 여름보다는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적절하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들어 아무르불가사리 구제에 대한 각계의 홍보에 따라 본격적인 구제작업을 가을에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불가사리는 나쁜 종족이라 하여 무차별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해적’이라 불릴만한 아무르불가사리는 무차별적인 포식자이다. 이들은 물속에서 보면 소름끼칠 정도의 크기에(큰놈은 길이가 40cm에 이르는데 물 속에서는 빛의 굴절 현상으로 실제보다 25%정도 더 크게 보인다.)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 위에 얼룩덜룩한 푸른 점 무늬가 있어 상당히 혐오스럽다.

 

북쪽에 있는 캄차카 반도나 홋카이도 등 추운 지방에서 건너온 영향으로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철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반대로 물이 따뜻해지는 여름이 되면 수온이 낮은 연안에서 떨어진 깊은 곳으로 이동해서 여름잠을 잔다.

아무르불가사리는 조개류를 포식할 때 몸의 중심부에서 뻗어나간 다섯 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붙어 있는 관족으로 압박을 가해 조개 입을 강제로 벌린다. 조여드는 힘을 견디지 못한 조개가 조금이라도 입을 벌리면 불가사리는 틈새로 위장을 뒤집은 채 밀어 넣는다. 조개 몸속으로 들어간 위장의 소화효소는 조갯살을 녹여 흡수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개는 껍데기만 남고 만다. 일단 아무르불가사리 떼가 한번 지나간 곳에는 살아남은 조개가 남지 않을 정도여서 말 그대로 싹 쓸고 지나간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성숙한 아무르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 동안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거뜬히 먹어 치운다고 한다.

 

외래종인 아무르불가사리가 우리나라 연안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은 선박의 활발한 이동에 기인한다. 선박은 자체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하물을 내리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채우고, 하물을 싣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버리기를 반복한다. 이때 바닷물과 함께 선박으로 들어온 아무르불가사리 유생들이 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특히 이들은 플랑크톤 상태로 이곳저곳을 떠다니다가 자기가 살기에 적합한 곳에 이르러서야 변태를 시작한다. 또한 성체가 된 후 사는 곳이 마땅치 않으면 몸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확보한 후 조류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UN과 국제해양기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것으로 지정한 유해 생물 10종에 적조, 콜레라 등과 함께 아무르불가사리가 포함 된다.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해적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종이다.(왼쪽)

별불가사리는 조개도 먹지만, 죽은 물고기 등을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오른쪽)

 

 


별불가사리

 

별불가사리는 토속 종이다. 윗면은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 쪽은 주황색을 띄고 있다. 별불가사리가 조개류를 전혀 포식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핸디캡으로 이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개류를 따라 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분히 감싸 안을 수도 없다. 결국 포식할 수 있는 먹잇감도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된 바다생물 등에 맞춰지게 되었다. 이런 습성은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다 밑바닥에 물고기가 죽어 썩어간다면 바닷물은 오염되겠지만 별불가사리가 사체를 분해해준다면 바닷물의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별불가사리는 먹잇감이 떨어지면 여름철 움직임이 둔해진 아무르불가사리를 공격하기도 한다.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는 해양환경개선에 도움을 주는 불가사리라 할 만하다. 제주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조개류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물속에서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한다고 한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될 정도로 해양환경에 유익한 종들이다.

 

 


거미불가사리(왼쪽)와 빨강불가사리(오른쪽)는 해양 환경에 유익한 종이다.

 

 


불가사리에 대한 연구

 

불가사리라는 이름은 죽일 수 없다는 불가살이(不可殺伊)에서 유래한다. 이름 그대로 쉽게 죽일 수 없는 동물이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쉽게 죽일 수 없다기보다는 극피동물의 특성상 강력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팔이나 신체의 일부가 잘려져 나가면 팔이 잘려진 원래의 몸에는 새로운 팔이 생겨나고 잘려 나간 팔은 또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된다. 한 마리가 두 마리로 늘어나는 셈이다.

 

물에서 쉽게 죽일 수 없기에 불가사리는 잡아낸 후 땅 위에서 말려 죽인다. 그런데 불가사리는 부패되면서 지독한 냄새를 풍겨 마을 인근에서 처리하기 난감하다. 잡아 올린 불가사리를 정부에서 금액을 보상하여 수거해가지만 보상비용이 현실적이지 못해 보상가를 바라고는 불가사리를 잡지 않는다. 이에 불가사리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몸에 좋다면 개똥도 귀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불가사리를 원료로 한 약품이나 식품이 큰 관심을 끌게 된다면 불가사리 구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될 법도 하다.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약용 연구는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불가사리를 통해 항암제가 개발되기도 하며, 불가사리 팔이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감염되지 않고 새로운 팔이 재생되는 데서 착안하여 감염 저항 박테리아가 분리되기도 했다. 감염 저항 박테리아의 분리는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 시대를 예고한다.

 

 


불가사리의 팔이 재생되는 장면

 

 


불가사리도 종에 따라 다르다

 

불가사리는 그 종에 따라서 해적으로 분류할 수도, 해양환경 및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었던 민관의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보면 불가사리라 하면 모든 게 나쁘다는 선입관만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잡아 올리는 보여주기 식 행사가 많지 않았나 반성해볼 문제이다. 결국 건강한 바다를 가꾸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에 의해 근본적이며 현명한 대책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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