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기침주기
노래기를 쫓기 위하여 솔가지를 초가지붕 위로 던지거나 처마에 꽂는 비방. 노래기는 배각강(倍脚綱)에 속하는 절지동물로서 초가지붕 속과 같은 음습한 곳에 서식하며, 자기 방어를 위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해충이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齋叢話)』 또는 『경도잡지(京都雜志)』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노래기 부적에 관한 기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연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거 환경이 개선되어 노래기의 서식 환경이 사라지면서 습속 역시 사라지게 되었다.
노래기침주기는 노래기를 퇴치하는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노래기를 쫓기 위해 “노래기 침준다, 노래기 침준다.”고 외치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솔가지를 지붕 위에 던지거나 처마 끝에 돌아가면서 끼우고, 주변의 검불을 모아서 태우기도 하는데, 이를 ‘노래기 침주기’라 한다. 이때 솔가지는 침을 상징하고 불은 노래기를 태우는 것을 상징한다. 노래기침주기는 바늘처럼 뾰족한 솔가지 때문에 초가지붕으로 노래기가 들어오지 못하거나, 서식하던 노래기가 바늘에 찔려 도망간다고 믿는 유감주술적 성격이 강하다.
한편 정월 대보름날 아침, 밥을 지을 때 소금 한 움큼을 부뚜막에 얹어 놓으면서 “산애기 간질한다.”고 하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노래기는 생활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퇴치하려는 다양한 풍속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노래기침주기는 솔가지를 지붕에 던지거나 처마에 꽂는 행위에 한정되는 노래기 퇴치방법이다. 강원도와 충남에서는 ‘래기침주기(노네각시침놓기), 경기도 군포에서는 꼬내각시솔침주기, 경기도 화성과 충남 부여에서는 향랑각시 바늘주기(노래각시바늘주기), 강원도 평창에서는 노래기쫓기, 경기도 강화와 경북 청도·경남 창녕·충청도에서는 노래기밥주기(고동각시밥주기), 경북 옥성·충남 연기에서는 노래기바늘주기, 충남 공주에서는 노래기 퇴치, 충남 부여·서천·청양·전북 군산·김제 등에서는 콩볶기, 전북 익산에서는 노래기잡자, 전북 전주와 부안에서는 사내기뱅이(방애), 충북 일원에서는 좀볶기, 충북 청원에서는 솔잎뿌리기, 함남에서는 구럭달기, 경북 칠곡에서는 노래기없애기 등 다양한 용어가 나타나지만 내용은 유사하다. 전남이나 전북에서는 노래기를 사내기라고 하여 사내기쫓기·사내기불이라고도 한다.
유사풍속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충남 금산군 군북면 헌대리, 충남 연기, 전북 진안에서는 정월 대보름날에 칼질을 하면 노래기가 들끓는다고 하여 이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서는 ‘두더지방아 찧기’라고 하여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노래기도 생기지 말고, 구데기도 오지 말고, 뱀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서 절굿이로 집안 곳곳을 찧고 다닌다. 충남 공주·전북 군산에서는 “노래각시 노래각시 바느질이나 하고 내려오지 마소!” 하고 외치면서 솔가지를 지붕에 던진다. 충남 보령에서는 ‘노간주나무불때기’라고 하여 정월 열나흗날 노간주나무를 태우면 노래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전남 해남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나 이월 중에 ‘바위손’이라는 풀을 뜯어서 마당의 쓰레기를 치워 불을 피울 때 같이 태우면 지독한 냄새가 나서 노래기 방지가 된다고 하고 소금을 뿌리는데, 이를 ‘노래기쫓기’라고 한다.
의의
노래기침주기는 선조들의 위생 관념을 읽을 수 있는 세시풍속의 하나이다. 노래기의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에 비위(脾胃)가 좋은 사람을 보고 “노내기 회(膾) 먹을 놈”이라고도 한다. 특히, ‘노내각시’, ‘향랑각시’ 등의 용어는 반어법으로서 징그러운 벌레를 갓 시집온 새색시로 미화하여 쫓아내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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