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기 불기
봄철에 물이 오른 버드나무나 미루나무 가지로 호드기를 만들어서 부는 아이들 놀이의 하나. 호드기란 그 소리에서 유래된 명칭이며, 지방에 따라서는 호두기, 휫대기, 호띠기, 호뚜기, 버들피리, 풀피리, 날라리 따위로 불린다.
이 호드기를 언제부터 불기 시작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 없다. 하지만 대금[大仁]·중금[中仁]·소금[小仁]과 같은 신라3죽(新羅三竹)을 비롯하여, 혀(리드)를 사용하는 향피리나 날라리(태평소)의 소리나는 원리가 호드기와 같은 점으로 보아,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놀이로 보인다.
음력 3월이 되면 시냇가에 자라는 버드나무에 물이 오른다. 그 가지를 꺾어 한쪽 끝의 껍질을 일정한 길이로 벗긴다. 그런 다음 벗겨낸 부분을 잡고 비틀면 물이 오른 나무껍질이 조금씩 돌아간다. 이어서 그 껍질을 칼로 잘라낸 뒤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잡아당기면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속이 텅 빈 껍질만 남고 나뭇가지는 빠져나온다. 이것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쪽 끝의 표피를 칼이나 앞니로 긁어내고 납작하게 입구를 좁히면 호드기가 완성된다.
호드기는 그 길이와 굵기에 따라 음의 높낮이와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가령 길이가 짧은 호드기를 입에 대고 불면 ‘호득호득’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지만, 반대로 길게 만들면 그 음도 긴 여운을 띠게 된다. 또 호드기의 구멍이 가늘면 고음이 나고, 굵은 버들가지를 이용하면 저음이 난다.
솜씨가 좋은 아이는 피리처럼 여러 개의 구멍을 내어 불기도 하는데, 전승 지역과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각양각색의 모양과 소리가 난다. 밤에 호드기를 불면 집 안으로 뱀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호드기소리는 귀신을 부른다고 하여 밤에 부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는 속신이 있다.
호드기를 만들거나 만든 것이 소리가 나지 않을 때 다시 만들면서 아래와 같은 노래를 했다고 한다.
엥엥 울어라 / 너의 어미 죽어서 부고가 왔다 / 엥엥 울어라(북청지방).
피리야 피리야 늴늴 울어라 / 너의 아버지 나무하러 갔다가 / 범에게 물려 죽었다
피리야 피리야 늴늴 울어라 / 너의 어머니 소금 맞이 갔다가 / 소금물에 빠져 죽었다(함흥지방).
호드기 부는 방법
처음에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데 입에 대고 몇 번 불어 조절하면 대부분 "두---, 삐---"하는 소리가 난다.
호드기의 길이가 짧을수록 높고 맑은 음이 나고, 길수록 탁하고 낮은 소리가 난다. 또한 구멍의 크기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르게 나는데, 호드기의 구멍이 굵을수록 낮은 음이 나고 가늘수록 높은 음이 나는 것은 다른 관악기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그냥 소리를 내다가 점차 중간에 작은 구멍을 내서 피리나 단소와 같이 만들어 간단한 연주를 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숙련이 필요하다. 보통 여럿이 호드기를 불 때는 누가 오래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겨루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승패를 겨루기보다 부는 자체를 즐기기 위한 방편이다.
소리나는 놀잇감으로 풀을 이용한 풀피리가 있다. 풀피리는 무엇을 가지고 만들었느냐에 따라, 갈댓잎피리·보리피리·조릿대피리·파피리·호박줄기피리·댓잎피리 등으로 불린다.
① 댓잎피리는 댓잎의 떨림을 이용하여 부는데, 댓잎이 구하기 어려우면 강아지풀로 할 수도 있다. 굵은 잎보다 연한 잎을 골라 따서 양손을 모아 그 사이에 끼고 부는데, 세게 불어야 소리가 나므로 숨이 차고 많이 불면 어지럽다.
② 파피리는 파 잎사귀를 5~7cm 정도 잘라 입에 물고 부는데,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도시에서도 쉽게 할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파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잘 하지 않는다.
③ 갈댓잎피리는 갈댓잎을 나팔처럼 길게 말아서 부는데, 말린 곳이 풀릴 때는 이쑤시개로 끝을 찔러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해놓고 불면 "두--"하는 소리가 난다.
④ 보리피리는 보릿대의 마디를 한 쪽은 남기고 다른 쪽은 마디 바로 아래까지 잘라 만드는데, 중간을 쪼개고 마디가 없는 곳에서 불면 소리가 난다.
또한 꽈리를 이용하거나 바닷가에서는 소라를 이용하여 만들기도 하고 자두·살구·복숭아와 같은 과일의 씨를 이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⑤ 꽈리는 꽈리 열매를 주물러서 속이 말랑거리게 만든 다음, 껍질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속을 파낸다. 그리고 물로 깨끗이 씻어 그 안에 바람을 넣어 아랫입술에 댄 뒤 윗니로 가볍게 물면 "꽉--" 하고 소리가 난다.
⑥ 소라는 작은 것으로도 만들고 큰 것으로도 만드는데, 작은 것은 휘파람과 같은 소리가 난다. 큰 것은 나각(螺角)이라는 궁중악기로 쓰이기도 했다.
⑦ 과일의 씨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사포나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 양쪽에 구멍을 내고 씨앗 속을 모두 파낸 다음, 잘 씻어서 입에 물고 불면 "삐--"하고 소리가 난다.
-출처: 문화콘텐츠컴, 한국세시풍속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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