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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누리/식물 곳간

신문은 선생님의 [식물 이야기]

by 지암(듬북이) 2019. 6. 24.




신문은 선생님의 [식물 이야기]

 

수국

수국의 화려한 꽃송이는 나비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작은 꽃들로 이뤄져요. 가까이 살펴보면 줄기 끝에 달린 꽃자루가 아래쪽은 길고 위쪽은 짧기 때문에 꽃송이가 우산처럼 펼쳐진 모양을 하고 있어요.

 

수국은 신기하게도 한 그루에서 파란색, 흰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 꽃을 피우는 꽃이에요. 그 이유는 수국이 토양의 성질에 따라 꽃을 피울 때 꽃잎 색깔을 변화시키기 때문인데요. 하나의 수국에서 뿌리가 뻗은 방향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여러 토양 성질로부터 영향을 받아요.

 

수국은 '델피니딘'이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어요. 델피니딘은 식물성 색소인 '안토시아닌'의 한 종류인데, 수국의 델피니딘은 토양의 산성도(酸性度·산의 세기)에 따라 색을 바꾸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아요. 레몬처럼 시큼한 산성 토양에선 땅속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해 파란색을 띠고, 세제처럼 씁쓸한 염기성 토양에선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하지 못해 본래 색깔인 분홍색을 띠거든요. 수돗물과 같이 중성인 토양에선 흰색 꽃을 만들어내지요. 색소는 화학적 구조에 아주 작은 요소가 더해지거나 바뀌어도 겉으로 볼 때 완전히 다른 색깔을 만들어요.

 

그래서 수국이 꽃 피우기 전, 봉숭아 물 들일 때 쓰는 백반 녹인 물을 화단에 뿌리면 토양의 성질이 산성으로 변해 푸른빛 수국을 만날 수 있어요. 반대로 달걀 껍데기를 갈아서 땅에 뿌리면 토양이 염기성으로 변해 분홍빛 수국을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습한 산속에서 만나는 산(山)수국은 공원 화단에서 보는 수국과 꽃 모양이 좀 달라요. 산수국 꽃송이는 바깥쪽 몇 개는 아주 크고 화려하지만, 안쪽은 작고 뾰족하며 소박해요. 산수국의 커다란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는 '헛꽃'이고, 안쪽 작은 꽃이 실제 수분(受粉·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것)에 기여하는 '진꽃'이지요. 산수국의 헛꽃은 진꽃을 도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받침이 변형된 가짜 꽃이랍니다. 헛꽃이 활짝 핀 후 진꽃이 나중에 피는데, 수분을 마치면 헛꽃은 고개를 푹 숙여요.

 

오늘날 화단에서 감상하는 수많은 수국은 산수국 같은 종에서 화려한 헛꽃만 피도록 개량한 품종이에요. 덕분에 개량 수국은 혼자서 번식할 수 없고, 사람이 줄기나 가지를 꺾어 다시 심는 꺾꽂이나 휘어진 줄기를 땅에 묻는 휘묻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번식시켜야 합니다.

 

 

 

하늘말나리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피어. 소희, 너를 닮았어."

 

마을을 떠나는 소희에게 바우는 하늘말나리 꽃을 그려 주며 이렇게 적었어요. 도화지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었지만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하기는 충분했지요. 소희는 뜻밖의 선물에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라고 대답했답니다. 하늘말나리 꽃이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자신뿐 아니라 미르, 바우 모두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는 어린이 세 명이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이금이 작가의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마지막 장면이랍니다.

 

이름에 '-나리'가 붙은 식물은 대체로 붉은 꽃을 피운답니다. 이들은 털의 유무, 꽃이 난 방향, 잎이 난 특징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돼요. 예를 들어 잎에 털이 많은 나리는 '털중나리'고요, 땅을 향해 축 늘어뜨리고 있으면 '땅나리'라고 부른답니다. 꽃 바로 아래 줄기에는 작은 잎이 어긋나 있지만 줄기 중간에 열 장 남짓한 큰 잎이 빙 둘러 나 우산살 모양을 띠면 '말나리'이고요.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가 이런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클레로덴드린과 같은 여러 화학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화학물질은 나무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해충 등을 물리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살충제가 없었던 옛날에는 화장실 안에 누리장나무 잎과 가지를 꺾어놓아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막았고, 주변에 일부러 누리장나무를 심기도 했답니다.

 

또 누리장나무의 화학물질은 자신이 잘 자라는 데 해를 주는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 타감(他感) 작용을 해요. 누리장나무의 잡초 제거 능력을 실험했더니, 벼를 제외한 잡초들만 골라서 자라지 못하게 해 제초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어요. 누리장나무는 멀구슬나무, 독말풀과 같은 식물들과 함께 천연 제초제로 주목받고 있어요.

 

누리장나무를 관찰할 때는 주변을 맴도는 제비나비에도 관심을 가져 보세요. 검은색과 청록색 띠가 박혀 있는 날개가 화려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제비나비는 누리장나무나 무궁화·곰취 등의 꽃에서 꿀을 빨아 먹으며 살아요. 누리장나무는 비록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만 그 냄새를 이용해 자연에서 살아가고 다른 곤충에게 먹이를 공급해준답니다.

 

청미래덩굴

추석이면 가족끼리 오손도손 모여 맛있는 떡을 먹어요. 경남 의령 특산물인'망개떡'도 많이들 먹지요. 망개떡은 엄지와 검지 끝을 모아 둥글게 말은 크기로 하얗고 작아요. 만두처럼 말아 붙인 부분 사이엔 팥 앙금이 먹음직스럽게 비친답니다. 넓고 잎맥이 선명한 여름 망개잎을 따서 소금에 절여 놓았다가 떡 하나에 잎 두 장을 감싸 쪄내요. 그래서 망개떡이란 이름이 생겼지요. 씹어보면 시큼한 맛이 나는 망개잎으로 음식을 싸면 잘 상하지 않는답니다.

 

망개떡을 싸는 망개잎은 사실 '청미래덩굴'잎입니다

청미래덩굴의 '청미래'는 푸른색 과즙이 풍부한 열매를 뜻해요.

 

강아지풀

강아지풀 이삭을 만지면 까슬까슬한 느낌을 주는 가시털에는 과학이 숨어 있답니다. 비 내린 후에 유난히 강아지풀 이삭에 물이 많이 맺혀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가느다란 가시털 표면에는 더 미세한 돌기가 있고, 이 돌기는 이삭 속에 물방울을 크게 맺히게 하지요. 때로는 가시털을 움직여 물방울을 흘려보내기도 한답니다. 이런 원리로 강아지풀 이삭은 물방울을 몇 주씩이나 보관할 수 있대요.

 

또 가시털은 강아지풀 이삭을 움직이게 해요. 강아지풀을 꺾어 평평한 바닥에 놓은 뒤 살살 누르면 이삭이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강아지풀 이삭이 처진 정도, 가시털의 길이와 탄성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이랍니다.

 

이런 강아지풀 이삭의 특징을 따라 하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어요. 물이 부족한 나라를 위해 물을 모으는 장치를 만들거나, 소화기나 혈관을 치료하는 아주 작은 로봇이 움직이게 하는 연구 등이 대표적이에요.

 

자작나무

자작나무 하얀색 껍질에는 기름기가 무척 많아요. 그래서 불이 잘 붙어요. 실제로 자작나무는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타서 자작나무라고 이름이 붙었죠. 옛날에는 초가 흔하지 않아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이고 결혼식을 했어요. 또 자작나무는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도 포함하고 있어 잘 썩지 않는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벗겨 종이처럼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고 보관하기도 했어요.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나 팔만대장경 일부도 자작나무 껍질을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천 년이 지나도록 습도나 기온의 변화, 벌레의 공격을 모두 막아낸 셈이에요.

 

자작나무와 관련해 잘 알려진 물질이 바로 '자일리톨'이에요. 설탕과 비슷한 정도로 달지만, 열량은 낮아 인기를 끈 감미료예요. 자작나무 줄기나 가지의 껍질을 건조해 톱밥으로 만든 뒤 170~190도의 뜨거운 온도에서 끓이면 '자일란'이라는 성분을 얻을 수 있어요. 이 자일란을 분해해 '자일로스'를 만들고 화학처리를 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자일리톨이 만들어져요. 자일란을 옥수수나 활엽수에서 더 저렴하게 추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자작나무숲이 발달한 핀란드에서는 자일리톨을 특별히 '자작나무 설탕'이라고 부르며 주원료로 자작나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겨우살이

"크리스마스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눈이 올 것을 기대하지도 않죠. 나는 그저 겨우살이 아래서 기다릴 뿐이에요."

 

머라이어 케리가 1994년 부른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당신이 전부(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노래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문화이지만 서양에서는 겨우살이 묶음 또는 겨우살이로 만든 크리스마스 화환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는 전통이 있답니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이 키스하면 마녀와 악마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다가 18세기 크리스마스 풍습으로 자리매김했대요. 입맞춤을 한 연인은 행복해진다는 말도 있어요.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입니다. 반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다른 식물에 붙어서 양분을 빼앗으며 살아가요. 겨우살이는 광합성량이 적은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나무줄기나 가지에 붙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먹어요. 보통 나무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낙엽을 떨구고 두꺼운 나무껍질 안쪽에 물과 지방산, 효소 등을 꼭꼭 숨겨 놓거든요. 예쁘게만 보인 열매도 사실은 새의 눈에 잘 띄기 위한 전략이래요. 겨우살이 열매는 끈적끈적해서 새가 배설물을 배출할 때 항문에 달라붙어요. 새는 몸을 나무에 비벼 겨우살이 열매를 떼어내야 하죠. 덕분에 손쉽게 다른 나무에 달라붙어 싹을 틔우고 기생하게 돼요.

 

이런 겨우살이의 기생이 생태계에 해롭지만은 않대요. 겨우살이가 참나무의 수명을 약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겨우살이 열매를 먹으며 새들은 살고, 양분을 빼앗겨 말라 죽은 나뭇가지는 썩으면서 다양한 생물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리화와 오리나무, 시무나무 이름의 어원이 100% 확실하지는 않아요. 오리나무가 진짜 오리새에서 나온 이름이란 주장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름에 들어있는 숫자 때문에 우리가 이 식물들을 더 쉽게 기억하고 아낄 수 있어요.

 

은행나무

은행나무 잎이 이렇게 특이한 모양으로 나는 이유는 '단지(短枝·손가락 한두 마디 길이로 짧은 가지)' 때문입니다. 단지는 마디가 몹시 짧아 번데기처럼 오돌토돌한 모양입니다. 은행나무 잎들은 이 단지 끝에서 한꺼번에 여러 개가 자라나 뭉쳐서 피어나지요. 단지 끝에서 자란 기다란 잎자루들 사이로 은행 암나무의 암꽃, 수나무의 수꽃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은행 암꽃은 끝부분이 노랗게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이고, 수꽃은 꽃이 주렁주렁 뭉쳐 포도처럼 보여요.

 

식물학자들은 원래는 빨리 자라야 할 가지가 천천히 자라면서 아주 짧게 압축돼 단지가 되는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잎이 모여서 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해요. 은행나무에 단지만 있는 게 아니라 '장지(長枝)'도 있어요. 단지는 몇 년 동안 2~3㎝ 정도 자라는 데 그치지만, 장지는 1년에 길게는 50㎝까지 자라죠. 은행나무도 장지에서는 다른 가로수처럼 길게 뻗은 가지에서 잎이 한 장씩 어긋나게 돋아난답니다.

 

사실 단지와 장지는 길이 말고도 여러 차이점이 있어요. 우선 자라는 시기가 달라요. 은행나무는 어릴 때는 장지 위주로 가지가 쭉쭉 뻗어나가다 나

이를 먹거나 다른 이유로 성장이 더뎌지면서 단지가 생기기 시작한대요. 또 단지와 장지는 잎 모양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답니다. 장지의 잎은 가운데가 파여 두 갈래로 명확히 갈라진 편이고, 단지의 잎은 갈라지지 않고 끝이 물결 모양에 가깝다고 합니다.

 

은행나무 외에도 단지가 발달한 나무들이 있어요. 낙엽송의 가지에서는 동그랗게 보일 정도로 통통하고 짧은 단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단지 끝에서 촘촘하게 나온 가느다란 침엽이 마치 붓처럼 한데 모여 난답니다. 꽃이라도 피면 마치 직렬로 연결된 전구를 켠 것 같지요. 또 매실나무나 사과나무같이 열매가 열리는 나무에서는 꽃이 빽빽이 피어나는 단과지(短果枝)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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