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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누리/식물 곳간

녹색동물

by 지암(듬북이) 2020. 2. 5.




녹색동물은 인간의 시간대가 아니라 식물의 시간대로 들어가 보려는 시도다.

 

땅속에 뿌리박힌 그들은 어떻게 동물이 되었는가!

- 식물과 동물, 그 경계를 부수는 진화의 발견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식물의 식욕, 성욕, 번식욕을 차례로 다루는데, 기존 자연 다큐멘터리 콘텐츠와는 달리 식물의 ‘일대기’ 형식을 취해 이야기의 흥미와 몰입도를 높였다.

 

‘PART 1 굶주림’에서는 냄새를 맡아 사냥하는 기생식물 ‘실새삼’, 동물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쓰기 위해 변기의 모습으로 진화한 ‘네펜데스 로위’, 햇빛을 사냥하기 위해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는 ‘라피도포라’ 등 식물이 만들어낸 기발한 생존법과 전략을 통해 동물적인 식물의 모습을 조명한다. 척박한 땅, 보석 사이, 심지어 전깃줄 위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지구상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식물의 경이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PART 2 짝짓기’에서는 다양한 짝짓기 방법을 통해 ‘성욕’을 해결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담는다. 악취를 풍기고 스스로 체온을 높여 파리를 유혹하는 3미터 크기의 ‘시체꽃’, 말벌의 암컷과 똑같이 생겨 수벌을 유혹하는 ‘해머오키드’, 벌을 함정에 가두는 ‘광릉요강꽃’ 등 직접 짝을 찾아 나설 수 없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위해 수분매개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만난다.

 

‘PART 3 번식’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보다 ‘자손번식’의 욕구가 강한 식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땅속을 드릴처럼 파고드는 ‘국화쥐손이’, 200도 이상의 환경에 씨앗을 내놓기 위해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는 ‘자이언트 세콰이어’, 3천여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모감주 씨앗 등 식물이 자손번식이란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공개한다.

 

 

목차

[PART 1] 굶주림

 

Chapter 1 Intro

냄새를 맡는 사냥꾼_ 실새삼

실새삼은 3일 이내로 필요한 것을 찾지 못하면 죽게 된다.

냄새를 맡아 숙주 식물을 찾아낸다. 식물은 저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식물의 고유의 향으로 천적을 물리치거나 식물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실새삼은 먹이를 골라 먹는다.

 

Chapter 2 ‘빛’ 걱정 없이 산다

` 지구에서 빛을 가장 많이 먹는 ‘걷는 나무’_ 그레이트 반얀트리

버팀뿌리: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 나무를 지탱하는 역할

 

` 하루 60센티미터 성장의 비밀_ 맹종죽

 

` 스스로 몸에 구멍을 뚫는 이유_ 라피도포라

덩굴식물은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키 큰 나무 기둥을 찾아 빛이 있는 밝은 곳이 아니라 어두운 곳을 찾아 기어간다.

잎에 스스로 구멍을 내어 아래쪽 잎에 빛을 나누어 주기 위함이다. 하층부의 잎은 구멍이 작거나 아예 구멍이 없다.

 

Chapter 3 물 마시는 법도 가지각색

` 부활식물_ 바위손

바위손은 강한 햇빛을 피하고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전깃줄 위에서 살 수 있으려면_ 캐톱시스

뿌리 없이 물 먹는 식물_ 틸란드시아








 

Chapter 4 동물을 이용하거나 먹어버리거나

모기를 익사시키는 전략가_ 헬리암포라 누탄스

물 분자의 끌어당기는 힘을 약화시키는 계면활성제

먹이에 맞게 변신하는 잎_ 네펜데스 벤트라타

전례 없는 육식가들_ 네펜데스 라자, 네펜데스 빌로사

수백 마리 곤충을 한 끼 식사로_ 네펜데스 알보마지나타

여기는 ‘박쥐 호텔’_ 네펜데스 헴슬리야나

나무두더지의 변기로 사는 법_ 네펜데스 로위

코알라의 이유식이 되기까지_ 유칼립투스

통 속에 올챙이를 키우는 식물_ 네펜데스 앰퓰라리아

천국을 향한 계단_ 벌보필름 버카리

나뭇잎을 먹는 나무_ 요하네스 테즈매니아

 

[PART 2] 짝짓기

 

Chapter 5 Intro

산불이 나야만 꽃이 피는 이유_ 그라스트리는 스스로 자신을 불태운다. 기둥은 수평으로 빽빽하게 비늘을 싸고 있어 600도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

산불이 진 후 에틸렌 성분의 연기를 맡고 꽃을 피운다.

유혹하고 사라지는 ‘봄의 전령’_ 꿩의바람꽃, 얼레지

짝짓기 도우미 ‘가짜 꽃’의 등장_ 산수국은 수정이 되면 가짜 꽃잎을 뒤집는다.

기꺼이 녹색을 지워버린 잎_ 개다래

개다래꽃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잎에게 신호를 주면 하얗게 변신을 한다. 하얗게 변하는 시간 한 달, 다시 녹색으로 변하는 시간 두 달.

 

 

Chapter 6 좀더 넓게, 좀더 멀리 날아가기 위하여

100분의 1초, 스스로 꽃가루를 던지는 시간_ 산뽕나무는 스스로 수술대를 펼쳐 꽃가루를 날린다.

날개를 펼치는 포자_ 쇠뜨기 포자의 탄사

 

Chapter 7 오직 ‘방문자’를 위해 준비한 꽃

벌에게만 허락된 꽃가루_ 토마토: 350헤르츠의 진동에 토마토는 꽃가루를 쏟아낸다. 벌의 날개짓 진동.

‘보라색’이 담고 있는 과학적 비밀_ 큰제비고깔, 모감주나무

노란색, 빨간색: 나비, 흰색과 향: 나방, 보라색: 벌.

벌은 보라색과 자외선을 감지, 입체나 평면보다는 선을 잘 인식하기에 유혹하기 위한 넥타가이드.

벌이 지나는 길이 꽃이 피는 순서_ 꿀풀

벌은 아래에서 위로 꿀을 찾는다.

탈출구로 유도하는 영리한 함정_ 광릉요강꽃

한 마리 벌을 위한 ‘수면 캡슐’_ 용담꽃

꽃들은 수분매개자가 활동할 때만 꽃봉오리를 연다. 좀뒤영벌의 숙박비.

타이니드말벌의 암컷은 깨어나자마자 페르몬을 ..수컷은 암컷을 안고 다니면서 꿀을 먹이며 짝짓기를 하고 다시 근처에 내려준다.

페로몬까지 뿜는 위장의 신_ 해머오키드의 페로몬은 암벌보다 10배나 강하고 수컷은 광분상태에 빠진다. 에궁!

 

Chapter 8 누구를 위한 꿀인가

꿀을 향한 쟁탈전_ 그레빌리아

쉽게 볼 수 있게, 편하게 앉을 수 있게_ 진저플라워

닮는 것은 최고의 유혹술_ 극락조화

 

Chapter 9 파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담다

‘전담’ 파리를 찾는 꽃_ 벌버필름 비레신스

버섯의 인기를 가로챈 비결_ 원숭이난

지구에서 가장 큰 꽃_ 라플레시아

악취를 담고 있는 풍선_ 스타펠리아

7년에 한 번 피는 꽃_ 시체꽃

 

[PART 3] 번식

 

Chapter 10 Intro

7백 년을 기다린 씨앗_ 아라홍련

 

Chapter 11 때를 기다려 절정을 이루다

불을 기다리는 솔방울_ 쉬오크, 뱅크스 소나무는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벌어진다. 상승기류도 이용하고,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_ 자이언트 세쿼이아

바람을 기억하는 나무_ 호주 바람나무

하늘로 향한 씨앗이 결국 기다린 것_ 동의나물의 비와 물을 이용한 번식

대륙을 여행하는 씨앗_ 문주란

물범처럼 이동하는 씨앗_ 모감주나무

 

Chapter 12 동물의 욕구를 읽어내다

겨울에 열매를 맺는 이유_ 겨우살이

타이머가 장착된 씨앗_ 헛개나무

나무와 사원의 기묘한 동거_ 무화과나무

땅바닥에 열매를 단 나무의 속셈_ 땅무화과나무

위치 자체가 유혹_ 화식조와 무화과나무

하얀 파우더의 위력_ 블루베리

지옥 같은 냄새의 눈부신 활약_ 두리안

 

Chapter 13 모든 씨앗의 마지막 과제

“날 건드리지 마시오”_ 물봉선

흙 속에 씨앗을 박는 식물_ 땅콩

씨앗을 내던지는 식물_ 이질풀

땅 파는 재주를 가진 능력자_ 국화쥐손이

 

 

책 속으로

이 식물은 전깃줄 위에서 삽니다. 캐톱시스(Catopsis berteroniana)라 불리는 이 식물은 착생식물입니다. 착생식물은 흙속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다른 식물의 줄기나 바위 등에 붙어서 자라는 식물을 말합니다. 전깃줄 위에 사는 장점도 있습니다. 주변에 경쟁 식물들이 없어 빛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캐톱시스에게 전깃줄 위는 사막이나 다름없습니다. 흙이 없는 공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캐톱시스는 수분을 어떻게 얻을까요?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가 반드시 지참하는 것, 바로 물통입니다. 캐톱시스는 몸속에 물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형된 잎 중앙에 물을 보관하는 것이죠. 다행히 열대 지역은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입니다. 물을 잠시 동안이라도 보관할 수 있다면 물 부족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 pp. 77~78

 

네펜데스 헴슬리야나(Nepenthes hemsleyana)는 박쥐가 언제 배설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박쥐는 주로 사냥을 마치고 자기 전에 배설을 합니다. 그래서 이 네펜데스는 박쥐를 재우려 하죠. 아침이 되면 지친 박쥐는 잘 곳을 찾습니다. 네펜데스는 이 박쥐에서 편히 잠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른 박쥐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쉴 수 있는 아늑한 잠자리죠. 그런데 네펜데스는 어떻게 박쥐를 부를 수 있을까요? 박쥐는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주로 음파로 주변을 인식하죠. 네펜데스 헴슬리야나는 곤충 등의 먹잇감을 빠트리는 통을 반사판으로 개조했습니다. 다른 네펜데스들보다 박쥐의 음파가 뚜렷하게 반사될 수 있도록 뚜껑과 입구의 각도를 조절한 것이죠. 즉 박쥐의 눈에 띠는 호텔 간판을 단 셈입니다.

--- pp. 133~135

 

벌은 입구와는 다른게 좁은 출구를 비집고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꽃의 친절함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꽃잎 바깥에도 벌이 잡을 수 있는 털을 만들어 둔 것이죠. 뒷발로는 꽃 속의 털을 디디고 앞발로는 꽃 바깥의 털을 잡고 좁은 출구에서 버둥거릴 때 벌은 진짜 꽃가루를 묻히게 됩니다. 이것이 좁은 출구 옆에 진짜 꽃가루를 배치한 이유죠. 벌을 함정에 가둬 혼란스럽게 한 뒤 정신없는 틈을 타 목적을 달성하는 광릉요강꽃.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닙니다. 벌의 등에 붙은 꽃가루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난의 꽃가루는 수분매개자의 몸에 잘 붙게 하는 흡착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꽃가루 덩이 사이에 관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관절은 수술 밖으로 꽃가루가 떨어지게 되면 구부러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꽃가루 덩이는 벌의 몸에 밀착돼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벌이 다른 광릉요강꽃 암술에 갔을 때 꽃가루가 암술에 잘 붙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죠.

--- pp. 250~253

 

높이 3미터 폭1.5미터. 지구에서 가장 큰 꽃. 7년 동안 영양분을 모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꽃이 유혹하는 것도 작은 파리입니다. 이 수술대로 파리를 불러 모으기 위해 이름 그대로 시체 냄새를 풍기죠. 악취의 강도는 꽃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숨이 멎을 정도죠. 그리고 이때 꽃은 인간의 체온과 비슷한 36도 정도의 열을 발산합니다. 열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퍼지며 상승기류를 만듭니다. 3미터의 꽃 기둥을 발판삼아 치솟은 악취는 이 상승기류를 타고 더 멀리 퍼지게 됩니다. 높은 열과 거대한 꽃의 크기 덕분에 냄새는 반경 1킬로 밖까지 퍼집니다. 후각에 예민한 파리. 꽃은 주변의 모든 파리를 부를 수 있죠. 몰리는 파리들만큼 꽃은 많은 수술과 암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쪽엔 암술이 있고 아래쪽엔 수술이 있습니다. 암술 수술 구분 없이 많은 파리가 몰려 들였고 이미 구더기가 생긴 곳도 있죠. 수정은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 pp. 327~332

 

세상엔 불이 나기만을 기다린 식물도 있습니다. 쉬오크나 뱅크스 소나무 같은 식물들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씨앗이 담겨 있는 솔방울을 엽니다. 불이 났을 때 씨앗을 퍼트리려는 것이죠. 불이 났을 때 상승기류가 생긴다는 것도 식물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물들은 씨앗에 날개를 달아 두었죠. 불이 나기를 기다려 씨앗을 퍼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불이 났을 때가 싹트기 좋은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있던 나무들은 토양의 양분을 많이 소모시켰으며 높게 자란 탓에 햇빛을 독차지 하고 있죠. 항상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숲에서 새싹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경쟁자들이 불에 타면서 사라져 숲에는 많은 빛이 들어오게 됩니다. 게다가 죽은 경쟁자들이 남긴 재는 훌륭한 거름이 되죠.

 

--- pp. 35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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