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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누리/식물 곳간

황경택 쌤과 자연이랑 놀자 (1~10)

by 지암(듬북이) 2020. 1. 15.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언제라도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보고 그것을 활용한 자연놀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황경택 작가가 매달 계절에 걸맞은 자연 이야기와 놀이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겨울눈 이야기입니다.

 

1.겨울눈

나무의 미래 달린 겨울눈과 새봄 따라잡아요

봄이 온 것 같은데 아직 쌀쌀하게 겨울바람이 붑니다. 나무도 싹을 내기에 아직은 좀 이르죠. 그런데 나무들은 봄이 오면 어떻게 새로운 싹을 내는 걸까요.

보통 식물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랍니다. 식물은 풀과 나무로 나뉘지요. 풀도 나무도 모두 처음은 씨앗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나무는 풀과는 달리 겨울이 와도 죽지 않고 견디고 있다가 새봄이 오면 가지 끝에서 새싹이 나오면서 자랍니다. 그러기 위해 가지 끝에 만든 생장점을 ‘겨울눈’이라고 합니다. 겨울눈에서 잎도 나오고 줄기도 나오고 꽃도 나옵니다. 겨울눈 자신도 또 나오죠. 그래서 겨울눈을 또 다른 씨앗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름은 왜 겨울눈일까요. 겨울을 견뎌내고 이듬해 봄에 새싹을 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겨울에 잎이 다 지고 나서야 눈에 띈다고 해서 겨울눈이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나무를 관찰할 때 꽃이나 잎,줄기를 보면서 구분하기도 하는데 겨울눈을 보고서도 나무를 구분할 수 있답니다. 꽃·열매·잎 등은 나무에 붙어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겨울눈은 사시사철 나무에 달려있어 언제나 관찰 가능해요. 겨울눈을 잘 알면 언제라도 나무를 보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모두 다르듯이 겨울눈 모양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겨울눈이 건강해야 나무도 잘 자라고, 겨울눈이 가진 성격에 따라 줄기를 뻗으며 자라기 때문에 겨울눈을 ‘나무의 미래’라고도 합니다. 꽃이 피어있지 않고 잎이 화려하지 않으니 아직은 주변에 볼 게 없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다양한 겨울눈을 살펴보면 그 안의 생생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새싹이 돋고 꽃도 피어나고 벌과 나비가 날아오는 활기찬 봄이 될 겁니다. 한 해의 시작을 꽃보다 겨울눈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겨울눈 멀리뛰기 놀이 방법




겨울눈은 주변을 다니며 자세히 관찰해보는 게 좋습니다. 겨울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놀이를 신나게 해보는 것도 좋죠. 이번에는 겨울눈 멀리뛰기 놀이를 소개할게요.

1. 두 모둠으로 나누고 1번부터 차례로 순서를 정해요.

2. 출발선에 각 1번이 서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뜁니다. 착지한 지점에 막대기를 하나 놓아 표시해요.

3. 2번은 1번이 놓은 막대기에서 다시 제자리멀리뛰기를 해요.

4. 이런 방법으로 계속해서 마지막 사람까지 뛰어요.

5. 어느 모둠이 멀리 갔는지 알아보고, 왜 이겼는지도 이야기해봐요.

 

*멀리뛰기 기록은 가장 뒤쪽을 재는 것이므로 뒤로 손을 짚으면 그 부분이 기록이 됩니다. 주의해서 잘 뛰어야 해요.

*재미를 위해 1번이 뛴 기록이 더 잘 나온 모둠의 2번이 먼저 뜁니다. 이후에도 기록이 잘 나온 모둠이 먼저 뜁니다.

*숲에서 나무를 관찰해보면 나무마다 자란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같은 나무도 가지마다 길이가 다르지요. 이러한 차이는 강수량·온도·병충해·양분 등 여러 영향에 의해서 생깁니다. 나무가 아니라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람이 성장하는 데에도 분명히 여러 영향이 있겠죠. 내가 잘 자라는 데는 어떤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독서? 놀이? 공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글·그림=황경택 작가

 

 

2.봄꽃

앞다투며 피는 꽃처럼 가위바위보

이른 봄 수줍게 피어나던 꽃들이 4월이 되면서부터 완연한 봄을 맞아 앞다투어 여기저기 피어났습니다. 그런데 꽃은 왜 피는 걸까요.

꽃은 열매가 되기 전의 과정인데요. 암꽃과 수꽃 혹은 암술과 수술이 만나면 꽃가루받이(수분)가 이뤄져 열매가 될 수 있습니다. 수꽃에 있는 수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에 닿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니 꽃가루를 직접 보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요. 바람이 불면 바람에 의지해서 꽃가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소나무나 참나무 같은 식물들이 바람을 이용합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어요.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이에요. 특히 곤충을 이용하는 꽃들이 많답니다. 곤충은 숫자도 아주 많고 크기도 작아서 꽃 안에 들어와서 꽃가루를 묻혀가기에 적당하거든요. 꽃이 여러 가지 모양과 색으로 아름답게 피는 것은 곤충을 불러오기 위함이에요. 그것이 우리 인간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인 것이죠. 그래서 의미 있는 날이면 선물로 꽃을 주기도 합니다.



바람을 이용하는 꽃은 크고 화려할 이유가 없겠지요. 우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꽃들은 대부분 곤충을 이용하는 것들이에요.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색깔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꽃들은 곤충을 불러오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그렇다면 작은 꽃 여러 송이가 한데 뭉쳐 있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한 송이씩 큼지막하게 피는 것이 유리할까요. 정답은 ‘누가 유리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입니다. 저마다 오는 곤충이 다르고 오는 시간도 다르거든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꽃을 피워냅니다. 벚꽃은 나무 전체가 거의 동시에 팝콘처럼 한꺼번에 피어나죠. 무궁화나 백일홍은 한 송이씩 차이를 두고 오랜 시간 피어있어요.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무궁화가 오랜 시간 차례차례 피어나는 것은 곤충을 오랜 시간 불러오려는 작전이고, 벚꽃처럼 일시에 화려하게 피는 것은 그 시기에 주변의 곤충을 모두 불러 모아 한꺼번에 꽃가루받이를 해서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어느 경우든 꽃들은 꽃가루받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디자인이 된 것입니다.

꽃에게만 그런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유 없는 디자인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나의 모습도 이유가 있겠지요. 다른 사람의 꿈이 정답이 아니니까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우리에겐 우리의 길이 있으니까요.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보는 게 좋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종종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는 게 좋답니다.



꽃가루 가위바위보 놀이 방법

꽃은 꽃가루받이를 해야 열매로 만들어질 수 있어요. 꽃가루받이는 곤충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곤충이나 바람이 도와준다고 해도 서로 다른 꽃은 꽃가루받이가 되지 않아요. 같은 꽃끼리만 꽃가루받이가 됩니다. 놀이를 통해서 이해해봐요.

1.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해요.

2. 가위바위보를 해서 같은 것을 내면 꽃가루받이가 된 것이고,다른 것을 내면 꽃가루받이가 안 된 거예요.

3. 같은 것을 내서 꽃가루받이가 되었다면 “사랑합니다”하고 서로 안아주세요. 친구들하고 돌아가면서 여러 번 해보고, 누구와 서로 마음이 통해서 같은 것을 냈는지 알아봐요.

4. 꽃은 서로 같은 꽃끼리 만나야 꽃가루받이가 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서로 안아주는 것 대신 악수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해도 좋아요.

*경우에 따라 같은 것을 냈다고 해도 가위를 냈는지 바위를 냈는지 보자기를 냈는지에 따라 행동을 다르게 할 수 있답니다.

가위=안녕하세요(서로 인사한다)

바위=반갑습니다(서로 악수한다)

보=사랑합니다(서로 안아준다)

*꽃가루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고 나서 주변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꽃들을 관찰하면 더 좋아요.



3.곤충과 식물

곤충을 피하기 위한 식물의 전략은 무엇

이른 봄 겨울눈에서 싹을 내기 시작한 식물들은 5월이 되면 거의 다 싹이 돋고 잎도 커질 대로 커집니다. 이때 5월의 숲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어요. 식물에게는 정말 피하고 싶은 존재죠. 열심히 양분을 만들어 내야 할 이파리를 갉아먹거든요. 이때쯤 이파리는 제대로 커져 있기는 하지만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요. 그래서 갉아먹기가 좋죠.

 

누가 갉아먹을까요? 고라니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도 많지만 특히 식물이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애벌레예요. 애벌레는 곤충이 어른벌레(성충)가 되기 전인데요. 어른벌레가 되기 위해 야금야금 식물들의 잎을 갉아먹으며 몸을 살찌웁니다. 이때 식물들은 그냥 당하고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애벌레들이 싫어할 만한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강한 냄새나 맛을 만들어 먹기 힘들게 하죠. 흔히 그것을 ‘독(毒)’이라고 해요. 식물이 애벌레를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거죠.

사람들은 애벌레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식물이 만들어낸 독이 오히려 ‘약’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플 때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 등 대부분은 식물이 만든 물질을 이용해요. 그러니까 약을 먹을 때, 혹은 산책하면서 삼림욕을 할 때 감사해야 해요. 누구에게요? 바로 애벌레에게요. 애벌레 덕분에 식물이 독을 만들고 그것이 우리에게 약이 되니까요.

 

  

 

 

또 신기한 일은 애벌레들이 그 독을 이겨내고 소화해 내기도 한다는 거예요. 자연은 정말로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서 박주가리라고 하는 풀은 흰색 유액이 나와서 곤충들이 먹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중국청남색잎벌레는 그 잎을 갉아먹는답니다. 심지어 자기 몸에 독을 저장했다가 새들이 자기를 먹으려 할 때 못 먹게 하기도 해요. 대단하죠.

이런 독을 모두 다 소화해 여러 종류의 식물을 먹이로 삼으면 좋겠지만 몸속에서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겠죠. 그래서 곤충과 애벌레 중 절반 정도는 특정한 식물 어느 한 종류만 먹고 사는 편식쟁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그 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그 곤충도 사라지는 일이 생기겠죠. 그래서 우리 곁엔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어야 해요. 이를 ‘다양성’이라고 해요. 동물과 식물이 다양하게 된 것은 서로 싸우는 듯하지만 도움을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잎을 갉아먹기는 하지만 꽃가루받이를 해주기도 하죠. 언뜻 생각하면 서로 원수처럼 보이지만 멀리 떨어져서 긴 안목으로 보면 식물과 곤충은 서로 협력하면서 같이 발전해 간답니다.

코로 이파리 찾기

이파리 향을 맡아보면서 식물이 애벌레를 막아내기 위한 전략을 이해해봐요.

1. 아이들 몰래 쑥잎을 하나 따서 손으로 비벼 손이나 상자 안에 감춥니다.

2. 모두 눈을 감게 하고 틈을 열어 냄새를 맡게 합니다.

3. 냄새를 기억했다가 주변에서 같은 것을 찾아봅니다.

4. 정답을 맞혔다면 맞힌 사람이 다른 잎으로 문제를 냅니다.

  

 

 

* 잎을 넣을 때 손으로 비빈 후 넣어야 향이 더 잘 납니다.

* 눈으로 보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아 알아맞혀야 해요. 잎을 비벼서 원래 모양이 잘 안 나타나게 해도 좋아요.

* 주변에서 같은 것을 찾아올 때도 찾아낸 잎을 손으로 비비며 냄새를 맡아 봅니다.

* 냄새를 맡아보니 어떤 식물의 향이 독특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 식물은 왜 이런 향을 만들어 낸 건지 의견을 나눠 보세요.

* 힘든 일이 생길 때 나는 어떻게 그것을 이겨내는지 생각해봐요.

- 글·그림=황경택 작가

 



 

4.이파리

햇빛 먹고 에너지 만드는 나뭇잎이 내게 준 것은

겨울눈에서 새싹으로 나온 잎은 5~6월을 맞아 커질 대로 커집니다. 식물에는 뿌리·줄기·잎·꽃·열매 등 여러 기관이 있어요. 그중 이파리는 과연 어떤 일을 할까요.

이파리는 광합성이라는 아주 놀라운 일을 합니다.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녹색 생물의 탄생입니다. 그 생명체는 신기하게도 햇빛을 먹고 살았죠. 빛을 먹는다니 상상이 가나요? 이들은 빛을 먹고 산소라고 하는 배설물을 뿜어냈어요. 유독한 가스인 산소에 많은 생명체가 죽기도 했지만, 새로 만들어진 산소에 의해 새로운 생명체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도 그 이후에 태어난 거예요. 지금 보는 풀과 나무도 그 시기에 많이 생긴 녹색 생명체들의 후손인 셈이죠. 그래서 나무도 광합성을 통해 햇빛을 먹고 양분을 만들어내요. 그 역할을 주로 하는 기관이 바로 이파리입니다.

   


   

 

 

이파리가 열심히 광합성을 잘하려면 이파리가 크고 많고 빽빽하면 좋겠죠. 그런데 너무 빽빽해서 겹치게 된다면 애써 만들어낸 이파리가 겹쳐서 아쉽잖아요. 겹치지 않도록 빈틈을 잘 메우며 잎이 납니다. 잎이 크고 많으면 좋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파리 모양도 크기도 숫자도 다 다릅니다. 주로 어린 나무보다는 큰 나무가 잎이 많은 게 보통입니다만, 같이 큰 나무인데도 어떤 나무는 잎의 숫자가 적고 어떤 나무는 잎의 숫자가 많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느티나무가 버즘나무보다 이파리 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비밀이 있답니다. 바로 이파리 크기에 답이 있는데요. 느티나무보다 버즘나무 잎이 훨씬 크거든요. 버즘나무는 잎이 크기 때문에 굳이 많은 수의 잎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파리의 크기와 수에는 그런 관계가 있습니다. 결국 느티나무와 버즘나무의 총 광합성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거죠.

      

 

    

 

 

주변에 보이는 나무들의 나뭇잎 크기들을 한번 비교해봐요. 어떤 나무의 잎이 가장 큰지, 어떤 나무의 것이 가장 작은지. 나뭇잎의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다르죠. 그것은 나무들이 자신이 사는 환경에 맞춰서 적합하게 적응해온 결과입니다. 크고 건강한 나뭇잎은 나무가 양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애벌레에게 자신의 몸의 일부를 제공하기도 하며 많은 일을 합니다. 나뭇잎은 어쩌면 지구 생태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양분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의 출발점일지도 몰라요. 

 

이파리 가면 만들기

이파리로 가면을 만들면서 자연과 친해져봐요.

1. 숲 주변에 있는 큰 나뭇잎을 찾아보세요.

2. 발견된 큰 나뭇잎에 구멍을 내서 가면을 만듭니다.

3. 가면을 얼굴에 쓸 수 있게 만들어요.

4. 누구 가면이 멋진지 쓰고 놀아봐요.

   

 



* 잎을 딸 때 한 나무에서 너무 많은 잎을 따지 않도록 하세요.

* 잎에 붙어있는 애벌레나 말벌 등의 곤충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따세요.

* 여러 장을 엮어서 크고 다양한 가면을 만들어도 좋아요.

* 이파리 가면 만들기 놀이는 특정한 목적보다는 나뭇잎을 얼굴에 대보는 경험을 통해 자연과 친해지는 놀이입니다.



5.여름 숲

한여름에도 숲속이 시원한 까닭은

 

비가 며칠 오더니 무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여름의 더위를 피하는 것을 ‘피서’라고 하지요. 바닷가나 계곡을 찾기도 하고 그냥 도서관이나 거실의 에어컨 속에서 지내기도 합니다. 숲에 간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덥지요? 산을 올라가야 하니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여름에 숲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시원합니다. 덥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이유가 뭘까요.

 

첫 번째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면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그늘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늘에만 가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그늘이 지다보니 땅이 데워지지 않습니다. 태양빛으로 땅이 데워져서 나오는 열을 ‘복사열’이라고 합니다. 여름날 바깥에 나와 있는 철판을 만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진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도심의 바닥은 주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다 보니 복사열도 대단합니다. 열대야도 복사열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죠. 에베레스트산을 올라갈 때 위로 갈수록 추운 이유도 바로 복사열이 적게 미치기 때문입니다. 숲은 그늘이 지고 바닥이 흙이다 보니 복사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식물이 물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물을 빨아들이는 것은 알겠는데 뿜어내다니 신기한 일이지요? 녹색식물은 햇빛을 먹는데 그러면서 양분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현상을 ‘광합성’이라고 한다고 지난달에 이야기했죠. 광합성을 하려면 물·공기·햇빛이 필요한데요. 광합성을 하고 나면 역시 무엇인가 배출이 됩니다. 바로 산소와 물이에요. 잎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거죠. 한여름엔 너무 더워서 잎의 온도가 올라가고 그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물을 많이 뿜어낸답니다. 광합성을 많이 해서 물이 많이 나오고, 잎의 온도도 낮춰야 해서 물이 많이 나오는 것이죠. 그렇게 나온 물은 바로 수증기가 돼요. 이때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데요. 이것을 ‘기화열’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계곡이 있어서, 혹은 심리적인 이유 등 숲이 바깥보다 시원한 이유가 있지만, 앞서 말한 3가지가 주요 원인입니다. 이런 현상도 숲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여름에 바깥보다 5~10도 낮은 숲을 건강한 숲의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온도계를 갖고 가서 숲속의 온도를 재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숲은 건강한 숲인가 그렇지 않은가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광합성 가위바위보

– 광합성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결과도 놀이를 하며 알게 돼요.

 

1. 광합성 가위바위보를 한다. 주먹은 물방울, 가위는 이산화탄소, 보자기는 햇빛이다.

2. 세 명이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한다.

3. 이때 셋이 모두 다른 것을 내야 광합성 성공이다.

4. 광합성에 성공하면 그늘진 커다란 나무에 가서 나무를 껴안는다.

 

 

* 광합성 성공을 많이 하면 나무를 껴안는 사람이 많아지고 나무가 뚱뚱해진다. 양분이 많아지고 나무가 생장하는 것을 나타낸다.

 

* 모두 성공해도 몇 명은 끝까지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다.

 

* 나무 그늘이 진다는 것은 그만큼 잎이 햇빛을 가린다는 것이고 그만큼 햇빛을 먹고 광합성을 많이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광합성 결과로 물이 생긴다는 것을 실험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비닐을 준비해서 나뭇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감싸 묶어두고 30분~1시간 정도 기다리면 비닐 안에 물방울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글·그림=황경택 작가 



    

6.매미

도시 소음도 이겨내는 매미의 사랑 노래

 

아직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입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우렁찬 소리로 외치는 동물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창밖에서 ‘맴맴맴맴~’ 들려옵니다. 네, 바로 매미지요. 곤충은 ‘알-애벌레-번데기-성충’ 이렇게 몸이 변화하는 탈바꿈을 합니다. 그런데 매미는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애벌레에서 성충이 돼요. 이를 ‘안갖춘탈바꿈’이라고 하는데요. 애벌레 시기에 땅속에서 주로 나무뿌리의 즙을 먹고 삽니다.

 


 

땅속에는 얼마나 있을까요? 매미 종류마다 다르지만 1년 또는 3년, 혹은 5년씩 땅속에서 지낸대요. 미국의 어떤 매미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가 성충이 되어서 이름도 ‘17년매미’라고 한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땅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몇 주 혹은 한두 달 정도만 살면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고 죽게 됩니다. 오랜 시간 땅속에 있다가 밝은 세상으로 나왔는데 겨우 몇 달 안에 죽다니 안타깝지요? 그런데 어쩌면 매미는 땅속 생활이 정말 재밌고 즐거울 수도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어둡고 답답할 것 같지만, 오랜 시간 땅속에 머무는 것은 천적 피하기, 먹을 것 구하기 등 매미에게도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매미가 큰 소리로 우는 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짝을 부르는 거라고 해요. 암컷과 수컷 중 누가 노래를 부를까요? 개구리들처럼 매미도 수컷이 울고 암컷은 맘에 드는 수컷에게 다가간답니다. 달빛 창가에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며 노래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적 있는데 매미도 그렇게 청혼한다고 생각하니 낭만적이고 재밌습니다.

 


 

암컷 매미는 보통 소리가 큰 수컷 매미에게 더 끌린다고 해요. 매미 중에 몸집이 제일 큰 ‘말매미’라는 매미가 있는데요. 우는 소리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워요. 말매미는 주로 도심의 가로수에서 울고 있습니다. 도시형 매미인 셈이지요. 아마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등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자기 목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우는 것 같아요. 원래 목소리가 크니 도시에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고요. 한여름 주변의 소음을 뚫고 우리 귀에까지 들리는 말매미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짝을 찾기 위해서 기를 쓰고 울어대는 말매미 수컷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요? 나의 매력은 뭘까요? 한번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매미야 울어라

매미 짝 찾기 놀이를 통해 왜 매미가 큰소리로 열심히 우는지 이해합니다.

1. 매미를 두 명 뽑아서 한 명은 수매미 한 명은 암매미로 정한다.

2. 암매미는 눈을 가린다.

3. 나머지 친구들은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되어 소리를 낸다.

4. 암매미는 그 소리들 틈에서 매미 소리를 찾아 수매미를 찾는다.

 

 

* 매미를 여러 종류나 여러 마리로 정해도 좋다.

* 매미를 방해하는 도시의 소음 역할을 여럿이 해도 좋다.

* 어떻게 짝을 찾게 됐는지 이야기해 본다.

* 매미를 잡아서 매미의 발성기관을 자세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다.

* 매미가 한꺼번에 떼 지어 오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피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이야기해 본다.

글·그림=황경택 작



7.열매

여름 내내 살찌운 열매들의 운명은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힘들었지요? ‘여름아 빨리 지나가라, 빨리 지나가라’ 했는데, 사실 식물은 여름이 오히려 좋기도 하답니다. 왜냐하면 여름의 뜨거운 햇빛으로 광합성을 열심히 해서 양분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양분을 만들어서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요? 주로 열매를 살찌우고, 남은 양분은 줄기나 뿌리에 보관해 내년을 준비하죠. 그래서 양분이 많이 필요한데 그 양분을 주로 여름에 만들어요.

가을이 오면 열매가 서서히 익어갑니다. 초록색이던 열매가 붉게 혹은 검게 익어가요. 그냥 갈색으로 건조되는 열매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재밌는 건 열매들이 모두 모양이 다르게 생겼다는 거예요. 왜 열매들은 모두 모양이 다를까요? 바로 다른 식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꼭 모양이 모두 다른 열매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열매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좀 더 잘 알게 될 거예요.

   

 

식물에게 열매는 마치 사람에게 ‘자식’과 같죠. 식물은 열매를 그저 많이 만들기만 하지 않고 멀리 보내려고도 해요. 식물은 움직이지를 못하는데, 만약 산불이 나거나 병이 돌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한꺼번에 다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움직일 수 있을 때 최대한 멀리멀리 간격을 벌려 놓아야 해요. 최대한 멀리 갈 수 있게 열매 모양을 디자인해야 하죠.

열매들 중에는 비슷한 것도 있긴 합니다. 도깨비바늘과 우엉, 도꼬마리의 열매는 갈고리가 달려서 동물 털에 잘 붙죠. 이렇게 작전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작전들도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갈고리로 동물의 털에 붙어서 이동하기, 끈적거려서 몸에 붙어서 이동하기, 새나 포유류들이 먹고 씨앗만 배설해서 이동하기, 들쥐나 청설모처럼 열매를 저장했다가 먹는 습성 이용하기, 솜털이나 날개를 만들어 바람에 날아가기, 대포처럼 펑 하고 터져서 멀리 가기, 데굴데굴 굴러서 이동하기, 물에 떠서 이동하기 등이죠.

    

그런데 아무리 혼자 스스로 번식하려고 해도 빗물이나 바람 등 다른 것의 도움을 받게 되어 있답니다. 내가 아무리 멋지게 나를 디자인하고 목표를 이루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죠? 식물과 동물이 서로 관계가 있듯이 우리도 자연과 그리고 친구들과 모두 관계가 있답니다. 나는 특히 누구랑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내는지, 혹은 관계가 있는데도 미처 몰랐던 친구는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너구리 똥 싸기

너구리가 되어 똥 싸는 놀이를 하며 동물과 식물의 관계를 이해합니다.

1. 너구리가 되어 먹이가 되는 열매를 구해온다.

2. 먹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 똥을 쌀 준비를 한다.

3. 미리 만들어놓은 너구리 변소에 똥을 제대로 싸 보는 놀이다.

4. 모두 마치고 나면 자연물들로 나무를 한 그루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 열매가 될 자연물을 고를 때는 적당한 크기로 골라야 한다.

* 똥 싸러 가는 동작을 취할 때 자연물을 엉덩이에 끼우면 좋은데 옷을 입고 하는 놀이라 잘 끼워지지 않기도 하고 창피할 수도 있으므로 무릎에 끼운다.

* 중간에 똥을 떨어뜨리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도 좋고, 뒤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해도 좋다. 규칙은 상황에 맞춰 변경할 수 있다.

* 너구리는 정해진 곳에 배설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 너구리가 옮겨줄 수 있는 식물의 열매나 씨앗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본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8.단풍잎

울긋불긋 단풍이 알려주는 나무의 속사정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입니다. 무더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가을이 깊어집니다.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입니다. 공원·산 등 여기저기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말이면 단풍 구경 행렬에 도로가 막힐 정도입니다. 정말 단풍은 곱지요. 그런데 단풍은 왜 생기는 걸까요? 추우니까요? 추워지면 왜 그럴까요?

나무는 뿌리로 물을 빨아들이고 광합성을 하면서 다시 잎으로 물을 내뿜습니다. 그래서 잎 자체에 물이 많은데, 그게 얼면 잎의 조직이 파괴되고 죽게 돼요. 갑자기 얼어서 죽으면 그 부위가 노출되고 상처로 인해 세균이 침투할 수 있죠. 어차피 죽을 잎이라면 미리 준비해서 죽게 하는 쪽을 선택한 겁니다. 잎이 줄기와 붙어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조직이 있는데 가을이 되면 떨켜가 물과 양분이 오가는 통로를 막아 버립니다. 물과 양분의 이동이 어려워지면 잎은 서서히 죽게 되는데요. 죽어가면서 초록색은 사라지고, 잎이 가진 카로티노이드·안토시아닌·타닌 등 색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 그 빛깔이 겉으로 드러나죠.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잎을 떨어뜨리는 이유입니다. 겨울이 되면 땅이 얼어서 땅속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죠. 광합성을 하려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증산작용으로 식물 속 물이 잎을 통해 수증기로 나가는 동안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나무는 결국 말라죽겠죠. 이런 이유로 나무는 추워지면 잠시 광합성을 멈추고 쉰답니다. 여름 내내 만들어놓은 양분은 열매도 되고 저장도 되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새로운 생명을 시작합니다. 나무 중에도 소나무 같은 바늘잎나무나 사철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은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습니다. 잎의 수명이 길기 때문인데요. 추위에도 강하고 물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굳이 잎을 빨리 떨어뜨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단풍은 무엇보다도 색깔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인간들이 색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예술적 감성을 갖게 된 것은 모두 자연이 가진 색들을 오랜 시간 봐오고 습득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 세상은 온통 자연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죠. 다양한 물감으로 여기저기 채색한 것 같지요. 많은 예술가들은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놓은 멋진 그림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흉내 내고자 노력해왔을 겁니다. 인간의 문화와 예술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자연의 덕분입니다. 우리 주변에 어떤 종류의 나무가 어떤 색으로 물드는지 둘러보면서 나만의 팔레트를 가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단풍잎 크레파스

단풍잎으로 크레파스처럼 그림을 그려본다.

1. 도화지에 매직이나 네임펜으로 그림을 먼저 그린다.

2. 주변에서 여러 색깔의 나뭇잎을 찾아온다.

3. 나뭇잎을 크레파스처럼 잡고 종이에 칠해본다.

4. 색을 다 칠하면 그림 완성!

 

* 종이가 너무 얇으면 찢어질 수 있으니 조금 두꺼운 종이를 쓰는 게 좋다.

* 이파리 색과 비슷하게 나오는 게 대부분이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른 색깔이 나오는 것도 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자.

* 나뭇잎보다 풀잎으로 문지르면 색이 더 잘 나온다. 흙이나 나뭇가지 등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해서 칠해보자.

* 각자 색칠한 그림을 전시하고 다른 친구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9.낙엽

나뭇잎은 땅에 떨어지며 시작을 노래해요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붑니다. 곧 차가운 겨울이 오겠지요? 이 계절에 숲속 생물들은 저마다 겨울 준비를 합니다. 동물들은 분주히 먹이를 먹어두고 있어요. 특히 너구리나 멧돼지, 반달가슴곰 같은 큰 포유류들은 아주 많이 먹습니다. 숲속 도토리를 대부분 먹어버리죠. 그런 동물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다람쥐나 청설모, 들쥐 같은 작은 동물들은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 굴속에 숨겨두어야 합니다. 특히 청설모는 한군데 모아두지 않고 여러 군데 나누어서 묻는데요. 깜빡하고 못 먹은 도토리는 이듬해 돋아나 어린 참나무로 자랍니다.

식물들도 동물 못지않게 분주합니다. 풀들은 단풍이 들더니 이제 시들어서 죽어가고 있어요. 나무들은 겨울눈을 봄부터 여름 동안 통통하게 만들어 두었고, 화려한 단풍을 만들어 가을을 빛내다가 이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단풍이 드는 것은 결국 이 낙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지난달에 얘기했죠. 떨켜가 물과 양분의 이동을 막아버리고 줄기 속에 있던 노폐물들을 낙엽에 담아서 떨어뜨려 버립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한 해를 정리하고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한잠 푹 자면서 쉬는 것이죠.

 

그렇다면 낙엽은 이제 쓸모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심에서는 길가의 낙엽을 지저분하다고 쓸어서 버리지만 숲속에서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공벌레, 지렁이, 지네 그리고 여러 딱정벌레 등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거든요. 아무리 양분을 차단하고 노폐물을 담아서 버렸다고 해도 한동안 열심히 광합성하며 양분을 만들던 나뭇잎에 아무것도 없을 리는 없죠. 낙엽 안에 들어있는 조금 남은 양분들을 작은 생물들이 먹어서 분해합니다. 그렇게 자잘하게 쪼개져 몸속으로 들어갔던 양분은 다시 나올 때 똥이 되는데 그 모습은 이미 흙에 가깝습니다. 좀 더 분해되고 발효되면 거름이 되어 숲속 토양을 더욱 건강하게 해줍니다. 그런 흙을 ‘부엽토’라고 해요.

부엽토는 바위가 풍화되어 작아진 흙 알갱이와 달리 낙엽 속의 영양분이 많이 담긴 건강한 흙입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게 되고 더욱 발효가 잘되어 나무에게도 좋은 거름이 된답니다. 자기 몸에서 나온 낙엽을 자기 스스로 거름으로 쓰는 나무가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러니 낙엽은 나뭇잎의 삶의 끝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보이는 사물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알고 보면 저마다의 위치에서 새롭게 도움이 되기도 하죠. 그런 것들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며 겨울을 맞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도 공벌레

-낙엽을 손으로 부수면서 분해자의 역할을 이해한다.

1. 낙엽을 한 장 줍는다.

2. 첫 번째 사람이 나뭇잎을 한 번 손에 쥐고 부순다.

3. 다음 사람에게 부서진 낙엽 조각을 넘겨주면 다음 사람은 좀 더 세게 나뭇잎을 부순다.

4.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금세 작은 낙엽 알갱이가 된다.이렇게 흙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나뭇잎은 손으로 부서지지는 않는다.그럴 경우 가위로 자르는 놀이를 해도 좋다.

* 자잘하게 부서진 낙엽을 이용해 모래 모자이크처럼 모자이크 놀이를할 수 있다.

* 숲속에서 낙엽을 먹는 곤충이나 동물들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 동물들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 내가 직접 지렁이나 공벌레가 되어본 소감이 어떤지 이야기해 본다.

* 숲속에 작은 동물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본다.

* 내 주변에서도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생각해 본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10.로제트 식물

방석처럼 잎사귀 펼쳐 겨울나는 식물의 전략







날씨가 많이 쌀쌀합니다. 눈도 몇 번 내렸고요. 세상이 추위로 꽁꽁 얼어가고 있어요. 너무 추운 날은 밖에 나가기 싫을 정도지요? 이런 겨울에 자연에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 또 볼 게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죠. 하지만 겨울에도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체들은 아주 많답니다. 나무껍질 틈이나 낙엽 속에서 잠자고 있는 곤충,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눈을 준비하고 있는 나무, 눈 위에 찍힌 새나 고라니 발자국 등이죠. 그중에도 놀라운 것을 볼 수가 있는데요. 바로 풀입니다. 풀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는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걸까요.

아직 나무들이 잎을 내거나 꽃을 피우지 않은 이른 봄에 땅바닥을 보면 많은 풀이 자라고 있고 심지어 꽃도 예쁘게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로 냉이·민들레·큰개불알풀·뽀리뱅이와 같은 풀이죠. 키도 작은 것이 어떻게 이렇게 일찍 피어났을까요. 사실은 새봄에 자란 게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냉이는 지난해 가을에 이미 돋아나 있었답니다. 가을에 돋아 겨울을 견디고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로제트 식물’이라고 불러요.

 

   

로제트란 장미꽃 모양을 닮은 장식을 말해요. 로제트 식물은 방석식물이라고도 불리는데, 풀이면서 죽지 않고 겨울을 나는 것을 말하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장미꽃처럼 사방으로 잎을 내고 있답니다. 키를 낮춰 추운 바람을 피하고, 사방으로 뻗어서 햇빛을 최대한 받아요. 또 땅에 바짝 붙어서 지열을 이용하기도 하고, 몸에 털을 많이 달기도 하면서 겨울을 납니다. 그렇다면 왜 로제트 식물은 힘든 겨울을 견디는 걸까요.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곤충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로제트 식물은 다른 식물이 싹을 내기 전에 미리 싹을 내고 있다가 누구보다 먼저 꽃을 피워서 곤충들을 불러들여요. 그리고 로제트 식물 대부분은 1년에 두 번 이상 자랍니다. 아마도 다른 식물보다 더 많이 번식하고자 하는 의도겠지요.

키도 작고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풀들에도 이렇듯 놀라운 전략이 숨어있답니다.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조금 더 관심 갖고 본다면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내겐 어떤 놀라운 면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제트 놀이

- 바닥에 바짝 엎드려 겨울의 추위를 피하고 이른 봄에 일찍 싹을 내는 로제트 식물의전략을 알아본다.

 

1.겨울바람을 맡을 두 사람을 뽑고 준비된 줄을 준다.

2.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풀이 되어 바닥에 그린 동그라미 안에 들어간다.

3.겨울바람이 줄을 잡고 동그라미 위로 지나간다. 이때 줄에 걸리는 풀은 아웃이 된다.

4.겨울바람은 줄 높이를 점점 낮춰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재밌게 진행한다.

5.왜 로제트 식물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줄을 구하기 어려우면 줄넘기나 긴 막대기를 사용해도 된다.

*겨울바람 역할을 하는 두 친구가 너무 빨리 지나가면 줄에 세게 닿아 다칠 수 있으니 천천히 지나가야 한다.

*아웃된 친구들은 잠시 쉬었다가 가위바위보를 통해 진 사람이 겨울바람을 하고 이긴 사람들은 다시 풀이 된다.

*동그라미에서 벗어나거나 줄 위로 뛰어넘지 않아야 한다.

*놀이를 하기 전에 주변에서 로제트를 관찰해보면 더 좋다.

*로제트처럼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식물은 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본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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