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추출물이 인류에 주는 다양한 이로움
나무에서 목재 이외에도 다양한 물질을 얻는다. 수액, 수피, 씨앗 등 나무에서 추출하는 물질은 다양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나무 추출물은 약재로 쓰이거나 건강식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보편적으로 복용하는 아스피린의 원료는 아스펜(aspen)이라는 버드나무 수피에서 추출하며, 항암제로 알려진 택솔(taxol)은 주목나무 수피나 씨앗에서 추출한다. 2009년에 유행했던 신종플루의 치료제는 팔각나무 씨앗에서 추출되었다.
갯버들
나무 추출액이 인류역사에 대변동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16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에 진출하며 식민지를 개척했으나, 코 밑에 있는 아프리카엔 들어가지 못했다.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유럽인들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유럽 침략자들에겐 재앙이었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겐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보호망이었다.
이 보호망을 해제한 것이 키니네라는 추출액이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기나나무(cinchona) 수액을 받아 열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해 왔다. 스페인 점령자들이 페루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나나무 수액을 의학명으로 키니네(quinine)라 부른다. 이 수액이 말라리아에 효험이 있다는 사실이 유럽에 알려지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독일인 탐험가 알렉산더 폰 훔불트가 18세기말에 에콰도르에서 기나나무 껍질의 약효에 관한 정보를 유럽에 제공했다. 키니네는 인류에게 말라리아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겐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인들이 그 치료제를 복용하고 금단의 땅으로 쳐들어 온 것이다. 19세기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분할은 키니네라는 나무 추출물이 초래한 결과였다.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 수액에서 채취된다. 물이 한창 오르는 3~4월에 나무 줄기에 구멍을 뚫고 튜브를 넣어 수액을 추출하고, 이를 끓여 수분을 증발시킨후 시럽을 만든다. 단풍의 나라 캐나다 동부의 퀘벡주와 미국 북북부 뉴잉글랜드, 뉴욕주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팬케이크나 크레페, 와플 등을 토핑하는데 주로 이용된다. 차를 마실 때에도 감미료로 애용되는데, 특히 홍차와 잘 어울린다.
버드나무가 진통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은 고대부터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의 4,000년 니푸르 점토판에 버드나무 처방전이 기록되어 있고,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도 버드나무 달인 물로 약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잎의 효능을 알고 있었고, 처방을 하기도 했다.
버드나무의 진통효제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실산을 추출했지만 제조 과정이 너무 어려워 상품화하지는 못했다. 1890년대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Felix Hoffmann)이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약을 찾고 있던 중 살리신을 추출하는데 성공했고, 제약회사 바이에르 앤 컴퍼니가 그 기술을 실용화하면서 아스피린을 양산하게 되었다.
자작나무 추출물은 수피와 목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유럽에서 예로부터 삶은 약으로서 위장결석, 방광결석의 치료에 이용되었다. 류마티스, 통풍에 효과가 있어 입욕제로 사용되고 외상을 소독, 피부병을 고치며, 두피를 보호하고, 탈모방지 로션이나 화장수에 이용되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액(樹液)은 나무의 뿌리에서 줄기를 지나 잎으로 향하는 액체다. 수액의 상승력은 물을 빨아올리는 힘과 뿌리로부터 위로 밀어올리는 힘에 의해 달라지는데, 대체로 큰 나무일수록 잎이 많아 수액의 상승량도 많은 것이 보통이다. 식물의 종류·계절·날씨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나무가 수액이나 다양한 추출물을 함유하는 이유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나무는 추출물에 의해 해충과 세균의 침입을 막고 내구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나무에 내재한 추출물에는 다양한 의약품 원료를 함유할수 있다.
주목 구과
주목나무에서 추출된 택솔은 항암물질로, 특히 난소암, 유방암, 폐암의 말기 환자에게 효험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의 국립암연구소에서 개발되어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탁월한 효능이 입증되면서부터 항암제로 인정받았다. 수령이 100년 가량 된 주목의 잎과 껍질에서 택솔 성분이 추출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우리나라의 주목 종자의 씨눈에 택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되었다.
나무에서 유출되는 분비물은 다양하게 산업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라텍스(latex)는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고무나무에서 얻는다. 라텍스는 고무의 원료가 되는 이소프로필렌 종합체가 90% 이상 함유되어 있다.
검(gum)은 일반적으로 활엽수를 포함한 여러 수종에서 얻어지는 다당류로 우론산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아카시아속 수목에서 얻어지는 아라비아 검은 식품 첨가제, 알약제조용 접착제, 화장품 보조제, 풀, 인쇄용 잉크에 사용된다.
옻은 우리나라 야산에 흔하게 자란다. 옻나무에서는 우루시올이란 성분이 나오는데, 이는 열에 의해 굳어지면 아름다운 막을 형성하므로, 고급도료에 사용된다. 고급스런 가구를 만들 때. 자동차 내장재를 장식할 때에 옷칠이 이용된다.
고로쇠나무
수액을 먹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로쇠 수액이다. 고로쇠 나무는 산지 숲속에서 자라며, 높이는 약 20m 정도 된다. 고로쇠라는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풍당(楓糖)이라 하여 위장병·폐병·신경통·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는데, 즙에는 당류(糖類) 성분이 들어 있다.
고로쇠 수액은 직경이 30cm가 넘는 나무 밑동에 Y자 모양으로 칼로 홈을 내고 조릿대 잎을 끼워 그 끝으로 떨어지는 물을 물통 등을 매달아서 받는다. 낙숫물 지듯 방울방울 떨어지며 한 나무에서 2되에서 5되 정도 나온다고 한다.
경칩을 전후 새서 일주일 동안에 수액이 제일 많이 나오는데, 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기온으로 1월 하순까지 당겨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고로쇠 수액은 밤의 최저기온이 -2.14℃ 이하, 낮 최고기온은 10.6℃ 이하의 조건에서 일교차가 10℃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일 때 출수량이 가장 뛰어나며, 이 범위를 벗어나는 조건에서는 출수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출처 : 아틀라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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