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다소나무 암구화수
한국인의 혼이 서린 소나무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한국인의 애정이 줄어서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져가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만이 아니다. 소나무가 줄어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람이었다. 농촌에 사람이 줄면서 소나무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소나무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수종이다. 우리 조상은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일생을 살고, 영원한 안식처가 될 관을 짤 때도 소나무를 썼다. 지금도 궁궐과 문화재를 복구하는 중요한 재료다. 마을 어귀에는 항상 서낭당이 있고 서낭목은 우람한 소나무였다. 그만큼 애틋한 한국인의 애정이 담겨 있다.
산림청이 지난해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변함없이 소나무가 1위였다. 2005년에는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보호에 나섰다. 단일 수종을 지키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든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립산림과학원은 오는 2060년엔 남한에서, 100년 뒤엔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나무는 1970년대까지 전체 산림의 50%를 차지했다. 2007년에는 23%인 150만㏊로 줄어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국내 최고의 산림 생물의 보고인 경기도 광릉숲의 소나무가 지난 100년 동안 8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숲이 ‘지옥의 정원’으로 바뀐 것이다.
왜 소나무가 사라졌을까. 일각에서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고사, 산불, 무분별한 벌채가 원인이라고 한다. 물론 이 또한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산업화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와 농촌에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배상원(57)박사는 “뜻밖에도 소나무는 사람 손을 타야 번성하는 나무”라고 말한다. 과거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번성할 때는 주로 산림에서 땔감을 얻었다. 벌목으로 따지면 이때가 더 심했다. 하지만 소나무 숲은 울창했다. 겨울이면 낙엽을 모두 긁어모아 불쏘시개로 사용했다. 퇴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석유·가스등을 이용하면서 나무를 벨 필요도 낙엽을 긁어모을 이유가 없어졌다. 집집이 연탄·석유·가스를 쓰는 보일러가 들어찼다. 그 사이 농촌의 인구도 확 줄었다. 모든 농사는 기계로 대체됐다. 낙엽을 퇴비로 쓸 필요도 없고, 산을 돌아다니며 낙엽을 긁어모을 사람도 없는 실정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소나무의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소나무는 발아할 때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씨앗은 맨땅 위에 떨어져야 하고 햇볕이 잘 들어야 한다. 반면 활엽수는 낙엽 위에서도 자연 발아할 수 있다. 결국 활엽수는 싹을 틔우는데 소나무 씨앗은 낙엽 위에서 그대로 썩는 것이다. 배박사는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자 활엽수에 소나무가 자리를 뺐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소나무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또 한 번 백두대간의 소나무 숲에 재앙이 덮쳤다. 2005년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한반도 전체에 퍼졌던 재선충 이야기다. 재선충이 자연적으로 이동 가능한 거리는 하루 최대 5㎞ 정도다. 방재만 제대로 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범위다. 그런데 보름 만에 전 한반도에 재선충이 퍼져 나무가 누렇게 말라죽어 갔다.
이렇게 급속하게 재선충이 퍼진 것은 산림청 등의 조사결과 찜질방 때문이었다. 말라죽은 소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다며 마구잡이 반출했기 때문이다. 감염된 소나무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배 박사는 "자칫 방심하면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선 강릉 등 소나무가 잘 자라는 곳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러면서 우량종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석권 산림생태연구과장은 “다른 활엽수를 솎아 베고 소나무를 웃자라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소나무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면 단순히 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혼과 정서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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